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드 봉사 현장에서 현지 대학생 한국노래 열창
[생글기자 코너] 필리핀에서 만난 한류열풍
국가 청소년위원회와 한국 해비타트 공동 주관으로 '해비타트 청소년 해외 봉사단' 30명이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해 1월6일까지 9박 10일간 필리핀 나가시의 비콜지역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펼쳤다.

해비타트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고통받는 계층에 소박하지만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NGO(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비정부기구)다.

열흘 동안 필리핀에 머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푹푹 찌는 한여름 무더위도 아니고 한국에선 맛볼 수 없는 새콤달콤한 열대 과일도 아니었다.

바로 한국 노래를 흥얼거리고,한국 드라마에 광분하는 필리핀 친구들이었다.

그렇게 말로만 떠들어대던 '한류열풍'을 피부로 느끼고 직접 볼 수 있었다.

건축 작업장에는 우리 팀뿐만 아니라 필리핀 지역의 해비타트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십여 명의 필리핀 대학생 친구들도 있었다.

우리 팀은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국에서 준비해 간 가요 CD를 크게 틀고 작업에 임했다.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OST (Original Sound Track·드라마 삽입음악)가 흘러나오자 R.J (18·Ateneo de Naga University 2학년) 학생은 이 노래를 안다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종영된 지 얼마 안 된 한국 드라마 음악을 필리핀 친구들이 어떻게 알까?

외국에서 우리 노래를 아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의아했다.

R.J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에서 한국 드라마와 한국 노래는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었다.

필리핀 주요 방송국인 ABS-CBN방송사와 GMA방송사에서는 앞다투어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24시간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는 채널도 있다.

필리핀 친구들은 KBS '가을동화' '겨울연가'에서부터,MBC '대장금',SBS '올인'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들의 줄거리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심지어는 배우 '윤은혜'가 나왔던 드라마의 이름을 모두 다 나열하기까지 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드라마 삽입곡과 그 가수의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Ichi (17·Ateneo de Naga University 1학년) 학생에 따르면,대다수의 드라마 삽입곡은 현지어로 번안되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드라마 '겨울연가'의 삽입곡은 엄청난 인기를 끌어 라디오에서 한 시간 동안 세 번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Ichi 학생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삽입곡을 한국어로 유창하게 불러 우리 팀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필리핀에 몰아친 한류열풍에 대해 우리 팀의 최의협(18·고3) 학생은 "한류 열풍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비'같은 가수들이 큰 인기를 끄는 그런 것인 줄만 알았는데,예상치도 못했던 필리핀에서,그것도 이렇게 낙후된 지역에서까지 한국 드라마와 한국 가수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작품을 수입해서 방영하는 문화 수입국에 불과했던 우리나라는 2004년 영상 콘텐츠의 해외 수출액이 7000만달러를 돌파했다.

방송 콘텐츠는 직접적인 수입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 외에 국가 이미지 제고,일반 상품의 수출 활성화,외국 관광객 유치 등 간접적인 효과도 상당하다.

특히 우리의 문화와 메시지를 담은 방송 콘텐츠가 필리핀 현지 시청자들의 안방 깊숙이 파고들어 한국을 알리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영상 콘텐츠의 수출 성공은 그 의미가 크다.

글로벌 시대의 진정한 문화 경쟁력,한류의 지속적인 번영과 발전을 염원한다.

이다솔 생글기자(민족사관고 3년) dasol-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