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0월26일자 A2면

세계 300대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외국인과 세계 유명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은 앞으로 특별한 초청자 없이도 국내에 들어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또 국내에 취업한 단순노무 생산인력 중 숙련공으로 발전한 외국인 노동자는 순차적으로 거주·영주 자격 취득이 쉬워진다.

정부는 25일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외국인정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구직 비자'제도를 마련,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도입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그동안 국민 정서상 부정적으로 평가받던 복수(이중)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문제도 심도 깊게 논의됐으며 이중국적 제한이 풀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는 우선 우수한 고급 두뇌 부족 현상을 외국인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해 우수 외국인이 국내에서 쉽게 취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구직 비자'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정부는 포천이나 포브스 등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 등을 참고해 세계 300대 유수 기업을 선정한 뒤 이곳에서 간부급으로 일했거나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 등에 대해서는 최대 6개월간 국내 체류를 허용하면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비자를 발급키로 했다.

또 교육부나 과기부,공신력있는 국제기관이 선정한 세계 200위권 대학(미정) 재학생이나 졸업자에게도 역시 구직(인턴십)할 수 있는 구직비자를 주기로 했다.

이들은 장기 취업 시 기간이 연장되거나 체류 자격을 변경할 수 있다.

정부는 국내 고용 사정을 고려해 비자 발급 시 쿼터를 정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한편 2006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91만149명으로 전체 국민(4837만7000명)의 1.88%를 차지한다.

문혜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nmoon@hankyung.com


---------------------------------------------------------

"병역기피·탈세수단 악용 우려" 對 "글로벌 시대 인재 유치해야"

외국인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중(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국내 고급 인재의 유출을 막고 외국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병역을 마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한국 국적 소유자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인정되는 외국 국적 소유자에 대해 이중국적을 허용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우수 외국인과 병역 이행자에 대한 이중국적 허용 문제도 감정적 접근이 아닌 객관적 분석을 통해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게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이중국적은 말 그대로 2개국 이상의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중국적이 병역 기피와 탈세 수단 등으로 악용될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지는 데 대한 국민 반감 등으로 인해 그동안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한마디로 이중국적 문제는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병역 이행자 등에게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다.

문제는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여건 등에 비춰볼 때 이중국적을 허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반대 쪽,"이중국적 허용은 권리·의무 규정한 헌법정신에 어긋나"

이중국적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중국적의 허용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외국 국적 보유를 이유로 납세,근로,환경보전 등 국민으로서의 헌법적 의무는 회피하면서 권리는 행사하려고 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현재로서는 '이중국적 금지'규정을 폐지할 명분도 없다고 지적한다.

이 규정이 정당하지 못하다거나,원래의 입법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등 관련 법을 개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중국적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정도로 이중국적 허용은 세계적 추세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두 나라에서 다른 이름의 여권을 사용하므로 출입국·체류 관리가 어려운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느 나라 국민으로 취급하며 당사자에 대해 어느 나라의 외교적 보호권을 우선 적용할지 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만약 정부 방침대로 병역의무 이행이 허용 조건이 될 경우 국내 여성 인재들은 이중국적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찬성 쪽,"글로벌 경쟁과 다문화시대에 대비해 이중국적 허용해야"

이에 대해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내 고급 인력이 해외에서 활동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외국인 전문 인력의 국내 유입은 적어 글로벌 시대의 인재 유치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국적을 버린 사람은 17만명이 넘는 데 반해 새로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5만명에 불과하다는 법무부 통계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글로벌 체제 속의 무한경쟁을 헤쳐나가고 다문화 시대의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선 이중국적 허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700만명에 이르는 해외 거주 한국인의 능력을 결집하고,한국을 찾는 글로벌 기업인들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사업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국적에 대한 개방적 사고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글로벌 일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중국적 허용 등을 통해 자국 내의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중국적 문제를 다룰 때 자녀와 아버지는 별도 인격체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젠 글로벌 관점에서 열린 시각을 가져야

지금 세계는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이중국적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불가피하게 이중국적이 된 한국인이나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놓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인재가 이중국적이란 장애물로 인해 국내에서 활동할 기회를 잃는다면 국익의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외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우리도 이제는 국적 문제에 대해서도 열린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만 이중국적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정서가 그대로 남아있는 만큼 국민으로서의 권익은 물론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을 전제로 그 허용 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는 우회로를 차단하고,외국인에 대해서는 우수 인력 유치 목적에 한정하는 검증 시스템을 갖추는 등 관련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국내 여성 인재의 이중국적 취득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국적법

헌법의 '국적법률주의' 채택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국적 취득과 상실 요건을 규정한 법률.출생에 의한 국적 취득,인지 및 귀화로 인한 외국인의 국적 취득,귀화의 요건과 허가,배우자와 자녀의 국적 취득,국적의 상실,국적의 회복·재취득 등의 절차,국적 상실자의 처리 및 권리 변동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복수)국적

2개국 이상의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만 20세 이전에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만 20세 이후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에는 그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남자는 병역법의 적용을 받아 대부분 만 18세 때 국적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도 취득 후 6개월 내에 원래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속인(屬人)주의

우리나라와 같이 부모 또는 그 가운데 한 사람이 한국 국적이면 태어나는 아이도 한국 국적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미국처럼 태어나는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속지(屬地)주의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