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시대라고들 얘기한다.
영화나 TV 등 기존의 영상 매체에서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이미지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들이 늘고 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자신의 출마 견해나 정견을 발표하기보다 유권자들에게 잘 먹히는 이미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이미지 옹호론자들은 이를 두고 문자 언어, 즉 텍스트(Text)의 위기라고 말한다.
과연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기에 문자는 소멸하는 것일까.
글을 읽고 쓰려는 인간의 의지는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문자와 그것의 조합인 텍스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 문자언어의 위기라고?
이미지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경험하고 그것에 대해 마음 속에 떠올려지는 형상을 말한다.
냄새를 맡거나 듣고 만지면서 느끼는 이미지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이미지는 보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영상 이미지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가장 빠르고 화려하게 전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디어 학자인 마샬 맥루헌은 그의 책 '미디어의 이해'에서 "문자만을 획일적으로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지식독점 시대는 이제 끝이 났다"며 "지금은 영화 텔레비전 컴퓨터 등 여러 미디어로부터 다양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세대"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 붐에도 불구하고 문자언어는 계속 빛을 더해가고 있다.
TV 프로그램에 자막을 넣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인기를 끈 영화가 소설로 출간되면 오히려 영화보다 더욱 화제를 모은다.
영국의 극작가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 시리즈 경우는 영화를 본 사람보다 소설을 읽은 팬들이 훨씬 많다.
TV를 통해 축구나 배구 경기를 보더라도 경기가 있었던 다음 날 신문을 통해 그날 경기를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이처럼 문자를 읽고 쓰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자아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하는 사유(思惟)행동의 수단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논리의 재구성을 통해 사실을 종합적이고도 분석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언어철학자 리쾨르는 이를 두고 "인간은 자기자신으로부터는 정체성을 파악할 수 없다.
자신 존재의 참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따라서 텍스트 연구는 자신의 참된 의미를 찾기 위한, 인간 정체성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논리냐 감성이냐
만화나 영상 연극 등 이미지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미지가 문자보다 전달 내용을 간편하고 빠르게 일반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 시각이라는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으며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는 주장이다.
신호등의 경우 빨간불과 파란불이 '건너가시오'와 '멈추시오'라는 문자보다 보행자들에 훨씬 쉽게 와닿는 것이 하나의 사례다.
더욱이 이미지는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부여하기 때문에 창의성을 증진시키고 열린 시각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텍스트 언어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문자는 인간이 사고를 하면서 인간답게 변하게 하는 기본적인 도구라고 설명한다.
사고를 통해 문자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문자언어를 통해 사고하는 게 인간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문자언어는 또 비판하고 회의하는 시각을 갖게 한다.
이미지 언어는 빨리 전달되고 수용되기 때문에 수용자의 비판 능력을 앗아가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으면 비판하고 상상하며 읽을 수 있으나 만화책을 읽으면 비판력과 상상력이 줄어든다는 것이 한 예다.
TV는 더할 나위 없다.
⊙ 이미지는 결국 문자의 연장
언어란 인간의 상호 의사를 전달하는 기호체계이므로 우리는 우리의 의사를 가장 잘 전달 할 수 있는 기호 체계를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의사전달자의 자유다.
그러나 기호의 선택과정에서 텍스트는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류역사에서 온갖 지혜와 지식은 언어나 문자를 통해 습득됐기 때문이다.
IT시대가 오면서 심지어 문자 혹은 텍스트의 종말을 예견하는 주장들까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의 시대가 정착할수록 오히려 문자의 위력은 더해가고 있다.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논리적 구성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 생각의 가지치기
▶ 글쓰기와 글읽기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 문자가 없는 시대에 인간들은 어떻게 의사소통을 했을까.
의사소통을 오로지 그림에만 의존했을까.
▶ 블로그와 미니 홈피를 어떻게 봐야 하나.
이것도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매체일까.
▶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이후 사회는 어떻게 변천했을까.
활자 인쇄 매체의 발명은 역사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 이미지 속에서 허구와 사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 창의력은 과연 텍스트에서 길러지는가.
