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대차거래·파생상품·옵션 등 있어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오르기만 하던 상황과는 딴판이다.
미국발 금융시장 신용위기 탓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증시 조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금융사들의 손실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악재가 돌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이러한 증시 조정세가 적어도 2~3년은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간단했던 미국의 1992년과 2000년 경기 불황이 회복세로 접어들기까지 그 정도 걸렸다는 게 이들이 제시한 근거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증시 조정세 전망이 우세할 때 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미래에셋과 같은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 그리고 외국인들은 대차거래라는 제도를 이용해 증시 하락기에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대차거래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A라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 갚는 투자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주가 하락분만큼 이익을 낼 수 있다.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본격적인 증시 하락 전인 올해 1월 말께 국내 조선주들의 대차거래잔액(빌려간 주식의 합)이 크게 증가했다.
조선주들은 작년 주가가 급등하며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1월31일 기준 현대중공업의 대차거래잔액은 9716억원으로 전체 상장주식의 4.10%까지 증가했다.
현대미포조선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2320억원(전체 상장주식의 6.60%), 2377억원(4.04%)로 늘었다.
통상 대차거래잔액의 비중은 1~2% 선에 머물렀다.
이 같은 대차거래잔액의 급증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내는 대차거래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으로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시기에 공교롭게도 UBS 맥쿼리 등 유명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실제 맥쿼리가 제시한 삼성중공업의 목표주가(증권사가 계산한 적정주가)는 기존 전망치보다 70% 낮아졌으며,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도 66%, 62%씩 내려갔다.
유명한 증권사들의 보고서는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예상대로 이날 국내 조선주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대차거래로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이 같은 보고서를 내 주가 하락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금융업계의 '검찰'인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실태 파악 중에 있다.
대차거래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개인투자자들도 올해부터 이 같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증권금융이 지난 1월23일부터 개인들에게도 주식을 빌려주고 되갚게 하는 대주거래를 21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도 증권금융이 빌려주는 종목에 한해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일정 기간(30~60일) 후 주식으로 되갚으면 하락장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게 됐다.
현재 증권금융에서 빌려주는 종목은 300여개다.
또 파생상품(주식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상품)을 이용하면 주가가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
2005년 12월 상장된 주식워런트증권(ELW)과 1996년부터 거래가 되고 있는 선물·옵션 등이 대표적이다.
ELW는 일정 기간(만기일) 후 기초자산의 주가가 ELW의 일정 가격에 도달하면 그에 맞는 차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것은 ELW 앞에 '풋'이라고 붙는 것만 해당된다.
예컨대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삼성전자 풋ELW'의 경우 올해 12월23일(만기일)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60만원 이하로 떨어지면 실제 주가와 60만원의 차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선물과 옵션도 증시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선물은 국내 상장사 중 우량한 종목 200개를 묶어 만든 코스피200지수의 방향을 맞춰 수익을 내는 구조다.
코스피200지수가 3개월(3·6·9·12월 둘째주 목요일)을 시점으로 주가가 내릴 것 같으면 계약을 팔면(매도) 된다.
또 5월부터는 특정 기업의 주가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개별주식선물이 상장됨에 따라 삼성전자 등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게 된다.
옵션은 선물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다시 거래하는 것으로, 투자금액은 선물보다 적은 반면 변동성이 크다.
이 밖에 주가연계증권(ELS)도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하락해도 수익이 난다.
최근 판매된 한 ELS의 경우 기초자산인 현대차와 SK텔레콤의 주가가 2년간 장중 발매 전날 주가보다 절반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매년 9%의 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ELS를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채권과 옵션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익 구조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가 일반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반면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움직이면 주식투자시보다 손실은 몇 배나 더 커지기 때문에 항상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이를 테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릴 수 있는 대주거래의 증거금은 40%이다.
1000만원어치 주식을 빌린다면 400만원만 있어도 1000만원 투자와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반대로 얘기하면 손실도 2.5배로 커진다는 얘기다.
이를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라고 부른다.
ELW도 만기일까지 보유시 기초자산 가격이 행사가격에 1원이라도 못 미치면 평가가격은 '0원'이 된다.
500만원을 투자했는데 예상대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500만원을 모두 날리게 되는 것이다.
또 통상 주식 한 주당 ELW는 2~10주씩으로 나눠놨기 때문에 주가가 2% 하락하면 곧바로 4~20% 내려가게 돼 수시로 손실도 커진다.
옵션의 경우는 더 심하다.
옵션을 매도하면 이론적인 손실 규모는 무한대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계약을 팔아버렸는데 반대로 주가가 급등하면 그만큼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을 산 사람에게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지난해 오르기만 하던 상황과는 딴판이다.
