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입도 취업도…논술의 시대가 왔다
신촌에 있는 다산 로스쿨 학원.밤 늦은 시간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60~70명의 수강생들이 이 학원 스타급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논술문 작성에 열중하고 있다.

내년 3월 첫선을 보이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주경야독하는 직장인과 대학생이 대다수다.

이 학원 관계자는 "정년 보장이 안 되는 직장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사회적 성공의 보증수표인 법조인의 꿈을 이루고자 로스쿨에 지원하려는 직장인 대학생 등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중에는 회계사 변리사 등 잘나가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다.

이 사람들은 왜 신림동 고시촌의 좁은 방에 틀어박혀 법률 서적과 씨름하지 않고 이곳에서 뭘 공부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바로 오는 8월 말 처음 실시되는 LEET(법학적성시험·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LEET는 언어이해,추리논증 논술이 기본 과목이다.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학부성적 영어실력 외에 LEET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얼른 보기에 법률 지식과는 무관해 보이는 엉뚱한 과목들이 로스쿨 입학생 선발의 잣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LEET는 '수험생이 법조인이 될 자질이 있나' 테스트하는 일종의 적성 시험이다.

특정 지식의 깊이보다는 법조인에게 필요한 논리력 추리능력 이해력 등을 갖췄는지를 평가한다.

로스쿨은 LEET 등을 통해 '될성부른 나무'를 뽑아 법률에 관한 지식 등을 가르쳐 예비 법조인으로 키우게 된다.

앞으로 수년 내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 졸업생들만 변호사 시험을 치르게 된다.

판·검사 변호사에게 어떤 현상이나 사실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잘 정리해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 조건이다.

이는 법전만 달달 외워 법률 지식이 풍부한 암기형 법조인보다는 갈수록 복잡해져 가는 현대 사회의 갈등을 잘 조율할 수 있는 논리형 법조인을 필요로 하는 시대적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 공무원·대기업 입사시험도 논술형이 대세

로스쿨이나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공무원 대기업 입사에도 논술이나 업무적성 시험은 필수 통과 관문이다.

공무원 시험은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 등에 대한 단답형·단순논술형 지식을 묻던 데서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통합교과형 논술시험'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7·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문제해결 능력 측정을 위한 응용 문제의 비중이 높아지며 고등고시 2차시험은 논술형으로 치러진다.

이미 외무고시와 행정고시 같은 국가 시험에도 논리·추리력을 측정하는 PSAT(공직자적격시험·Public Service Aptitude Test)가 도입됐다.

삼성그룹의 입사 시험인 SSAT(삼성직무적성검사·Samsung Aptitude Test)는 두 시간에 200문항을 풀도록 하는데 논리력 사고력 이해력 상황판단력을 어느 정도 갖추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박정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parkbig@hankyung.com

전지수 한국경제신문 인턴기자(한국외대 3년) fumobi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