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억압,차별,터부…왼손잡이의 사회학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1936)의 끝 장면이다. 허생원은 젊은 동이의 고향이 봉평이고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라는 데서 아들임을 확신한다. 이렇듯 왼손잡이는 특이한 존재였다. 그래서 왼손잡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금기(터부) 중 하나였다. 왼손잡이 금기의 역사는 사회에서 어떻게 터부가 생겨나고 확산되는지,또 다수가 소수에 대해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왼손잡이가 생기는 것은 유전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손잡이가 우성인데 'A,B,O식' 혈액형처럼 뚜렷한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른손잡이 부모 간에도 왼손잡이 자녀가 태어나는 비율이 9.5%에 이른다고 한다. 왜 왼손잡이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여러 학설이 있지만 명쾌한 설명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왼손잡이의 비율은 10~12%로 추정된다. 그러나 동양권은 3~5% 수준이고 우리나라도 3.9%(2003년 조사)로 낮은 편이다. 지금 30대 이상 장년층만 하더라도 어려서 왼손으로 연필이나 젓가락을 잡으면 당장 매를 맞을 만큼 왼손잡이는 터부시됐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와 대등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은 사회의식이 성숙되고 있는 최근의 일이다.

미국,유럽 등에선 30~40년 전부터,한·중·일 등 아시아권에선 불과 10~15년 전부터다. 오랜 인류 역사에서 왼손잡이는 '괴상하고,특이하고,낯선' 것으로 치부되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왼손을 많이 쓰는 게 창의성·예술성과 연관 있는 우뇌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오른손잡이인 자녀들에게 일부러 왼손을 쓰도록 가르치는 부모들도 많다. 스포츠 분야에선 왼손잡이 비율이 30% 안팎으로 껑충 뛴다. 특히 야구 테니스 복싱 등의 경우엔 왼손잡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 훈련을 통해 왼손잡이 또는 양손잡이가 되는 선수들도 많다.

사람이나 자동차의 통행에 관해서도 정답은 없다. 미국 프랑스 등 세계 70%의 나라에서 오른쪽 통행을 하는 반면 영국 일본 인도 호주 등은 왼쪽 통행이다. 왼쪽 통행의 규칙은 지리,산업의 역사,식민지 유산 등과 밀접하다.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배 당시의 관행이 굳어져 자동차는 오른쪽이지만 사람은 왼쪽 통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사람도 오른쪽 통행을 하자는 논의를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좌우,왼쪽-오른쪽에 대한 논의는 어느 한쪽이 옳거나 우수하다는 차원이 결코 아니다. 왼손잡이가 특별히 더 우수하지도 않지만,소수라고 해서 특별하거나 기이한 것도 아니다. 위대한 장인은 왼손잡이든,오른손잡이든 두 손으로 명품,걸작을 만들어 낸다. 즉 사람의 경쟁력은 두 손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