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 목소리 커진다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이 가장 먼저 인플레 경고음을 내고 있다.

수년간 지속되어 온 저물가 기조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물가 상승 시대가 찾아오리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몇 년간 세계 경제는 호황 속에서도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른바 '골디락(Goldilocks)'을 누렸다.

중국 등이 세계 시장에 값싼 제품을 쏟아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묵직한 자물쇠'를 채웠다.

경기가 상승하면 물가가 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중국의 저가품 공급 덕분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물가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등 신흥 개도국들도 인건비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을 막아주던 자물쇠가 풀려 버렸다.

오히려 이들 국가들이 산업 원자재를 빨아 들이는 '블랙홀'로 바뀌어 국제 원자재값 폭등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 및 재정 적자)'로 인해 달러가 과도하게 풀려 '돈 값'이 떨어진 것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원인이다.

달러가 흔해져 같은 1달러라도 실질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 보니 똑같은 물건을 살 때 더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석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에너지를 달러로 사와야 하는 한국으로선 달러 가치 폭락과 그로 인한 국제 원유값 급등이 더욱 부담스럽다.

따지고 보면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과 함께 찾아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개별 주체들의 소득이 높아지면 단기적으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져 물가가 오르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물가가 올라 화폐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임금과 모든 물건 값에 똑같이 반영되기만 한다면 개별 경제 주체 그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많이 오르거나 조금 덜 오르는 품목으로 나누어지게 마련이다.

물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일수록 투기 수요가 몰려 폭등세를 보인다.

과거 부동산 투기나 최근 일고 있는 금 투자 열풍 등이 이 같은 현상을 보여준다.

투기가 만연하면 시장 가격이 왜곡돼 실물 자산을 갖지 못한 계층에게 고통이 전가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최근 일고 있는 중국발 글로벌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악성 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

중국이 고도 성장의 과실을 따 먹는 사이 한국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