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 가격 직접 규제하려는 공정위에 제동

[Cover Story] 독점은 무조건 규제해야 하는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사업자의 가격 남용 행위를 직접 규제하려다가 규제개혁위원회에 제동이 걸렸다.

독과점 규제에 관한 최고 기관인 공정위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가 제동을 걸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공정위는 최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가격을 투입 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유지할 경우 '가격 남용'으로 보고 제재할 수 있게 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금은 원료 가격이 올랐을 때 그 상승 비율보다 더 많이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독과점 사업자가 원료 가격 상승과 관계없이 이익을 지나치게 많이 남기면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원가의 '변동'에 따른 가격의 '변화'만이 아니라 원가를 분석해 과도한 이윤을 붙였는지를 포괄적으로 조사해 처벌하겠다는 얘기다.

공정위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18일 회의를 열어 독과점을 규제하는 방안으로 가격을 직접 규제하는 정책에 반대하며 개정안 철회를 권고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은 시장 경제의 첫번째 원칙으로 이를 훼손하려는 시도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포괄적인 가격 규제는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공정위의 방침에 반대했다.

같은 정부 내 재정경제부도 "기업들의 가격 결정에 공정위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공정거래법은 물가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독점 규제에 대한 정부 당국과 업계의 논쟁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오랜 기간 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여졌었다.

일부 학자들은 독과점 기업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이윤을 얻어서 생긴 결과라며 독과점 자체를 부정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독과점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기술개발이나 서비스 관리 등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독점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슘페터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혁신이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며 독점적 산업구조를 나무랄 수 없다고까지 했다.

독점 시장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

생산자는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면서 가격을 높여 받는다.

경쟁 시장과 달리 아담 스미스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든 기업은 독과점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블루 오션을 찾자며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입한다.

독점 상품을 만들려고 하는 기업과 독점을 규제하려는 정부 당국 간에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