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상을 바꾸는 힘! 기업에서 나온다

투자 늘리면 일자리도 함께 늘어

이윤추구를 '사회악'처럼 바라보는 편견 버려야

반도체를 생산하는 A기업이 올 한 해 경영을 잘해 10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여러분이 A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면 이 돈을 어디에 쓰겠는가.

이 기업이 주식회사(株式會社)라면 분명 주주(株主)들이 있을 것이다.

CEO는 주주들에게 이 순익을 나눠주는 방법(배당)을 택할 수 있다.

주주란 사업이 실패해 돈을 모두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회사에 자본금을 출자한 사람들이다.

A기업이 경영을 잘해 수익을 냈다면 그들이 짊어진 위험만큼 보상을 받아 마땅하다.

또 배당을 많이 하면 그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규 투자가 몰려들 가능성이 있어 기업의 자금 흐름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익이 나는 족족 모두 배당해 버린다면 A기업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기술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반도체업종이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상적인 CEO라면 올해 거둔 순익 중 상당 부분을 떼어내 신규 설비 도입이나 연구 개발 등에 재투자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주들의 양해를 얻어 이익금을 일부를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A기업이 다른 곳에 비해 특별히 더 도덕적이어서도,CEO의 마음씨가 유독 착해서도 아니다.

좋은 일에 돈을 많이 쓰는 기업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이미지가 좋아지고 그것은 회사의 무형자산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즉 A기업이 창출해낸 이윤을 가지고 하는 모든 행위는 장래 또 다른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이른바 '사회공헌'이라고 불리는 활동조차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순수하지 못하다'거나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비판을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활동은 윤리나 도덕을 가지고 평가할 영역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존재 목적 자체가 '이윤창출'이기 때문이다.

⊙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

삼성경제연구소가 한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기업이 해야 할 일의 우선 순위로 학생 2명 중 1명은 '사회 기여'를 꼽았다.

'이윤 획득'이라고 답한 학생은 12%에 불과했다.

이것이 단순히 기업이 사회에 뭔가 기여를 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수준의 믿음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 기여라고 하면 청소년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대부분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건없이 기부금을 내놓는다거나 낙도에 병원을 설립하는 등 기업 활동의 본령과는 어긋한 역할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 바탕에는 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어서 그렇게 거둬들인 이윤의 일부를 강제로라도 사회에 내놓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그 어떤 사회적 집단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기여 대신 엉뚱한 방식의 기여를 요구하는 것이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각 개인의 경제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다.

기업을 매개로 사회에 떠도는 돈과 길거리를 배회하는 인력 그리고 누군가의 손과 머리 속에 각인돼 있는 기술과 지식이 결합한다.

인류의 부를 늘리고 각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기업만큼 좋은 제도는 없다는 게 문명사회의 경험이다.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혜택을 생각해보라.10년 전만 해도 휴대폰 하나에 100만원이 넘었다.

지금은 각 통신사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린 결과 대리점마다 '공짜폰'이 넘쳐 난다.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와도 얼굴 보고 통화하며 정을 나눌 수 있게 해줬다.

빨래나 설거지를 세탁기와 식기세척기에 맞겨둔 덕분에 맞벌이 부부도 저녁에 차나 와인 잔을 놓고 마주 앉을 시간이 생겼다.

따라서 기업이 마음껏 이윤을 추구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밤잠 안자고 신기술에 매달리는 연구진들이 기업을 매개로 한 몫 단단히 잡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들이 너도나도 세상에 아직 없는 것을 만들거나 찾아내려고 눈을 부릅뜰 것이다.

자동차 한 대라도 더 팔려고 해외를 누비는 세일즈맨들,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비용 절감에 애쓰는 경영진 등은 모두 우리 사회에 플러스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 공헌이다.

⊙ 고용과 납세로 사회에 기여

또한 기업은 고용과 납세라는 측면에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다.

투자를 늘리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인간에게 일자리만한 복지가 없음은 외환위기 10년 동안 직장을 잃은 수많은 실직 가장들이 뼈저리게 느낀 바다.

기업이 경영을 잘 해서 이윤을 많이 남기면 더 많은 법인세를 내게 된다.

국가는 그 돈을 가지고 각종 복지사업을 넉넉하게 펼칠 수 있다.

기업이 할 일과 국가나 다른 사회적 집단이 해야 할 일을 착각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과 같이 매년 몇 십조원의 순익을 거둔 대기업집단이 있다면 그들에게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더 만들고 앞으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도록 주문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그렇게 많이 벌고도 째째하게 복지·사회단체에 요것 밖에 안 내놓았느냐"며 감당하기 어려운 기부를 압박하는 사회 분위기는 기업을 숨막히게 한다.

물론 기업 역시 개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법과 윤리를 준수해야 한다.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뒷돈을 주거나 눈속임으로 재산적 이득을 얻는 사기 행위,특정 품목을 매점매석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 등은 아무리 이윤 추구의 자유를 전제하더라도 용납될 수 없다.

이는 당연히 법에 따라 엄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등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서까지 기업의 이윤 추구를 무슨 '사회악'처럼 다루고 있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시장경제를 하는 국가라면 기업의 이윤 추구를 오히려 적극 장려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꾸준히 세금을 내놓아 사회를 지탱해 나갈 수 있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