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북한경제를 살리려면…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라
해방 직후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더 많은 공장과 발전소를 갖고 있었다.

일제가 비옥한 토지를 가진 한반도 남부의 곡창지대를 농업 생산 기지로 묶어 두면서 대부분의 공업 시설을 북부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분단 당시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남한의 2배에 이르렀다.

1970년대까지도 공업화된 북한이 '맨땅'에서부터 산업을 일궈야 하는 남한보다 먹고 살기 좋았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경제규모는 남한의 3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60여년을 다른 체제로 살아오면서 서로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됐을까.

남한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북한 경제의 몰락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돈 벌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느냐 돈 벌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됐느냐로 갈린다.

북한의 산업설비 전체 가치를 원화로 환산해도 19조원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남한 산업설비 가치인 564조3000억원의 1.4%에 불과할 뿐 아니라 남한의 한 해 교육예산(35조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 액수다.

이처럼 장래 먹고 살 밑천이요 경제를 지탱하는 고정자본이 턱없는 수준까지 깎여 나간 것은 이윤 추구의 자유를 박탈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것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아무도 관리하거나 더 늘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는 것이 공산주의 경제의 기본 이념이다.

따라서 사유재산과 시장의 원리를 부정하고 국가의 계획에 의해 생산과 소비를 통제한다.

하지만 구호처럼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이 얼마만큼 땀흘렸는지와는 관계없이 국가가 필요를 해결해준다고 하면 아무도 능력껏 일하려 들지 않는다.

공산주의 계획 경제를 표방하면서도 기초적인 경제 통계조차 만들어낼 여력이 없는 사회로 전락해버린 북한의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달 초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건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왔다.

그러면서 도로 철도 등 인프라를 확충해주고 개성공단식 경제특구를 늘리는 등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약속도 이끌어 냈다.

정부는 이번에 합의한 경협 사업은 결코 '퍼주기'가 아니며 남북 모두에게 득이 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경제의 몰락 과정은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과연 북한에 도로나 발전시설 등 기반시설을 설치한 뒤 공장을 짓고 북측 근로자들을 고용하면 북한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분단 당시 남한보다 공업시설이 더 많았던 북한 경제가 이처럼 몰락했나.

사유재산제도와 경제활동의 자유가 없는 데도 북한 주민들은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할 것인가.

우리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이기도 하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