[Cover Story] 축산농가 보호냐, 쇠고기 싸게 먹을 권리냐

한국과 미국 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면서 이르면 오는 5월 중순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수입될 전망이다.

'뼈 없는 살코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이고, LA 갈비와 같은 '뼈 붙은 쇠고기' 기준으로는 2003년 12월 이후 4년반 만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쟁점은 '몇 살'짜리 소의 어떤 '부위'를 수입할 것인가였다.

기존 수입 허용 기준이었던 '30개월령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를 얼마나 완화하느냐의 문제였다.

미국 측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특정위험물질(SRM·Specified Risk Material. 소의 뇌, 내장, 척수 등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부위)을 제외한 모든 연령, 모든 부위를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현행 OIE 권고에서는 미국과 같은 '광우병위험통제국'은 원칙적으로 연령과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게 하고 있다.

다만 소가 30개월령(태어난 지 30개월) 이상이면 편도,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뇌, 두개골, 척수, 눈, 혀 등 7가지 SRM을 모두를 제거해야 하지만 30개월령 미만이면 편도와 회장원위부만 제거하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 측은 광우병 발병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30개월령 미만의 소에 대해서만 모든 부위(물론 SRM은 제외)를 개방하겠다고 맞섰다.

OIE 기준은 강제규정이 아닌 만큼 참고사항에 불과하며, 일본도 2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 허용하고 있는 등 많은 국가들이 별도의 수입허가 기준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듯 했지만 협상은 미국 측 요구 사항들이 대부분 관철되는 선에서 타결됐다.

우선 30개월령 미만의 소는 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30개월령 이상의 소는 미국 측이 광우병 발병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동물성 사료(소, 양, 닭 등 동물의 뼈와 내장 등을 가공처리해 만든 사료)를 금지하는 조치를 공포하는 것을 조건으로 SRM 이외 전 부위의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협상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쇠고기 공급 증가로 수입 쇠고기뿐 아니라 한우고기 가격도 떨어지는 등 소비자 편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 보다 큰 국익이 걸려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을 들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국내 축산농가들이 줄도산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고, 일본 홍콩도 수입하지 않고 있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허용함으로써 국민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으며, 미국 측 요구는 모두 들어주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굴욕 협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인식 한국경제신문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