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시장이냐 정부냐…개인이냐 집단이냐
1970년대는 두 차례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극심한 불황에 처한 시기다.

케인스식 처방도,사회주의 경제체제도 더 이상 효용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세계경제 침체는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 모형이 높은 임금비용,조세부담,과도한 규제로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킨 결과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오스트리아학파의 프리드리히 폰 하이예크는 "정부 개입 없이도 시장에 의한 자생적인 질서 형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영국의 대처 정부와 미국의 레이건 정부를 통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혁신,민영화,규제 완화 등으로 구현됐다.

이는 '영국병(British disease)'과 '미국의 불안(American malaise)'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고,복지국가를 지향한 유럽 대륙 간의 경제 격차로도 나타났다.

극단적인 큰 정부였던 공산주의의 몰락도 전혀 무관하진 않다.

한마디로 작은 정부가 더 효율적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다니엘 예르긴은 저서 「시장 대 정부」에서 20세기 현대사를 "시장과 정부가 서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싸웠던 시기이며,국가 주도 경제가 쇠퇴하고 시장경제가 승리한 시기"라고 규정지었다.

⊙ 큰정부론 vs 작은정부론

정부 개입주의 시각에서 정부는 '정의의 사도'이므로 큰 정부여야 한다고 본다.

케인스는 경기 조절자로서의 정부를 구상했고,'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모토로 유명한 영국의 베버리지보고서(1942)는 복지국가 건설자로서의 정부를 상정했다.

이 같은 정부 개입주의의 극단적인 모습이 공산국가들의 국가만능주의다.

정부가 아예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시장실패 못지않게 정부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정부 실패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관료들의 비용개념 부재,공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전지전능할 수 없는 정부,이익단체에 휘둘리는 분배적 불평등 등이 정부 실패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 복지국가들의 지나친 복지행정은 개개인의 자립심 저하,세금·사회보험료 부담 증가에 따른 노동의욕 상실로 경제활동 정체를 가져왔다.

작은정부론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자유주의자이자 통화주의자인 밀튼 프리드먼은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큰 정부를 작은 정부로 대체해야 한다"며 정부가 담당해야 할 일로 ①사회질서와 안정의 유지 ②사유재산의 법적 보장 ③법률 제정에 대한 비판의 자유 ④계약의무의 이행 ⑤경쟁 촉진 ⑥통화제도의 유지 ⑦병자와 노약자 보호 등 7가지를 꼽았다.

그 외의 민간 활동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시장의 효율성과 성장잠재력을 저해하고 개인의 창의로운 활동을 제약해 오히려 실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구루(guru)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경영이 나빠지면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정부는 국가경영이 어려워지면 정부 기구를 더 늘려 해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큰 정부의 문제점은 민간의 활력을 좀먹는다는 점과 관료시스템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도덕적 해이와 맞물려 있다.

그렇다고 작은 정부가 만능인 것은 아니다.

미국에선 정부 기능이 민간에 대거 위탁됨에 따라 '텅빈 정부(hollow state)'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오늘날 최적의 정부 형태는 정부가 크고 작으냐의 차원보다 얼마나 투명하고 효율적이냐에 있지 않을까.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참고도서>

▷장정길 외,'작은 정부론'(2007,부키)

▷수잔 스트레인지,'국가와 시장'(2005,푸른길)

▷김승옥 외,'시장인가? 정부인가?'(2004,부키) ▷소병희,'정부실패'(2007,삼성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