영화나 TV 등 기존의 영상 매체에서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이미지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들이 늘고 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자신의 출마 견해나 정견을 발표하기보다 유권자들에게 잘 먹히는 이미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이미지 옹호론자들은 이를 두고 문자 언어, 즉 텍스트(Text)의 위기라고 말한다.
과연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기에 문자는 소멸하는 것일까.
글을 읽고 쓰려는 인간의 의지는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문자와 그것의 조합인 텍스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 문자언어의 위기라고?
이미지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경험하고 그것에 대해 마음 속에 떠올려지는 형상을 말한다.
냄새를 맡거나 듣고 만지면서 느끼는 이미지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이미지는 보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영상 이미지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가장 빠르고 화려하게 전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디어 학자인 마샬 맥루헌은 그의 책 '미디어의 이해'에서 "문자만을 획일적으로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지식독점 시대는 이제 끝이 났다"며 "지금은 영화 텔레비전 컴퓨터 등 여러 미디어로부터 다양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세대"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 붐에도 불구하고 문자언어는 계속 빛을 더해가고 있다.
TV 프로그램에 자막을 넣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인기를 끈 영화가 소설로 출간되면 오히려 영화보다 더욱 화제를 모은다.
영국의 극작가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 시리즈 경우는 영화를 본 사람보다 소설을 읽은 팬들이 훨씬 많다.
TV를 통해 축구나 배구 경기를 보더라도 경기가 있었던 다음 날 신문을 통해 그날 경기를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이처럼 문자를 읽고 쓰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자아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하는 사유(思惟)행동의 수단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논리의 재구성을 통해 사실을 종합적이고도 분석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언어철학자 리쾨르는 이를 두고 "인간은 자기자신으로부터는 정체성을 파악할 수 없다.
자신 존재의 참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따라서 텍스트 연구는 자신의 참된 의미를 찾기 위한, 인간 정체성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논리냐 감성이냐
만화나 영상 연극 등 이미지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미지가 문자보다 전달 내용을 간편하고 빠르게 일반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 시각이라는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으며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는 주장이다.
신호등의 경우 빨간불과 파란불이 '건너가시오'와 '멈추시오'라는 문자보다 보행자들에 훨씬 쉽게 와닿는 것이 하나의 사례다.
더욱이 이미지는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부여하기 때문에 창의성을 증진시키고 열린 시각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텍스트 언어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문자는 인간이 사고를 하면서 인간답게 변하게 하는 기본적인 도구라고 설명한다.
사고를 통해 문자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문자언어를 통해 사고하는 게 인간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문자언어는 또 비판하고 회의하는 시각을 갖게 한다.
이미지 언어는 빨리 전달되고 수용되기 때문에 수용자의 비판 능력을 앗아가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으면 비판하고 상상하며 읽을 수 있으나 만화책을 읽으면 비판력과 상상력이 줄어든다는 것이 한 예다.
TV는 더할 나위 없다.
⊙ 이미지는 결국 문자의 연장
언어란 인간의 상호 의사를 전달하는 기호체계이므로 우리는 우리의 의사를 가장 잘 전달 할 수 있는 기호 체계를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의사전달자의 자유다.
그러나 기호의 선택과정에서 텍스트는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류역사에서 온갖 지혜와 지식은 언어나 문자를 통해 습득됐기 때문이다.
IT시대가 오면서 심지어 문자 혹은 텍스트의 종말을 예견하는 주장들까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의 시대가 정착할수록 오히려 문자의 위력은 더해가고 있다.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논리적 구성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 생각의 가지치기
▶ 글쓰기와 글읽기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 문자가 없는 시대에 인간들은 어떻게 의사소통을 했을까.
의사소통을 오로지 그림에만 의존했을까.
▶ 블로그와 미니 홈피를 어떻게 봐야 하나.
이것도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매체일까.
▶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이후 사회는 어떻게 변천했을까.
활자 인쇄 매체의 발명은 역사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 이미지 속에서 허구와 사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 창의력은 과연 텍스트에서 길러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