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결혼은 미친 짓일까
2000년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이만규의 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선정됐다.

현대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다룬 이 소설은 이듬해 유하 감독, 감우성·엄정화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사실 이 작품은 그 내용보다 제목으로 인해 더 화제를 모았다.

이 소설·영화를 계기로 기혼자든, 미혼자든 누구나 한 번쯤 '결혼을 미친 짓일까' 하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니까.

한해 10만쌍이 결혼하는 반면 4만~5만쌍은 이혼한다.

전문직에다 고액연봉을 받으면서도 결혼은 원치 않는 '골드미스'가 늘어나고 있고, 미국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처럼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낳는 생물학적 엄마인 '싱글맘' 또는 '미스맘'까지 새로 등장했다.

이와 함께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할 구시대의 혼인 유지장치라는 논란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여성들이 더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고, 거꾸로 남편이 아내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이혼은 안 된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남녀관계만 놓고 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권력이동이 뚜렷하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결혼제도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절반은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고, 법적 혼인이 아닌 동거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정조를 목숨처럼 지키는 조선시대 열녀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결혼은 미친 짓이 되어가는 것일까?

결혼제도는 법적·사회적 공인을 전제로 한 남녀의 결합이다.

그래서 청첩장을 돌리고, 하객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결혼으로 가정을 이루고 출산과 양육을 통해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직이다.

사회를 유기체라고 한다면 세포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결혼식에서 신성한 혼인서약 이전에 우리나라 헌법에도 혼인과 가족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규정(36조 1항)이 있을 정도다.

따라서 건강한 국가·사회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결혼제도는 여전히 필수적이다.

하지만 급속한 의식변화는 개개인에게도 과연 결혼이 필수적인가 반문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족을 이루는 '탄생→교육→혼인→출산'이란 일련의 상관관계의 한 축(혼인)이 흔들리면서 전통적인 가족제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핵가족 시대를 넘어 이제는 독신 ,동거, 편부모 또는 싱글맘·싱글대디 등 2차 핵분열을 맞고 있다.

모두가 결혼제도를 기피한 결과다.

이 같은 결혼관 변화의 기저에는 사회적·경제적 요인들이 숨어 있다.

요즘 결혼이 엄청난 기회비용(주택비, 양육비, 교육비…)을 치러야 하는 값비싼 의례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혼제도는 '상당이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다.개인과 사회의 안정감을 높이는 데 가장 유용하며, 2세를 갖는 기쁨과 법적·경제적 이득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결혼제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과연 미래에도 존속될까, 아니면 사라질까.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