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시장경제, 利己心(이기심)을 利他的(이타적) 행동으로 바꾸는 힘
2~3살짜리 어린아이들을 보면 흥미로운 모습이 관찰된다.

"엄마,아빠" 같은 말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대뜸 내뱉는 말이 "내 꺼야!"이다.

인간의 이기적,자기중심적이고 자기영역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하물며 성인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20세기 공산주의 계획경제 실험이 실패한 근본원인은 '내 것 중시''이기심' 같은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는 사회시스템을 설계한 데 있다.

이에 반해 시장경제는 어느 한두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인류 역사와 더불어 서서히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채집·수렵,자급자족이나 약탈,전쟁 등으로 필요한 재화를 얻었던 인류가 '자발적 교환'에 나선 것이 바로 시장경제이다.

시장경제 아래선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을 애써 감출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시장경제가 개인의 이기심을 무한정 발산하도록 내버려두지도 않는다.

인간은 홀로 사는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며.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타인의 행동이 거꾸로 자신의 행동에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되갚기 전략'(tit for tat)과도 통한다.

상대방의 호의에 대해 보답해야 할 의무감이 생기고,'눈에는 눈,이에는 이'식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에 행동을 스스로 규율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개개인의 이익 추구가 상호적 이타주의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애덤 스미스는 이런 자연스런 섭리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명명했다.

그것의 정체가 무었인지는 잘 몰랐지만 인간사회에 분명히 작용하는 섭리가 있다는 것이다.

개개인(미시적)의 이기심이 맞닿는 접점에서 사회적(거시적) 조화가 이뤄지면서 윤리의식도 생겨났다.

쉽게 말해,내가 좋으면 남도 좋게 하고 싶고,내가 싫으면 남도 싫을까봐 조심하게 된다는 얘기다.

개인의 행동이 이타적 결과를 낳을 때는 사회적 보상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종교에서는 내세의 구원(천국)을 약속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을 움직일 순 없다.

시장경제는 바로 가격을 통해 이타적 결과(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 사람에세 곧바로 보상해 준다.

그래서 밤잠 안 자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더 좋은 옷,더 맛있는 빵,더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려는 생산자·공급자가 생겨난다.

인류가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경제는 보통사람의 직관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정치인들은 득표를 위해 경제활동의 한 단면인 빈부격차를 들어 시장경제를 공격하고 '못 가진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자신들이 모르는 불확실함을 꺼려 언제든 시장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정부의 서슬도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시장경제 체제 속의 경제성장이 가난한 사람들의 절대 생활수준을 높였고 상대적 빈곤을 줄여왔음을 경험해왔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일부 부작용을 들어 반시장주의로 회귀하자는 것은 지난 역사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퇴보'이다.

시장은 만능이 아니지만 인류가 발견한 '가장 덜 나쁜 제도'임은 분명하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