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과목수 4~5개로 줄고 수능등급제 폐지될 듯

현재 중3이 고3될 때 본고사·고교등급제 도입될 전망

[Focus] 대학 입시제도 어떻게 바뀌는 거지?
앞으로 대학들은 대입에서 내신과 수능의 반영비율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된다.

필요할 경우 대학이 본고사를 도입하거나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것은 3년 뒤쯤 허용된다.

또한 30년 동안 유지돼온 고교 평준화 제도도 자율형 사립고 등 다수의 '엘리트 고교' 신설로 사실상 무너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를 돕는 기구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업무보고를 했다.

우선 △1단계로 수능시험과 내신 반영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2단계로 수능 과목수를 현재 7개에서 4~5개로 축소하며 △마지막 3단계로 본고사·고교등급제를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이 당선인의 '3단계 대입 자율화' 방안을 전면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의 업무보고 내용이 현실화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를 문답풀이 형태로 재구성했다.

▶교육부가 대입에서 손을 뗀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달라지나.

"지금까지 대입과 관련된 정책은 교육부가 직접 챙겼다.

'3불(不) 정책'을 통해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해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내신 의무 반영비율을 정해놓고 이 비율에 미달하는 대학에 행정·재정적 제재를 가했고 논술도 역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일일이 체크했다.

교육부의 대입 업무가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으로 넘어가면 이 같은 정부 차원의 제재가 사라지게 된다.

'3불(不)' 중에서 기여입학제를 뺀 '2불'은 풀리게 된다.

기여입학제의 경우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 인수위의 입장이다."

▶고교등급제가 시행되면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에 다니는 우등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나.

"앞으로 대학들은 학생들의 선발을 담당하는 입학사정관을 둘 예정이다.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교육과정의 특징,전반적인 학력 수준,학생들의 흥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생들을 평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교의 학력 수준이 감안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고교등급제가 사실상 허용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 관계자들은 '계량화된 학교 등급에 따라 기계적으로 점수를 배정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입학사정관이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 출신도 실력만 뛰어나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능 과목수가 줄어든다는데.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 출마 전부터 수능의 과목을 7개에서 4~5개로 줄이겠다고 주장해왔다.

이 방안은 교육부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사안인 만큼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선택과목으로 돼 있는 탐구영역 등에서 1~2개 과목만 공부하면 되기 때문에 수험생의 부담이 줄어든다."

▶논란이 됐던 수능등급제는 어떻게 되나.

"수능등급제와 관련,교육부는 3월까지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처 보완책을 만들겠다는 의견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이전에 매듭지어야 한다며 2월 초까지 수능등급제의 폐해를 보완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따라서 당장 올해 시험을 치를 2009학년도 대입에서 수능등급제가 폐지될지 여부는 2월 초에 최종 확정된다.

인수위와 교육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처럼 수능 등급과 함께 표준점수,백분위를 표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표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질 경우 등급제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대학이 주도하는 자율적인 대입제도가 2009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되나.

"인수위는 대입제도 개선문제는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2월 초까지 새 대입제도의 도입시기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능등급제 폐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인수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학이 주도하는 자율적인 대입제도의 적용시기는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11학년도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부터 본고사,고교등급제 등이 대입에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 대입제도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고려해 3년 정도의 유예를 두고 바뀐다.

단,수능등급제의 경우 올해 고3이 되는 수험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09학년도부터 없앨 가능성이 높다."

▶고교 평준화 제도도 폐지되나.

"성적 상위 10~20% 학생들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평준화제도가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평준화제도에 대한 이 당선인의 대안은 이른바 '300 프로젝트'다.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정할 수 있는 자율형 사립고(100개),마이스터고(50개,전문계 특성화 고교),기숙형 공립고(150개) 등을 설립해 '붕어빵식' 인문계 고교를 대체한다는 뜻이다.

교육부도 이 방안을 도입키로 하고 실무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외국어고·과학고 등의 특목고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는 외고·과학고의 지정과 운영 등 초·중등교육과 관련된 권한을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경기도를 비롯한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엘리트 고교' 설립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신설되는 외고·과학고의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도 있나.

"대학의 연구개발사업 지원은 과학기술부와,평생교육은 노동부와 업무영역이 중복된다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 부분의 업무를 일원화하는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부처 간 업무 조정은 부처별 업무보고가 마무리되는 1월 말께 이뤄질 전망이다.

대학 관련 업무는 대학협의체로,초·중등교육 관련 업무는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진 상황에서 연구개발 사업지원,평생교육 업무까지 타 부처로 이관할 경우 '초미니' 부처로 전락하거나 아예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과기부와 조직을 합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밖에 교육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나.

"그동안 교육부가 평준화의 틀을 흔들 수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던 기초학력 학업성취도 평가의 학교별 결과가 공개된다.

이렇게 되면 같은 교육청 관내 학교 학생들의 학력 서열을 일반인들이 파악할 수 있다.

교원 정원의 결정·임용·인사 등의 권한이 교육부에서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되며 개별 학교의 학교 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확대되는 것도 새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의 일부다.

교육부 고위 관료가 지방대학의 사무총장이나 시·도 교육청의 부교육감으로 부임하는 순환보직제의 폐지도 교육부에 대한 인수위의 요구사항 중 하나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