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형제도, 사법살인인가 정의로운 형벌인가
사형 집행 장면을 목격하면 누구나 사형제 폐지론자가 되고, 사형수가 저지른 범행 장면을 목격하면 사형제 존치론자가 된다고 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같은 영화를 보면 뉘우치는 주인공을 볼 때 사형제가 폐지돼야 할 것 같다가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22명을 죽인 유영철의 범죄행각을 보면 사형제가 필수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범죄와 형벌은 동전의 양면이자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최근 사형제를 둘러싼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① 국제엠네스티(사면위원회)가 작년 말로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지정했다.

② 노무현 대통령이 연말 특별사면 때 사형수 6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③ 사형제 폐지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은 아직 남은 사형수들을 상징하는 비둘기 64마리를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④ 서울중앙지법은 북한 활동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1961년 사형당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에 대해 47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⑤ 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시 예시문항에도 사형제 관련 문제가 등장했다.

⑥ 미국 뉴저지주는 사형제를 폐지한 13번째 주가 됐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도 새삼 사형제도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국민의 60%가량이 사형제에 대해 찬성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나 대법원도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과거보다 사형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사형제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이다.

과연 사형제는 사법살인이므로 폐지해야 하는가, 흉악한 범죄에 대해 사회정의에 부합되는 처벌이므로 유지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의 연결고리는 끝이 안 보일 정도다.

먼저 사형제도의 범죄 억제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의 논란에서부터, 범죄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와 피해자 인권은 어디서 보상받느냐는 견해가 충돌하기도 한다.

흉악범에 대한 형벌과 관련, 죄값을 치르게 하는 것(응보)이 우선인가, 어떤 죄를 지었든 뉘우치게 만드는 것(교화)이 우선인가도 쉽게 답하기 어렵다.

이는 사회 정의가 우선인가, 인간 존엄성이 우선인가의 문제와도 맞물려 있고, 인간 본성은 처음부터 갖고 태어나는 것인가, 자라면서 형성되는 것인가라는 '본성과 양육'의 논쟁과도 맥이 닿아 있다.

사형제를 폐지해도 이런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사형 대신 고려되는 종신형은 어떨까.

여럿을 죽인 살인범에게 종신형이 내려지면 한 명을 죽인 살인범도 종신형을 내릴 것인가.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질러도 사형당할 염려가 없다는 사실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쉽게 상상하기가 어렵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