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현실생활이 어려울수록 종교에서 위안을 찾는다.
대다수 종교들은 믿는 자에게 현세의 복락,내세의 구원으로 위안을 준다.
기독교·이슬람교의 천국과 영생,불교의 극락과 정토,인도 종교의 윤회와 해탈 같은 것들이 그렇다.
종교에서의 천국 개념은 유토피아적 상상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들도 끊임없이 시도된다.
이때 '완벽한 세상' 역시 상상 속에 그려지는 유토피아다.
차별 없고,빈부격차 없고,계급이 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사회를 바꿔야 할지를 주장한다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결국 유토피아적 상상이란 종교,철학,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인 셈이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세상에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상상 속의 이상향은 현실에 구현될 수 없는 것인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인간 본성'인가,'헛된 망상'인가? 인간은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이런 궁금증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역사는 진보인가 순환인가
인류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볼 것인가,아니면 흥하고 쇠하는 순환과정으로 볼 것인가는 역사 철학자들의 부단한 논쟁거리였다.
다른 말로는 역사 진보론과 순환론,불변의 역사의 법칙이 있다는 역사주의와 모든 역사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상대주의의 대립이기도 하다.
진보론은 직선적(linear)인 역사관으로 미래 역사의 종점에 유토피아가 존재할 것임을 암시한다.
기독교의 천년왕국,플라톤의 철인이 통치하는 이상국가,마르크스의 역사 최후단계로서의 공산사회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진보론은 한편으론 역사의 완성을 주장하기 때문에 종말사관의 성격도 갖는다.
반면 순환론은 역사가 둥근 원처럼 반복적으로 순환(circular)한다는 생각이다.
공자는 '춘추'에서 역사를 사계절에 비유했다.
이탈리아 철학자 G 비코(1668~1744)는 나선형적 순환사관을 통해 역사는 순환하지만 동시에 진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를 신들의 시대,영웅의 시대,인간의 시대 3단계로 구분하고 무질서에서 질서로,야만에서 영웅,이성으로 진보하지만 다시 야만인들에 의해 몰락해 순환한다고 보았다.
그의 역사관은 19세기 역사주의에 큰 영향을 줬다.
역사주의는 역사에 일정한 운동법칙이 있다고 보는 사고 패턴을 말한다.
⊙ 유토피아는 곧 '닫힌 사회'
인간이 꿈꾼 유토피아나 이상국가의 모습은 대개 엇비슷하다.
강력한 중앙통제 속에 사유재산이 없고,공동생산과 분배,룰을 어기는 일탈 금지,한 직업에 평생 종사,적은 노동시간,국민에 대한 교화…,등등의 공통점이 있다.
유토피아가 유지되려면 지도자가 교체되어선 안 되고 부를 축적하는 상업도 규제해야 하며,실업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최선의 상태',곧 '균형 상태'이므로 변화가 필요 없는 완성된 세계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유토피아를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역사가 인간이 바꿀 수 없는 법칙에 의해 발전한다고 여긴 플라톤이나 마르크스의 역사관을 비판했다.
역사의 종착역,즉 유토피아를 상정하는 사상은 필연적으로 권위주의적 독재와 '닫힌 사회'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포퍼의 경고는 옛 소련 등 공산국가나 히틀러의 나치 독일 등에 의해 입증됐다.
세상은 진보하든,순환하든,나선형으로 순환하든 늘 변한다.
역사의 종착역이라면 내려야 하지만,역사라는 열차는 계속 달려가지 않는가.
⊙ 문인화와 진경산수화
유토피아라는 개념은 다양한 문화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만큼 유토피아를 지칭하는 명칭들이 동서양에 다양하다.
낙원을 뜻하는 '파라다이스(paradise)'는 페르시아 말로 '벽으로 둘러싸인 과수원'을 뜻하는데,나중에는 죽은 이가 고통에서 해방돼 행복하게 지내는 서해 끝의 섬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천국이자 고요한 피안의 땅인 '엘리시움(Elysium)'과 그리스·로마시대 전원시,르네상스 문학에 전원의 낙원으로 묘사된 '아카디아(Arcadia)'도 낙원의 개념이다.
남미 아마존 강변에 황금가루를 몸에 칠한 왕이 다스리는 황금나라 '엘도라도(El Dorado)'와 스페인군의 약탈을 피해 잉카인들이 황금을 감추었다는 안데스산맥 밀림 속 도시 '파이치치(Paichichi)' 전설이 있다.
콜럼버스도 엘도라도의 황금에 이끌려 신대륙을 발견하게 됐고,많은 탐험가들이 16~18세기에 이 나라를 찾아 탐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북유럽 신화에 '발할라(Valhalla)','아스가르드(Asgard)'라는 낙원이 있고,켈트족 전설에는 요정들의 낙원이자 사과나무가 만발한 섬 '아발론(Avalon)'도 있다.
동양에서도 유토피아를 지칭하는 명칭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무릉도원(武陵桃源)' 또는 '도원경(挑源境)'이다.
중국 동진(東晉)시대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등장하는 '복숭아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곳'을 뜻한다.
불교의 밀교 경전인 '칼라차크라 탄트라'에 나오는 연꽃 모양의 도시 '샴발라(Shamballah)'는 히말라야 설산 너머의 불가사의한 왕국으로 그려져 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불로불사의 지상낙원 '샹그리라(Sangri-La)'도 샴발라의 이미지를 차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이상향으론 제주도 남쪽의 피안의 섬 '이어도','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을 꼽을 수 있다.
