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한 논의는 철학의 가장 큰 주제 중 하나다.

동서고금의 모든 철학자들은 행복의 본질이 무엇인지,왜 행복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해왔다.

20세기 들어서는 자연과학과 심리학 등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행복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행복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의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Cover Story] 행복에 대한 철학들…
독일의 근세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행복은 우리의 모든 애착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경험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도덕 법칙과 행복 법칙은 다르기 때문에 그 행복이 도덕 기준에 맞는지를 따져봐야 하며 덕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과 행복을 얻기 위한 노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게 칸트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는 또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결정짓는 것은 국가라고 강조하면서 국가는 개인이 행복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기본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역설한다.

칸트와 동시대에 살았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행복은 곧 쾌락이며 불행은 고통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 누구나 자신의 행복과 쾌락도 최대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를 주창한다.

그는 쾌락의 수준을 양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며 선과 악의 구분을 효용과 비효용으로 구분해 현대 경제학의 이론적인 기틀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쾌락에 대한 질적 구분은 하지 않아 다른 철학자들로부터 비판받아 왔다.

벤담의 제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이러한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위 질적 쾌락주의를 강조한다.

그는 벤담과 마찬가지로 쾌락과 고통을 행복과 불행으로 규정하면서도 쾌락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질적인 차이를 인정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배부른 돼지보다 낫다'는 얘기는 그에게서 나온 것이다.

밀은 또 자유를 행복의 유용한 수단으로 여기며 더 나아가서 자유가 행복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행복의 성취를 위해서는 반드시 자유가 요구된다고 했으며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능력이 발현되려면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현대 사회과학자들의 행복론

19세기 들어서면서 행복론은 사회 경제적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내면 세계인 도덕과 자유보다 오히려 물질적 부나 심리 상태 등 외부적인 자극에 의해 행복이 결정된다는 입장이 우세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행복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므로 국가나 사회체제가 개인의 행복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가 부각됐다.

개인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는 행복추구권이 미국의 독립선언서에서 나오고 난 뒤부터는 공공 복지 차원에서 국가의 역할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심리학적 차원에서 행복을 바라보는 연구도 활발해졌다.

20세기 초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회와 지속적으로 대항한다고 얘기하면서 도덕을 쾌락의 원리와 실재의 원리의 타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타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보는 이타주의도 결국은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무의식적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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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가지치기

- 행복은 주관적일까, 객관적일까.

- 행복과 행운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 동양철학에서는 행복을 어떻게 볼까. 유교사상과 노장사상에서 행복은 무엇을 의미할까.

-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과 행복의 차이는. 기독교에서 구원받는 것과 행복의 차이는.

- 국가가 개인의 행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자신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불행을 끼친다면.

- 행복은 수량화할 수 있을까. 경제적 계산법으로 행복감을 나타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