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무원들은 항상 바쁘다.
참여정부 들어 7만명이나 공무원 숫자를 늘렸지만 최근까지도 청와대에선 '할 일은 많고 사람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쪽에서 정부 조직을 더 키워야 하는 이유를 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엔 저출산 고령 사회가 찾아오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복지와 분배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통하고 있다.
새 정부가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독거노인을 돌봐줄 사회복지직 공무원도 줄게 될 것'이라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렇지만 '작은 정부'를 말하는 이유는 공무원이 할 일이 없다거나 노는 공무원이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공무원이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 큰 정부가 비효율과 규제 낳는다
정부의 역할이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근거 중 하나는 '관료조직 비효율' 때문이다.
항상 '법과 규정'에 매여 있는 공무원들은 사업 그 자체보다 행정 절차를 밟고 문서로 남기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쓴다.
의사 결정에 거치는 단계가 많다 보니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정부가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게 300억원의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겠다며 돈을 마련해 놓고도 한참 동안이나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말 그대로 '긴급'을 요하는 돈인데도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필요할 때 지급되지 못한 것이다.
충남도는 "해양수산부가 지원금의 성격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중앙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고,정부는 "주민들에게 채권 양도계약서를 받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발뺌했다.
'작은 정부'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규제 혁신 필요성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공무원이 체육대회를 하거나 정치인이 잠을 자는 시간에 경제가 성장한다"는 얘기가 있다.
관료들이 갖가지 명분으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갉아 먹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만은 할 수 없다.
한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독일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다.
양국 경제계 인사들이 마주 앉은 자리에서 독일 기업인들이 한국의 반도체산업 급성장 이유를 묻자,한국 기업인 중 하나가 "반도체 산업이 새로 생긴 분야라 공무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발전했다"며 답변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국 기업 관계자는 "독일 기업인들이 농담 같은 이 얘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한 것을 보면 어느 나라건 공무원들이 '시어머니'인 것은 똑같은가 보다"고 말했다.
⊙ 선진국들도 '작은 정부 큰 시장' 지향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론'은 본래 국민의 조세 부담을 최대한 줄이면서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값싼 정부(cheap government)'와 비슷한 개념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로 와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삶에 개입하면서 복지 혜택을 나눠주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고복지·고부담'의 큰 정부가 일반화됐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의 나라들이다.
지난 5년간 참여정부도 이 같은 유럽국가 모델을 들여와 공무원을 늘리고 정부기구를 확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 잘하는 공무원은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고 공공연히 말하면서,"해야 할 일이 수 없이 많아 결코 공무원이 많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새 정부의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고 검증된 바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사회복지국가의 원조인 유럽의 스웨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오히려 최근에 정부의 역할을 줄이는 추세다.
민간 이양과 시장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우파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정부 조직과 공공부문 수술에 나섰고,다른 국가들에서도 공무원의 감축이 경제 성장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필요조건'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1980년대만 해도 가난에 찌들어 '유럽의 열등생'이었던 아일랜드가 불과 반세기 만에 유럽에서 '손꼽히는 부국'으로 탈바꿈한 것도 작은 정부를 만들고 재정 지출과 세금을 낮추는 파격적 정부 개혁을 해냈기 때문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이 선진화의 길로 가려면 정부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되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효율적일 수 없는 분야는 과감하게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새 정부가 '작은 정부'를 목표로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당선인이 거론한 '대불공단의 전봇대'처럼 깊게 박힌 관료주의의 비효율은 새 정부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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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정부조직을 줄이는 까닭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8부 4처로 돼 있는 현행 정부 조직을 13부 2처로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참여정부 들어 416개까지 늘어난 각종 정부 위원회도 201개만 남기기로 했다.
인수위가 밝힌 정부 조직 개편의 목표는 '유능한 정부,작은 정부,섬기는 정부,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정부'다.
단순한 군살 빼기가 아니라 정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편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7% 성장을 통해서 10년 안에 4만달러 소득을 달성하고 7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이른바 '747 공약(公約)'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대외 경제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 성장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작은 정부,큰 시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인수위의 생각이다.
비대해진 관료 조직을 갖고는 경제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새 정부는 민간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그치겠다고 하고 있다.
