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작은 정부 vs 큰 정부
'정부'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어떤 사회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한 뒤 사뭇 비장한 어조로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로 끝나는 TV 뉴스를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기 일쑤다.

어쩌다 가로등이 고장나 동네 골목길이 어두우면 '대체 뭐하는 거야,이런 것도 안 고쳐 놓고'라는 생각을 하기 쉽고 대개 그 투덜거림은 어렴풋이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인류의 사상사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정부'다.

정부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가를 놓고 무정부주의에서부터 공산주의까지 다양한 이념들이 갈려 나왔다.

한국인들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시대를 거쳐 온 경험 때문인지 정부에 많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한때는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 혜택을 충분히 나눠주는 유럽식 사회복지국가 모델이 이상적인 정부의 모습으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상식적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 정부의 경향은 다시 정부의 역할과 조직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복지국가였던 스웨덴은 물론이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 대부분이 정부는 작게,민간과 시장은 크게 가져가는 '우파 개혁'을 추진 중이다.

정부 슬림화와 공공부문 개혁을 경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로 꼽는 것은 유럽을 넘어 세계적 추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포퓰리즘 경향을 보였던 참여정부는 복지와 분배에 치중한 나머지 정부의 기능과 역할을 크게 확대했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수십개의 장·차관 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그러는 동안 공무원들의 책상 수도 무려 7만개나 더 늘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새 정부는 이런 흐름을 다시 반대로 돌려 놓으려 하고 있다.

정부 조직에 대한 대수술을 통해 '18부 4처'를 '13부 2처'로 줄이겠다는 게 그 골자다.

기존 공무원 조직의 기능을 개편하고 일부는 공기업으로 떼어내 공무원 수도 점차 줄여 나가기로 했다.

공공부문을 줄이는 것을 통해 민간의 활력을 북돋우기로 했다는 점에서 볼 때 '작은 정부,큰 시장'을 지향점으로 설정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작은 정부'가 되면 TV 뉴스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은 바로 잡을 수 없는 걸까.

가로등은 계속 꺼져 있고,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은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하지만 '작은 정부론'은 무조건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자는 데 국한된 얘기가 결코 아니다.

관료 조직의 속성은 과거 영국에서 식민지가 줄고 있는데도 식민지청 공무원은 4배나 늘었고 바다의 해군 수는 줄었는데 육지에 있는 해군성 공무원은 2배나 증가했다는 파킨슨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늘어나는 공무원 숫자만큼 행정 절차는 복잡해지고 비효율성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또 자리 수만큼 규제가 늘어 민간의 창의를 억누르게 된다.

따라서 일이 효율적으로 되게 하려면 정부의 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안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에 불과하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