대다수 종교들은 믿는 자에게 현세의 복락,내세의 구원으로 위안을 준다.
기독교·이슬람교의 천국과 영생,불교의 극락과 정토,인도 종교의 윤회와 해탈 같은 것들이 그렇다.
종교에서의 천국 개념은 유토피아적 상상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들도 끊임없이 시도된다.
이때 '완벽한 세상' 역시 상상 속에 그려지는 유토피아다.
차별 없고,빈부격차 없고,계급이 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사회를 바꿔야 할지를 주장한다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결국 유토피아적 상상이란 종교,철학,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인 셈이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세상에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상상 속의 이상향은 현실에 구현될 수 없는 것인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인간 본성'인가,'헛된 망상'인가? 인간은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이런 궁금증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역사는 진보인가 순환인가
인류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볼 것인가,아니면 흥하고 쇠하는 순환과정으로 볼 것인가는 역사 철학자들의 부단한 논쟁거리였다.
다른 말로는 역사 진보론과 순환론,불변의 역사의 법칙이 있다는 역사주의와 모든 역사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상대주의의 대립이기도 하다.
진보론은 직선적(linear)인 역사관으로 미래 역사의 종점에 유토피아가 존재할 것임을 암시한다.
기독교의 천년왕국,플라톤의 철인이 통치하는 이상국가,마르크스의 역사 최후단계로서의 공산사회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진보론은 한편으론 역사의 완성을 주장하기 때문에 종말사관의 성격도 갖는다.
반면 순환론은 역사가 둥근 원처럼 반복적으로 순환(circular)한다는 생각이다.
공자는 '춘추'에서 역사를 사계절에 비유했다.
이탈리아 철학자 G 비코(1668~1744)는 나선형적 순환사관을 통해 역사는 순환하지만 동시에 진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를 신들의 시대,영웅의 시대,인간의 시대 3단계로 구분하고 무질서에서 질서로,야만에서 영웅,이성으로 진보하지만 다시 야만인들에 의해 몰락해 순환한다고 보았다.
그의 역사관은 19세기 역사주의에 큰 영향을 줬다.
역사주의는 역사에 일정한 운동법칙이 있다고 보는 사고 패턴을 말한다.
⊙ 유토피아는 곧 '닫힌 사회'
인간이 꿈꾼 유토피아나 이상국가의 모습은 대개 엇비슷하다.
강력한 중앙통제 속에 사유재산이 없고,공동생산과 분배,룰을 어기는 일탈 금지,한 직업에 평생 종사,적은 노동시간,국민에 대한 교화…,등등의 공통점이 있다.
유토피아가 유지되려면 지도자가 교체되어선 안 되고 부를 축적하는 상업도 규제해야 하며,실업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최선의 상태',곧 '균형 상태'이므로 변화가 필요 없는 완성된 세계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유토피아를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역사가 인간이 바꿀 수 없는 법칙에 의해 발전한다고 여긴 플라톤이나 마르크스의 역사관을 비판했다.
역사의 종착역,즉 유토피아를 상정하는 사상은 필연적으로 권위주의적 독재와 '닫힌 사회'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포퍼의 경고는 옛 소련 등 공산국가나 히틀러의 나치 독일 등에 의해 입증됐다.
세상은 진보하든,순환하든,나선형으로 순환하든 늘 변한다.
역사의 종착역이라면 내려야 하지만,역사라는 열차는 계속 달려가지 않는가.
⊙ 문인화와 진경산수화
유토피아라는 개념은 다양한 문화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만큼 유토피아를 지칭하는 명칭들이 동서양에 다양하다.
낙원을 뜻하는 '파라다이스(paradise)'는 페르시아 말로 '벽으로 둘러싸인 과수원'을 뜻하는데,나중에는 죽은 이가 고통에서 해방돼 행복하게 지내는 서해 끝의 섬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천국이자 고요한 피안의 땅인 '엘리시움(Elysium)'과 그리스·로마시대 전원시,르네상스 문학에 전원의 낙원으로 묘사된 '아카디아(Arcadia)'도 낙원의 개념이다.
남미 아마존 강변에 황금가루를 몸에 칠한 왕이 다스리는 황금나라 '엘도라도(El Dorado)'와 스페인군의 약탈을 피해 잉카인들이 황금을 감추었다는 안데스산맥 밀림 속 도시 '파이치치(Paichichi)' 전설이 있다.
콜럼버스도 엘도라도의 황금에 이끌려 신대륙을 발견하게 됐고,많은 탐험가들이 16~18세기에 이 나라를 찾아 탐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북유럽 신화에 '발할라(Valhalla)','아스가르드(Asgard)'라는 낙원이 있고,켈트족 전설에는 요정들의 낙원이자 사과나무가 만발한 섬 '아발론(Avalon)'도 있다.
동양에서도 유토피아를 지칭하는 명칭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무릉도원(武陵桃源)' 또는 '도원경(挑源境)'이다.
중국 동진(東晉)시대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등장하는 '복숭아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곳'을 뜻한다.
불교의 밀교 경전인 '칼라차크라 탄트라'에 나오는 연꽃 모양의 도시 '샴발라(Shamballah)'는 히말라야 설산 너머의 불가사의한 왕국으로 그려져 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불로불사의 지상낙원 '샹그리라(Sangri-La)'도 샴발라의 이미지를 차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이상향으론 제주도 남쪽의 피안의 섬 '이어도','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을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