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어! 개도국이 선진 기업들 사들이네
이처럼 개도국 자본이 M&A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오일머니와 외환보유액 증가 등으로 이른바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국부펀드는 지난 6월 말 기준 2조50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헤지펀드 운용자산 규모(1조5000억달러)를 이미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들은 투자효율화 측면에서 최근 선진 각국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 중국이 국가외환투자공사(CIC)란 이름의 '국부펀드'를 출범시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초고속 경제 성장으로 나날이 늘고 있는 외환보유액 중 2000억달러를 펀드로 조성,운용함으로써 말그대로 국부를 더욱 키워보겠다는 전략이다.

싱가포르 테마섹과 투자청(GIC)을 벤치마킹한다는 목표다.

개도국 기업들의 부가 급증한 것도 한 요인이다.

세계경제의 기관차로 등장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기업들은 경제 호황에 힘입어 막강한 자금력을 축적했다.

이 자금은 선진국 기업들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프랭스 이어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지난 4년간 주가 상승에 힘입어 개도국 기업들의 자금 동원력이 크게 개선됐다"며 "특히 브릭스 대기업들이 세계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 큰 흐름으로 자리잡을 듯

이처럼 세계 M&A의 주역으로 부상한 개도국 자본의 특징은 신용위기 등 시장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차입 규모는 작은 반면 오일머니 등으로 자체 자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주로 차입에 의존해 M&A를 주도하다 최근 질곡에 빠진 선진국의 사모펀드 등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신용위기 상황이 길어질수록 M&A의 주도권은 이들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조셉 퀸란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투자전략가는 "선진국 자본이 신용위기에 발목을 잡힌 사이 개도국 자본이 M&A시장의 전면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 자국산업 보호 나선 선진 각국

개도국 자본의 활발한 선진국 기업 M&A는 선진국들의 보호주의를 낳고 있다.

작년 미국항만 운영권을 사들인 두바이포트월드에 결국 되팔도록 압력을 가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독일과 프랑스도 지난 7월 국부펀드의 기업 인수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차원의 통합된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개도국이 M&A시장을 주도함으로써 선진국과 개도국간 자금 및 기업경영 노하우가 활발히 이전돼 국가 간 긴밀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선진국에 의한 세계화가 이제 선진국과 개도국이 동반하는 세계화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