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왜 선거는 늘 혼탁해질까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언론의 호들갑일 수도 있지만 기대를 따라 오지 못하는 정치문화와 선거풍토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보름 정도만 지나면 대통령 선거일이 되지만 이번에도 정책선거라기보다는 흑색선전과 비리 문제로 정치논의가 집중되는 상황이다.

정책다운 정책도 없으면서 12명씩이나 난립한 후보들은 단일화니,정책연합이니 하는 현란한 정치공학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론조사 1위 후보는 각종 부정·비리 의혹에 포로가 되어 있고,집권당 후보는 신문광고에까지 자기 얼굴보다 상대 후보 얼굴을 싣고 거기에 먹칠을 하는 것으로 선거전략을 삼고 있다.

유력 후보의 낙마를 전제로 운 좋게 청와대에 들어가 보려는 '대권 3수생'도 나왔다.

'로또 선거'라는 말이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통령 선거에 목을 매는 결사적 싸움이 재연되는 것은 그만큼 제도적 민주주의가 덜 성숙되었다는 징표다.

제도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국정의 진폭이 너무 크게 흔들리고 이 때문에 선거는 곧장 결사적인 투쟁으로 변질된다.

국회가 견제를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대통령의 권력은 막강하다.

정책 결정은 물론 인사권도 장·차관을 비롯해 거의 5000개 주요 자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각 후보들의 정치 철학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잘못 선택될 경우 생기는 피해는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누가 되든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긴다.

지나친 관심이 국정 의사결정 과정을 오히려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민주주의의 기본은 정치에 대한 합리적 관심이다.

국민들의 무관심은 대선 투표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992년의 14대 대선에서 81.9%를 기록했던 투표율은 15대(1997년)에서 80.7%로,16대(2002년)에선 70.8%로 떨어졌다.

이번 대선에는 무려 12명이 후보로 나섰지만 그에 비례해 투표율도 높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정치인들은 자기의 정책과 장점을 알리기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 헐뜯는 것으로 선거에 이기려 힘쓴다.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부에서는 민주주의가 과연 우리에게 맞는 정치체제인가 하는 회의적 태도까지 보인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