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힘내세요! 재수 없어요!'

재치 넘치는 응원 메시지를 적은 피켓과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까까머리 남학생들의 우렁찬 교가,애교 섞인 여학생들의 응원구호가 섞여 말소리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교문 앞은 수험생과 가족,후배 선생님들까지 250여명의 인파로 주변도로까지 통제되었다.

시끌벅적한 이 장면은 지난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청주의 모 고사장의 아침 풍경이다.

매년 수능 날이면 재학생 후배들은 선배들을 응원한다.

후배들은 최소한 일주일 전부터 응원 계획을 세우고 준비한다.

특히 수능 전날은 밤을 꼬박 지새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오후 10시쯤 고사장에 모인다.

새벽 2~3시쯤 졸음을 못이겨 노숙자처럼 쪼그리고 앉아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

새벽 5시부터 따뜻한 차를 준비하고 응원을 맞춰 본다.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응원을 하기 위해 교가와 최신 가요를 개사하는 것은 기본이고,특별한 율동이나 구호를 준비한다.

올해는 색다르게 남학생들의 텔미(Tell Me) 춤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선배들의 반응은 좀 달랐다.

수험생 고모양(청주여고 3)은 "고생한 후배들에겐 고맙지만 입구에 들어오면서 더 긴장되었고 정신이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몇몇 예민한 수험생은 응원하는 후배들 뒤로 조용히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고사장에 계셨던 한 선생님은 "큰 노랫소리,특히 북소리는 3학년들에게 긴장감을 더 해주어 좋지 않다.

밤을 새운 1,2학년들이 추위에 떨어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너무 안쓰럽다"고 하셨다.

수능 응원은 수험생들의 긴장을 줄여주고 힘을 북돋워 주기 위한 것이다.

학교 대항대회가 아니다.

과한 응원은 오히려 수험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적당한 응원,진심이 담긴 한마디가 수험생에게 큰 힘이 된다.

문소현 생글기자 (청주 주성고 2년) ansatheni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