기업이 신바람나게 뛸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일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이 폐지되는 일부 부처의 저항과 로비에도 불구하고 정부 조직에 대한 대수술에 착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가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7만명이나 공무원 숫자를 늘렸지만 최근까지도 청와대에선 '할 일은 많고 사람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쪽에서 정부 조직을 더 키워야 하는 이유를 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엔 저출산 고령 사회가 찾아오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복지와 분배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통하고 있다.
새 정부가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독거노인을 돌봐줄 사회복지직 공무원도 줄게 될 것'이라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렇지만 '작은 정부'를 말하는 이유는 공무원이 할 일이 없다거나 노는 공무원이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공무원이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 큰 정부가 비효율과 규제 낳는다
정부의 역할이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근거 중 하나는 '관료조직 비효율' 때문이다.
항상 '법과 규정'에 매여 있는 공무원들은 사업 그 자체보다 행정 절차를 밟고 문서로 남기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쓴다.
의사 결정에 거치는 단계가 많다 보니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정부가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게 300억원의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겠다며 돈을 마련해 놓고도 한참 동안이나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말 그대로 '긴급'을 요하는 돈인데도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필요할 때 지급되지 못한 것이다.
충남도는 "해양수산부가 지원금의 성격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중앙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고,정부는 "주민들에게 채권 양도계약서를 받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발뺌했다.
'작은 정부'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규제 혁신 필요성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공무원이 체육대회를 하거나 정치인이 잠을 자는 시간에 경제가 성장한다"는 얘기가 있다.
관료들이 갖가지 명분으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갉아 먹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만은 할 수 없다.
한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독일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다.
양국 경제계 인사들이 마주 앉은 자리에서 독일 기업인들이 한국의 반도체산업 급성장 이유를 묻자,한국 기업인 중 하나가 "반도체 산업이 새로 생긴 분야라 공무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발전했다"며 답변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국 기업 관계자는 "독일 기업인들이 농담 같은 이 얘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한 것을 보면 어느 나라건 공무원들이 '시어머니'인 것은 똑같은가 보다"고 말했다.
⊙ 선진국들도 '작은 정부 큰 시장' 지향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론'은 본래 국민의 조세 부담을 최대한 줄이면서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값싼 정부(cheap government)'와 비슷한 개념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로 와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삶에 개입하면서 복지 혜택을 나눠주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고복지·고부담'의 큰 정부가 일반화됐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의 나라들이다.
지난 5년간 참여정부도 이 같은 유럽국가 모델을 들여와 공무원을 늘리고 정부기구를 확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 잘하는 공무원은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고 공공연히 말하면서,"해야 할 일이 수 없이 많아 결코 공무원이 많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새 정부의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고 검증된 바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사회복지국가의 원조인 유럽의 스웨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오히려 최근에 정부의 역할을 줄이는 추세다.
민간 이양과 시장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우파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정부 조직과 공공부문 수술에 나섰고,다른 국가들에서도 공무원의 감축이 경제 성장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필요조건'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1980년대만 해도 가난에 찌들어 '유럽의 열등생'이었던 아일랜드가 불과 반세기 만에 유럽에서 '손꼽히는 부국'으로 탈바꿈한 것도 작은 정부를 만들고 재정 지출과 세금을 낮추는 파격적 정부 개혁을 해냈기 때문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이 선진화의 길로 가려면 정부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되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효율적일 수 없는 분야는 과감하게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새 정부가 '작은 정부'를 목표로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당선인이 거론한 '대불공단의 전봇대'처럼 깊게 박힌 관료주의의 비효율은 새 정부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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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정부조직을 줄이는 까닭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8부 4처로 돼 있는 현행 정부 조직을 13부 2처로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참여정부 들어 416개까지 늘어난 각종 정부 위원회도 201개만 남기기로 했다.
인수위가 밝힌 정부 조직 개편의 목표는 '유능한 정부,작은 정부,섬기는 정부,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정부'다.
단순한 군살 빼기가 아니라 정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편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7% 성장을 통해서 10년 안에 4만달러 소득을 달성하고 7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이른바 '747 공약(公約)'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대외 경제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 성장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작은 정부,큰 시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인수위의 생각이다.
비대해진 관료 조직을 갖고는 경제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새 정부는 민간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그치겠다고 하고 있다.
기업이 신바람나게 뛸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일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이 폐지되는 일부 부처의 저항과 로비에도 불구하고 정부 조직에 대한 대수술에 착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가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