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외견상 대칭이지만 몸 속 장기(심장,간,위 등)는 비대칭이다.
좌우 대칭인 눈,귀,뇌,팔,다리,폐도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어 '유사 대칭'이라고 한다.
특히 두 손은 기능면에서 결코 대칭적이지 않다.
오른손이든,왼손이든 주된 손과 보조 손이 있다.
이런 차이는 역사·사회·문화적으로 많은 오해와 터부를 낳았다.
인류 역사는 유전적으로 우성인 오른손잡이가 사회의 다수를 형성하면서 오른손 지배사회로 흘러 왔다.
다수에 의한 소수의 지배는 어떤 형태든 억압,차별,금기의 원천이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왼손잡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터부시되어 온 게 사실이다.
지금 30대 이상 장년층은 어려서 왼손으로 밥을 먹으면 꾸중을 듣거나 매를 맞기까지 했다.
왜 왼손잡이가 생길까.
왜 왼손잡이에 대해 부정적일까.
왼손잡이에 얽힌 오해와 터부의 역사를 들여다 보자.
◎왜 왼손잡이가 생길까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으로 언어능력과 함께 90%에 달하는 오른쪽 편향을 들 수 있다.
동물들은 대개 좌우 편향이 반반씩 나타난다.
인간만 두드러진 오른쪽 편향을 보이는 것은 좌뇌(몸의 오른쪽을 지배)에 의한 언어능력 진화와 밀접한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다 왼손·왼쪽을 기피하는 사회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오른손 지배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뇌(몸의 왼쪽을 지배)와 연관된 왼손잡이들이 오랜 세월 동안 어느 문화권에서나 적게는 3~4%에서 많게는 10~12%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연구 결과 둘 다 오른손잡이인 부모가 왼손잡이 자녀를 둘 확률은 9.5%,서로 다른 손잡이면 19.5%,둘 다 왼손잡이면 26.1%로 나타났다.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혈액형 결정 방식처럼 뚜렷한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1980년대에는 자궁 내 태아의 미세한 두뇌 손상이나 비정상적 생화학적 조건으로 인해 왼손잡이가 생겨났다는 이론이 유행했다.
또 일란성 쌍둥이 중에도 10~20%는 서로 다른 손잡이란 점을 들어 유전적 요인보다 문화적·환경적 영향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다.
◎왼손잡이 중엔 천재가 많다?
감성적 영역인 우뇌의 지배로 왼손잡이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야구,테니스,복싱 등 스포츠 분야에선 왼손잡이가 유리한 경우가 많아 선수 비중이 30%에 이를 만큼 높다.
그러나 IQ테스트 결과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간 두뇌 능력의 차이는 없다고 한다.
다만 왼손잡이들은 IQ 편차가 오른손잡이보다 컸다.
왼손잡이 위인이나 예술가들이 많은 것 같아도 전체 숫자를 따져 보면 일반인 왼손잡이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넓은 지형을 머리 속에 그려야 하는 군사지도자들 중에는 왼손잡이(알렉산더,카이사르,나폴레옹,윈스턴 처칠,콜린 파월 등)가 많다.
좌뇌 위주의 편향성을 보이는 오른손잡이보다 왼손잡이가 좌우 뇌를 대칭적으로 사용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좀더 대칭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이 개념화와 계획 수립에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은 특정 문화권에서 보여지는 현상이 아니다.
시대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왼손잡이는 부정적 선입견과 조롱,무시의 대상이었다.
모든 언어에서 '왼쪽,왼손잡이'에는 부정적 이미지와 뉘앙스가 담겨 있다.
심지어 플라톤은 "유아·어린이들에게 오른손이 우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지 못한 유모와 어머니들의 어리석음 때문에 왼손잡이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오른손 우대,왼손 천대' 경향은 반가사유상,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자유의 여신상,법의 여신 디케 상(법원청사)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오른손을 들었거나 턱을 괴고 있다.
반면 예수는 왼쪽 옆구리를 창에 찔렸고,인도 중동 등지에서 왼손은 뒤 닦는 불결한 손이고,히틀러는 유대인들에게 길 왼쪽으로 걸어다니게 했다.
중국에선 거래 상대자에게 왼손으로 명함을 내밀면 협상이 깨지고,카지노에선 딜러가 왼손잡이면 재수 없다고 자리를 뜨며,심지어 프로이드는 왼손잡이와 동성애의 상관관계를 상당히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과학의 세기'라는 20세기 들어서도 왼손잡이는 표준에서 이탈했다는 의미에서 종종 비정상으로 취급돼 왔다.
심지어 '사이언스' 같은 과학전문지조차 왼손잡이를 지칭하면서 경멸적인 뜻도 담긴 'sinistral'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오늘날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차이'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확대되면서 왼손잡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일부 부모들은 고른 두뇌 발달을 위해 오른손잡이 자녀의 왼손 사용을 권장하기도 한다.
누구나 무거운 물건을 두 손으로 받쳐 들듯이 두 손은 분명히 상호 보완적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참고서적>
▷데이비드 올먼 '호모레프트,왼손잡이가 세상을 바꾼다'(황금나침반,2007)
▷주강현 '왼손과 오른손'(시공사,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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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언어에 담긴 왼손잡이 '금기'
세계 각국 언어를 살펴보면 왼손잡이에 대해 긍정적인 뉘앙스는 찾아볼 수 없다.
한결 같이 '어색하고,서툴고,비뚤어지고,틀리고,거북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심지어는 '사악하고,부정하다'는 뜻으로도 통용된다.
우리말에서도 '오른손'은 '옳은 손'에서 유래했고 '바른 손'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왼손은 '틀린 손'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 속담에 '왼고개를 젓다'는 반대,부정을 뜻하고 '왼고개를 틀다'는 외면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심복을 '오른팔'이라고 하지만 '왼팔'이란 말은 없다.
한직으로 쫓겨난다는 '좌천(左遷)'도 직역하면 '왼쪽으로 옮기다'가 된다.
영어에서도 오른쪽을 의미하는 'right'는 '올바른'이란 형용사로도 쓰인다.
반면 'left(왼쪽)'는 'weak,broken'을 뜻하는 앵글로색슨어 'lyft'에서 유래했다.
'left-handed marriage'는 '간통,내연'이고,'left-handed compliment'는 '비꼬는 칭찬'이 된다.
오른쪽을 지칭하는 라틴어 'dexter'에서 유래한 'dexterous'는 '솜씨 좋은,빈틈없는'인 반면 왼쪽을 뜻하는 'sinister'는 '불길한,위험한'의 뜻이 담겨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Bend Sinister'는 본래 '왼쪽 사선의 줄무늬'란 뜻이지만 속어로 '사생아'를 지칭한다.
왼손잡이를 뜻하는 러시아어의 'levja'는 욕설로 쓰이고,스페인어의 'zurdo'는 '잘못된 길',프랑스어의 'gauche'는 '꼴사나운,서툰'의 의미이며,이탈리아어의 'mancici'는 '부정직한,쓸모없는'이란 뜻이다.
중국 한자에서도 右는 입 구(口),左는 장인 공(工)이 들어 있다.
오른손은 밥 먹는 손이고,왼손은 먹는 것을 보조하는 손이란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왼손으로 밥 먹는 사람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생겨났다고 한다.
결국 동서양을 불문하고 왼쪽,왼손잡이에 대해선 언어적으로 철저히 차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