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와 미얀마 차이는 세계화로 갈렸다

[Cover Story] 뭐! 세계화가 개도국을 가난하게 만든다고?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유명한 '버즈 두바이(사진 왼쪽)'.요트의 돛대 모양을 한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요즘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두바이의 상징들이다.

일종의 부족국가인 두바이는 석유·가스 매장량이 각각 세계 5위와 4위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속해 있다.

UAE는 1인당 GDP가 3만5000달러에 달한다.

그렇지만 UAE의 두바이가 풍요로워진 것은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UAE 내에서 석유 매장량는 대부분 수도인 아부다비에 집중돼 있다.

두바이는 석유가 아닌 '중동의 허브' 전략을 선택했다. 선진화된 금융시스템과 세계화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춰 놓고 국적을 묻지 않고 돈과 사람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두바이는 중동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됐다.

세계화의 열매를 톡톡히 따먹은 것이다.

최근 유혈사태로 뉴스에 오르내리는 미얀마. 중동 산유국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세계 2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Cover Story] 뭐! 세계화가 개도국을 가난하게 만든다고?
자체 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석유도 나온다.

하지만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200달러의 가난한 나라에 머물러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174위다.

방글라데시나 내전으로 골병든 르완다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믿기지 않은 사실이지만 한때는 대한민국보다 잘살던 나라다.

두바이와 미얀마의 운명을 가른 것은 바로 '개방'과 '고립'의 차이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 장군은 미얀마의 빗장을 걸어 잠갔다. 4모작이 가능해 쌀이 지천에 남아도는 데도 집권 기간 중 쌀 수출량은 오히려 200만t에서 50만t으로 줄어들었다.

천연가스 석유 목재 등 풍부한 자원 역시 보호무역으로 일관한 미얀마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땀 흘리지 않고 벌어들인 돈이 늘어나자 경제 혁신에 대한 욕구가 줄어드는 이른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까지 더해졌다.

세계화가 선진국들을 배불리고 개도국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아직도 횡행한다.

그러나 개방과 자유무역의 대열에 일찌감치 동참한 한국 등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은 이제 선진국 턱 밑까지 쫓아갔다. '잠자는 거인' 중국과 인도 역시 개혁 개방으로 8억의 인구가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자본을 축적한 일부 개도국 기업들은 오히려 선진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선진 자본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개도국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기존의 경제 상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두바이인가 미얀마인가.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