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가격 높아져 逆중국효과…고유가·달러약세 맞물려 글로벌 물가불안 우려

[Cover Story] 급성장한 중국경제,이젠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
2000년대 들어 값싼 중국 수출품이 쏟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하향 안정화됐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제품을 싸게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산 제품이 처음에는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중심이었지만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이 필요한 산업에서도 값싼 중국산 제품이 넘쳐났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1년을 살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은 상품을 값싸게 생산해서 전 세계에 공급했고 글로벌 물가 안정을 가능케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화는 회원국의 인플레이션을 0.2%포인트 낮췄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중국 효과'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가속화됐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급성장을 거듭하고 과열 양상까지 보이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뒤바뀐 중국효과와 달러 약세,고유가의 3각축이 몰고오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살펴보자.

⊙중국,더이상 저임금 국가 아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8~10%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수출 증가율은 30%에 육박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 과열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 인상,위안화 절상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에 따라 엄청난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도 젊은층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오랜 기간의 산아 제한 정책의 여파로 20~24세 인구 비율이 줄어들고 있고 경제 발전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젊은이들이 제조업을 기피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저임금의 젊은층 인력만 선호해온 탓도 있다.

그러면서 중국의 임금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임금이 10% 이상 상승했다.

기업들이 임금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 상승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에도 6.2% 올랐다.

수출품 가격도 올라 수년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인 미국시장의 중국산 제품 가격은 지난 2월 1.2% 상승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물가 안정을 이끌었던 중국이 이제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Cover Story] 급성장한 중국경제,이젠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
⊙원자재 '블랙홀'

중국 등 신흥 개도국의 성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산 제품의 소비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원자재가 중국으로 빨려들어갔다.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금 구리 니켈 텅스텐 알루미늄 등은 최근 몇 년간 2~4배씩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들 국가의 소비도 함께 증가해 곡물과 육류 가격도 급등 추세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은 바이오연료 개발 붐까지 불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달러 약세도 글로벌 인플레에 한몫

달러 약세도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대부분 국제가격이 달러화를 기준으로 표시되는데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각종 원자재나 곡물의 명목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달러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등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달러화 자산에서 이탈한 투기자금들은 원자재나 곡물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원자재와 곡물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달러 약세 현상을 즐기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의 막대한 대외 채무도 가치가 희석돼 상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무역면에서도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수입품 가격이 높아지고 자국 수출품 가격은 떨어져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이 자동차 1대를 1000만원에 수출했는데 원화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900원으로 10% 하락하면 달러 환산 가격은 1만달러에서 1만1000달러 정도로 높아진다.

하지만 수입품 가격 상승은 미국에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수입품 대신 자국산 제품을 많이 쓰게 되겠지만 이미 수입품 의존도가 커져 수입품 물가 상승 부담만 지게 된다.

특히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달러 약세로 가격이 조금 높아지더라도 미국 제품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역 중국효과,원자재·곡물 가격 급등,달러 약세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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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사상 최고라는데 왜 조용하지? …물가,석유의존도 차이로 실질 유가는 오일쇼크의 절반수준

국제 유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도 80달러 선에 다가섰다.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1974년 1차 오일쇼크 때 10.98달러,1980년 2차 오일쇼크 때의 35.85달러에 비하면 2~7배쯤 오른 셈이다.

1,2차 오일쇼크는 말 그대로 세계경제에 '쇼크'였다.

1974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1.3%로 1973년(6.4%)의 5분의 1로 떨어졌다.

1980년에도 성장률이 1979년(4.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고유가 속에도 세계경제는 큰 타격 없이 순항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지난 20여년간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과거 특정 시기와 현재의 가격을 비교하려면 명목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실질가격을 따져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에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66.95달러(명목가격)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물가를 반영한 실질가격은 54.63달러로 낮아진다.

2차 오일쇼크 때의 실질가격(74.91달러)에 비해 27.1%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 두바이유의 실질가격 전망치는 1차 오일쇼크 때인 1974년(38.32달러)보다는 42.6% 높아 물가 영향만으론 최근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따라서 두번째 요인은 석유 의존도가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석유 의존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세계 석유원단위(석유소비량/실질 국내총생산)는 내년 전망치가 0.785로 1980년(1.420)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1980년(1.296)에 비해서도 39.5% 하락했다.

대체에너지 사용이 늘면서 유가가 올라도 세계경제가 받는 충격이 그만큼 덜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물가 수준과 석유 의존도를 모두 감안한 내년의 '실질실효 유가'는 1974년의 78.8%,1980년의 44.1%에 불과하다.

이 밖에 오일쇼크 때는 유가가 단기간 급등(1차 쇼크 때 1년 새 4배로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완만하게 상승해 왔다는 점도 충격을 덜 받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