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계화 시대에 민족주의란…
"민족이란 대체 무엇입니까?

어째서 하노버(독일) 왕조는 하나의 민족이 아닌 반면 네덜란드는 하나의 민족입니까.

스위스는 세 개의 언어, 두 개의 종교, 서너 인종으로 구성돼 있지만 하나의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단 말입니까?

… 프랑스는 켈트족이기도 하고 이베리아족이기도 하며 게르만 민족이기도 합니다.

독일은 게르만족이기도 하고 켈트족이기도 하며 슬라브족이기도 합니다.

… (중략) 민족은 영속적인 그 무엇이 아닙니다.

민족들은 새롭게 생겨났고 언젠가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들의 대결집, 건전한 정신과 뜨거운 심장이야말로 민족이라 부르는 도덕적 양심을 창출합니다."

<에르네스트 르낭 '민족이란 무엇인가'에서 >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는 지금 다른 한편에서는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자원민족주의 기술민족주의 경제민족주의 등등.

발칸반도의 코소보 분쟁, 중동의 아프간 사태, 터키정부군의 쿠르드 반군 공습 등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 역시 그 기저에 민족 또는 종교 갈등이 깔려 있다.

민족주의를 둘러싼 논란은 현실적으로 민족주의가 존재하느냐에서 시작된다.

유럽 시민사회의 등장과 함께 대두된 민족주의는 근대화와 함께 세계 정치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교통 통신 기술의 발달과 시장의 개방으로 민족이란 개념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논란거리다.

많은 민족이 살고 있는 유럽은 이미 유럽공동체를 출범시킨 지 오래다.

세계화 시대 민족의 특수성이 점차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 국가 건설을 위해 투쟁하는 소수 민족의 분리주의 운동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각에서 세계화 시대의 민족주의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는 19세기 말 개화기에 태동한 뒤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가장 강력한 통치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아 왔다.

북한 정권은 민족을 김일성 주체사상에 접목시켜 북한 주민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수출주도 압축 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은 개방을 추구하지만 일부에서는 과도한 민족주의 이념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과연 민족과 민족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이미 단일민족에서 다민족사회로 변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