미국발 금융시장 신용위기 탓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증시 조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금융사들의 손실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악재가 돌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이러한 증시 조정세가 적어도 2~3년은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간단했던 미국의 1992년과 2000년 경기 불황이 회복세로 접어들기까지 그 정도 걸렸다는 게 이들이 제시한 근거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증시 조정세 전망이 우세할 때 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미래에셋과 같은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 그리고 외국인들은 대차거래라는 제도를 이용해 증시 하락기에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대차거래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A라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 갚는 투자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주가 하락분만큼 이익을 낼 수 있다.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본격적인 증시 하락 전인 올해 1월 말께 국내 조선주들의 대차거래잔액(빌려간 주식의 합)이 크게 증가했다.
조선주들은 작년 주가가 급등하며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1월31일 기준 현대중공업의 대차거래잔액은 9716억원으로 전체 상장주식의 4.10%까지 증가했다.
현대미포조선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2320억원(전체 상장주식의 6.60%), 2377억원(4.04%)로 늘었다.
통상 대차거래잔액의 비중은 1~2% 선에 머물렀다.
이 같은 대차거래잔액의 급증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내는 대차거래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으로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시기에 공교롭게도 UBS 맥쿼리 등 유명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실제 맥쿼리가 제시한 삼성중공업의 목표주가(증권사가 계산한 적정주가)는 기존 전망치보다 70% 낮아졌으며,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도 66%, 62%씩 내려갔다.
유명한 증권사들의 보고서는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예상대로 이날 국내 조선주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대차거래로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이 같은 보고서를 내 주가 하락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금융업계의 '검찰'인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실태 파악 중에 있다.
대차거래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개인투자자들도 올해부터 이 같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증권금융이 지난 1월23일부터 개인들에게도 주식을 빌려주고 되갚게 하는 대주거래를 21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도 증권금융이 빌려주는 종목에 한해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일정 기간(30~60일) 후 주식으로 되갚으면 하락장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게 됐다.
현재 증권금융에서 빌려주는 종목은 300여개다.
또 파생상품(주식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상품)을 이용하면 주가가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
2005년 12월 상장된 주식워런트증권(ELW)과 1996년부터 거래가 되고 있는 선물·옵션 등이 대표적이다.
ELW는 일정 기간(만기일) 후 기초자산의 주가가 ELW의 일정 가격에 도달하면 그에 맞는 차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것은 ELW 앞에 '풋'이라고 붙는 것만 해당된다.
예컨대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삼성전자 풋ELW'의 경우 올해 12월23일(만기일)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60만원 이하로 떨어지면 실제 주가와 60만원의 차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선물과 옵션도 증시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선물은 국내 상장사 중 우량한 종목 200개를 묶어 만든 코스피200지수의 방향을 맞춰 수익을 내는 구조다.
코스피200지수가 3개월(3·6·9·12월 둘째주 목요일)을 시점으로 주가가 내릴 것 같으면 계약을 팔면(매도) 된다.
또 5월부터는 특정 기업의 주가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개별주식선물이 상장됨에 따라 삼성전자 등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게 된다.
옵션은 선물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다시 거래하는 것으로, 투자금액은 선물보다 적은 반면 변동성이 크다.
이 밖에 주가연계증권(ELS)도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하락해도 수익이 난다.
최근 판매된 한 ELS의 경우 기초자산인 현대차와 SK텔레콤의 주가가 2년간 장중 발매 전날 주가보다 절반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매년 9%의 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ELS를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채권과 옵션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익 구조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가 일반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반면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움직이면 주식투자시보다 손실은 몇 배나 더 커지기 때문에 항상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이를 테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릴 수 있는 대주거래의 증거금은 40%이다.
1000만원어치 주식을 빌린다면 400만원만 있어도 1000만원 투자와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반대로 얘기하면 손실도 2.5배로 커진다는 얘기다.
이를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라고 부른다.
ELW도 만기일까지 보유시 기초자산 가격이 행사가격에 1원이라도 못 미치면 평가가격은 '0원'이 된다.
500만원을 투자했는데 예상대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500만원을 모두 날리게 되는 것이다.
또 통상 주식 한 주당 ELW는 2~10주씩으로 나눠놨기 때문에 주가가 2% 하락하면 곧바로 4~20% 내려가게 돼 수시로 손실도 커진다.
옵션의 경우는 더 심하다.
옵션을 매도하면 이론적인 손실 규모는 무한대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계약을 팔아버렸는데 반대로 주가가 급등하면 그만큼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을 산 사람에게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