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 비만(유전영향) vs 동양계 미국인 비만(환경영향)
[Cover Story] 비만이나 범죄는 유전자 탓이다!?
'죄인은 태생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인자를 갖고 태어나는가, 아니면 살아가면서 생활이 궁핍하거나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는가?'

그렇다면 범죄인은 교화할 수 있을까?

'비만은 절제하지 않은 데서 오는 과식 행동의 결과인가, 아니면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하나의 유전적 질환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현실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들이다.

더욱이 유전학과 뇌과학이 21세기 들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도 이에 대한 정답을 내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건강이나 교육 법의학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본성과 양육에 관한 쟁점들을 생각하고 토론해보자.

⊙ 범죄 유전자는 과연 있을까

범죄를 보는 관점은 유전적 요인설과 환경적 요인설이 줄곧 대립해왔다.

이탈리아의 형법학자 베카리아(1738∼94)는 범죄를 저지르고 안 저지르고는 모두 개인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주장한 반면 근대 범죄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법의학자 체사레 롬브로소(1836∼1909)는 1876년 발간한 '범죄인론'에서 "범죄인은 태어날 때부터 범죄인으로서의 소질을 지니고 있다"는 '생래적 범죄인'설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살인자는 충혈된 눈, 매부리코, 골격이 튼튼한 턱, 얇은 입술과 큰 어금니 등의 얼굴상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1858~1917) 등 대부분의 학자들은 사회 문화적 환경에 의해 범죄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뒤르켐은 범죄의 원인이 개인의 이기적인 행위나 내재적 유전에 있기보다는 사회적 분업이 발달하면서 생기는 무규범 상태(아노미) 등 사회적 환경과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분석은 오늘날 범죄 발생의 원인을 하위문화·빈곤·실업 등 경제 문화 환경 요소에 있다고 하는 사회학적 범죄학의 기초가 됐다.

최근 들어서는 롬브로소의 영향을 받아 범죄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있다고 믿고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 비만도 유전자 탓?

비만은 유전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분야 중 하나다.

유전 요인을 지지하는 이들은 비만 유전자가 따로 있으며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살이 찌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들을 조사한 결과 모두 비만하다는 사실이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다.

반면 환경적 요인을 지지하는 측은 음식 습관이나 주변 생활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과 중국 일본계 이민자들이 이들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더 비만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결국 음식의 차이가 비만을 이끈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비만 연구에서 주목받는 가설은 유전자와 후천적 환경을 결합하는 절약 유전자 가설이다.

많이 먹지도 않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비만과 당뇨병이 심한 현상을 이상하게 여긴 유전학자 제임스 닐이 제시한 이 가설은 인간의 특정 유전자가 기근에 대비해 대사 효율이나 지방 축적행동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기근을 대비할 필요가 없는 시대에는 이런 유전자를 지닌 특정 민족집단이 영양 과다가 되어 비만과 당뇨병을 자주 앓게 됐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정신분열증도 유전자나 신경전달물질(시냅스), 바이러스 등에 의한 선천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학설과 정신적인 충격이나 후천적인 음식 습관 등으로 인해 발병한다는 환경적 원인설이 대립되고 있는 대표적인 질환 분야다.

⊙ 교육은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가

20세기 교육학계를 지배한 행동주의 학습이론은 인간 지능은 점진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이 이론은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고 계속적인 강화를 제공한다면 어떤 행동도 학습할 수 있다는 양육 우위론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맞서 개개인의 기본적 특성은 원래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며 이 생물학적 특성이 환경적 요인들과 어울려 완전한 인격체로 발전한다고 하는 본성론에 대한 연구 성과물도 최근 교육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언어 교육분야에서 미국의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1928∼)는 인간은 누구나 언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태어날 때부터 갖추고 있다는 생성이론을 전개, 다른 분야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990년부터 시작된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으며 지능도 유전한다는 지능유전설도 제기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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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져 자란 쌍둥이가 함께 자란 입양 형제보다 더 닮아…본성론 점차 우세

토마스 부처드 미네소타대 교수팀은 100여쌍의 헤어져 자란 쌍둥이를 연구했다.

이 연구를 위해 어렸을 때 헤어진 일란성 쌍둥이들이 자신의 유전적인 복제인간을 만나기 위해 미국 전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심지어는 중국으로부터 모여들었다.(Sources of Human Psychological Difference, Thomas J Bouchard)

연구팀은 IQ를 비롯해 성격 전반에 걸쳐 유사성과 차이점을 관찰했다.

헤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의 IQ는 70% 정도 서로 닮았다.

선천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일 것이라는 기존의 추측을 훨씬 상회했다.

연구의 진짜 충격은 이보다 더 과격하다.

한 집에서 같은 부모 밑에서 양육된 보통의 일란성 쌍둥이도 헤어져 자란 쌍둥이처럼 70%밖에 닮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양육을 비롯해 부모가 제공한 환경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같이 자란 형제간, 헤어져 자란 형제간, 혹은 입양 형제간에도 동일한 연구 결과가 나온다.

같이 자란 형제가 헤어져 자란 형제보다 더 닮지 않았다.

입양된 형제는 한 집에서 같이 자란 형제들과 남만큼이나 달랐다.

유전적으로는 서로 남이기도 하다.

입양 형제의 IQ는 언제 측정하느냐에 따라 상관 정도가 다른데 청소년기 이전에는 같이 자란 형제와 유사성을 보이다가도 성인이 된 이후 측정해 보면 유사성이 실종된다.

이 연구의 결과에 대한 반응은 격렬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부처드 교수는 '독일 파시즘'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그의 특강이 인종주의자의 강의를 반대한다는 학생들에 의해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쌍둥이 연구는 인간의 특성과 유전자의 관계를, 또 아이를 똑똑하게 한다는 수많은 양육기법의 실제적인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다.

그러나 이 연구가 유전자 결정론을 지지한다고 보는 건 속단이다.

IQ의 경우 70%나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인성이나 기타 성격은 40% 정도 설명한다.

학업성적도 40% 정도다.

나머지 절반은 같이 자란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다르다.

그 차이가 양육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어떤 형태로건 선천적이지 않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건 분명하다.

유전자는 절반의 가능성일 뿐이다.

오태민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lowfore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