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미국發 도미노 금융위기 오나
지난 16일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는 2억3000만달러(주당 2달러)에 또 다른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로 넘어갔다.

2억3000만달러(원화는 약 2300억원)라면 베어스턴스의 맨해튼 본사 건물값(약 12억달러)의 4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자금 위기'였다.

베어스턴스는 작년부터 금융시장의 '뇌관'이 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계 채권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봤다.

급기야 회사에 돈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불안한 투자자들은 앞다퉈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은행들도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투자자들에게 돈을 내줘야 하는데 필요한 돈은 구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베어스턴스는 결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았고 곧바로 헐값에 JP모건체이스에 매각됐다.

초대형 금융회사인 베어스턴스의 몰락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한 단면이다.

금융위기란 경제의 '핏줄'인 금융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피가 잘 순환하지 못하면 몸에 이상이 생기듯,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금융 시스템에서 '심장'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들에 문제가 생기거나 금융시장의 '동맥경화' 증상인 신용경색이 심각해지면 금융위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예전에는 금융위기라 하면 주로 은행이 파산하고 예금 인출(뱅크런·Bank Run)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을 뜻했다.

그러나 글로벌화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서로 얽히면서 외환위기라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1990년대 말 한국 등 아시아시장을 휩쓴 외환위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은 해외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바람에 외환보유액(달러)이 바닥났고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야 했다.

달러당 800~900원대였던 환율은 석 달만에 1960원까지 치솟았다.

지금의 미국 금융위기 상황도 속 내용은 비슷하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달러를 구하지 못해 IMF라는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지원을 받았지만 미국은 자국통화인 달러화가 국제결제 및 금융거래에 통용되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자국의 중앙은행인 FRB가 시장에 돈을 풀며 위기 상황을 버텨가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대폭락도 금융위기의 한 형태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이어진 1929년의 뉴욕증시 대폭락,1987년 미국의 '블랙 먼데이'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근래엔 각종 파생상품의 등장 등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기 상황이 터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글로벌화로 위기의 전염성도 한층 강해졌다.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가 왜 발생하는지,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 '답'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아직 뚜렷한 결론은 없다.

여전히 금융위기는 주기적으로 발생하고,지금도 세계경제엔 또 한차례 '금융위기'가 닥친 상태다.

박성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