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역사의 배달민족'에서부터 '우리 민족끼리'까지….
해방 이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줄기차게 들어온 말들이다.
한민족은 단일민족 국가를 유지하고 있으며,이로 인해 미국 등 다민족 국가가 안고 있는 인종 문제는 없다고 자부해왔다.
또 순수 혈통인 한민족이 주변 민족들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해왔고,이 같은 순혈주의는 식민시대 독립운동이나 건국,근대화 과정에서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단일민족 국가라는 개념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인지,만약 그렇다면 글로벌 시대에도 배달민족 이념을 고수해야 하는지,한국인의 민족관·인종관은 건전한 것인지,'민족'이란 말에 너무 과민하지는 않은지,이미 100만명을 넘어선 국내 외국인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피부색이나 출신국에 따라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다양한 의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유엔 산하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인종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단일민족'이란 개념이 첨예한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CERD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순혈,혼혈 같은 말도 인종적 우월주의를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가수 인순이 등 혼혈인들이 겪었던 고통,같은 동포이면서 한 수 아래로 취급받는 중국동포들,산재를 당한 이주 노동자들의 눈물,이태원에서 미국인 흑인 행세를 해야 했던 나이지리아 청년,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코시안' 등을 돌이켜보면 CERD의 권고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겉으로는 인종적 편견이 없다면서 속으로는 더 인종차별적 행태를 보여왔다는 사실을 자신있게 부인할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우리 스스로도 뭔가 어색하다고 느끼는 상황에 CERD의 권고가 나와,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구상 230개에 육박하는 나라 중에서 순수한 단일민족 국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이주·이민으로 유입된 이민족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이미 세계는 글로벌화하면서 혼자 살아가기 힘든 시대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과 연간 6000억달러가 넘는 무역대국 등 경제 면에서 뿐 아니라 정치·군사·외교 면에서도 나홀로식 고립주의는 안 통한다.
주변국들과 긴밀한 견제·균형·협조를 이루며 21세기를 사는 것이 모든 나라의 생존전략인 상황이다.
그런데 남북 정상회담의 모토는 '우리 민족끼리'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대외 배타적이며 국수적이며 시대착오적인 구호로 다가온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해방 이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줄기차게 들어온 말들이다.
한민족은 단일민족 국가를 유지하고 있으며,이로 인해 미국 등 다민족 국가가 안고 있는 인종 문제는 없다고 자부해왔다.
또 순수 혈통인 한민족이 주변 민족들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해왔고,이 같은 순혈주의는 식민시대 독립운동이나 건국,근대화 과정에서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단일민족 국가라는 개념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인지,만약 그렇다면 글로벌 시대에도 배달민족 이념을 고수해야 하는지,한국인의 민족관·인종관은 건전한 것인지,'민족'이란 말에 너무 과민하지는 않은지,이미 100만명을 넘어선 국내 외국인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피부색이나 출신국에 따라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다양한 의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유엔 산하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인종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단일민족'이란 개념이 첨예한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CERD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순혈,혼혈 같은 말도 인종적 우월주의를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가수 인순이 등 혼혈인들이 겪었던 고통,같은 동포이면서 한 수 아래로 취급받는 중국동포들,산재를 당한 이주 노동자들의 눈물,이태원에서 미국인 흑인 행세를 해야 했던 나이지리아 청년,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코시안' 등을 돌이켜보면 CERD의 권고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겉으로는 인종적 편견이 없다면서 속으로는 더 인종차별적 행태를 보여왔다는 사실을 자신있게 부인할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우리 스스로도 뭔가 어색하다고 느끼는 상황에 CERD의 권고가 나와,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구상 230개에 육박하는 나라 중에서 순수한 단일민족 국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이주·이민으로 유입된 이민족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이미 세계는 글로벌화하면서 혼자 살아가기 힘든 시대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과 연간 6000억달러가 넘는 무역대국 등 경제 면에서 뿐 아니라 정치·군사·외교 면에서도 나홀로식 고립주의는 안 통한다.
주변국들과 긴밀한 견제·균형·협조를 이루며 21세기를 사는 것이 모든 나라의 생존전략인 상황이다.
그런데 남북 정상회담의 모토는 '우리 민족끼리'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대외 배타적이며 국수적이며 시대착오적인 구호로 다가온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