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이미지 시대라고? 아니, 텍스트의 부활이지
이미지를 누르고 텍스트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IT(정보기술)시대의 도래와 함께 한때 구시대 유물처럼 취급되던 글 쓰기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학에서는 물론이고 직장에 취직할 때 그리고 법조인 등 전문 직업인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으로 글쓰기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법조인을 양성하는 대학 로스쿨 선발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논술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주요대학이 발표한 로스쿨 입학 전형에서는 글쓰기, 즉 논술시험과 면접 구술시험이 당락을 가른다고 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논리적인 사고를 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묻는 시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인문계는 물론이고 이공계 대학에서도 글쓰기 훈련을 가르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자신이 이뤄낸 작업을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잘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재인식한 결과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글 쓰기의 중요성이 어느덧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IT시대가 도래하면서 한동안 글 쓰기에 대한 관심도 크게 줄어들었는데 이런 움직임을 뒤집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역시 텍스트만한 것이 없다는 자각이 확산된 결과다.

문자로 표현된 지식의 재발견이라고까지 할 만한 상황이다.

인간은 문자라는 기호 체계에 자신의 생각과 사고를 담는다.

이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고 소통한다.

자기 성찰의 기회도 갖는다.

인간 역사에서 나온 모든 지혜와 지식들도 모두 글로 쓰여있는 것은 물론이다.

독일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심지어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극단적인 견해를 펴고 있다.

글은 인간에게 자기 정체성(Self- Identity)을 갖게 한다.

자신이 볼 수없는 자신의 모습을 글로써 느낀다.

영화나 TV처럼 이미지를 전달하는 매체와는 이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또한 이미지 언어가 갖는 순간적이고 형틀에 짜여진 것이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에 상상의 나래를 펼 수있는 힘을 준다.

한번 내뱉으면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구어,즉 말과도 구분된다.

물론 글 중에는 논술이 으뜸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갖춰야 하고 합리적인 논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논술을 쓰는 작업을 통해 끊임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논지를 좀 더 견고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학생들이 논술을 어려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생글생글을 통해 논술을 익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