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동물들은 왜 그렇게 진화했을까?
날지도 못하고 뒤뚱거리는 '숏다리' 펭귄,하루 20시간씩 자는 '잠꾸러기'이면서 편식으로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종합병동'인 코알라,움직임이 초 슬로모션인 '느림보 챔피언' 나무늘보,바닷속에서 푸른색을 구분 못하는 '눈 뜬 색맹' 물개,장거리 비행의 대가이면서 이착륙 때 종종 목이 부러지는 '초보비행사' 알바트로스,세계에서 가장 빠른데도 20초 이상을 못 뛰는 '지구력 빵점' 치타,화려하고 웅장한 뿔 때문에 종종 나뭇가지에 걸려 목숨을 잃는 '왕자병' 숫사슴….

도대체 동물들은 왜 이 모양으로 진화한 것인가.

종(種)이 생존하는 데 오히려 불리한 조건을 갖고도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남았을까.

우리가 "그냥 그렇게 생겼지" 하고 별 생각 없이 봐왔던 동물들의 모습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참 많다.

자연선택,적자생존을 기반으로 한 다윈의 진화론이 틀린 것인가,아니면 그 이상의 이유가 있는 것인가.

궁금증은 이 뿐만이 아니다.

캥거루만 배에 주머니가 있는 줄 알았더니 호주에 서식하는 대다수 동물들이 한결같이 주머니를 가진 유대류(有袋類)이다.

심지어 호주 토종 늑대(멸종된 타즈매니안 울프)까지 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웠다.

주머니가 없는 동물은 유럽 등지에서 호주로 들어간 외래종뿐이라는데,이건 또 왜 그럴까?

이렇듯 진화의 세계는 어처구니 없기도 하면서 신비롭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 투성이다.

생물 교과서에선 진화(evolution)를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어버이의)유전 형질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해 가는 동안 새로운 형질로 변하는 것" 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적응(환경변화에 맞춰 구조,기능,행동 등의 변화)을 일으킨 결과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현상" 또는 "한 개체군이 돌연변이에 의해 유전자 풀(pool)에 변화가 일어나 신종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고 있다.

종의 생존을 위해 자연환경 적응에 유리한 유전자가 선택되고,우월한 유전자가 생존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론 왠지 어색하고 많이 부족해 보인다.

동물이 지구상에서 살아남아온 그 험난하고 고통스런 과정에는 훨씬 복잡한 원리가 담겨 있지 않을까.

적자생존에 위배되는 길로 진화해온 동물들은 뭔가.

이에 대해 진화생물학자들은 훨씬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진화 원리에다 게임이론을 적용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죄수의 딜레마'는 개개인이 각자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전체로 보면 그것이 최선이 되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예컨대 숫사슴의 거대한 뿔은 사슴 개체에게는 최고의 조건이지만,사슴 종의 생존에는 불리한 조건이다.

즉,큰 뿔이 나뭇가지에 걸려 위험에 처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수컷끼리 경쟁에서 뿔이 클수록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암컷을 독차지하므로 큰 뿔 사슴의 유전자만 후대에 전달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