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흔들리는 달러 패권시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금융시장에서 헤게모니(주도권)의 일부를 잃어가고 있으며 그 자리를 유로화가 채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지적대로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유로화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역할을 확대해가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독점시대가 달러와 유로가 양분하는 과점시대로 바뀌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달러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었기 때문에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변함없이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경제와 비슷한 규모를 가진 유로 경제권이 떠오르면서 유로화가 달러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유로화는 달러패권을 넘볼 수 있는 기축통화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유로권(유로화를 공식통화로 사용하는 13개국)의 GDP는 11조7000억달러, 교역 규모는 3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GDP 13조2000억달러, 교역 규모 3조달러의 미국 경제와 맞먹는 수준이다.


국제자본이 달러 자산의 대체 운용처로 유로화 자산 활용을 확대하고 있어 준비 통화로서의 역할도 강화하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현재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64.8%로 1년 전(66.1%)에 비해 1.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유로화 비중은 같은 기간 24.8%에서 25.6%로 0.8%포인트 높아졌다.

자고 일어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달러 대신 가치가 오르는 유로화를 선호하는 현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는 중국이 투자자산을 달러 외에 유로 등으로 다변화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