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테러…납치… 언제까지…
'테러,테러리즘,테러리스트.'

이런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2001년 9월11일. 항공기 충돌로 무너져 내리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그곳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린 사람들의 끝 모르는 추락.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와 눈물.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부시 미 대통령의 단호한 연설. 마치 전자오락기 속의 한 장면처럼 포격을 맞고 불타오르는 바그다드의 모습. 몸에 폭탄을 두르고 보복을 다짐하는 어린 이슬람 전사의 결의에 찬 눈빛.

이 모든 장면은 문명 세계에 살고 있다고 믿던 사람들을 크나 큰 충격에 빠뜨렸다. 다양한 반응도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비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른 테러리스트 집단과 그 지지·후원자들에게 즉각적인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미국이 그렇게 미움을 받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는 의문,그리고 서구 세계의 일방적인 행동이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이유 있는 공격을 불러일으켰을 거라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전쟁을 벌여 지지율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미국 매파 세력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테러 세력을 뿌리 뽑자는 국제적인 여론에 편승해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에 테러리스트의 올가미를 씌워 제거하려는 후진국의 독재자들도 있었다. 우리는 이런 모습 속에서 인류가 쌓아 온 민주주의의 전통과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한 평화적 국제 질서가 아닌 극심한 이념 대립과 정치적 혼돈의 소용돌이를 목격한 셈이다.

더구나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활동을 떠난 한국인 일행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되고 그 중 일부가 살해되면서 테러는 이제 우리 자신의 문제로 바뀌었다. 테러 행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의들을 자세히 살펴둬야 할 필요가 더욱 커진 셈이다. 어떤 행위를 테러라고 하는지,스스로의 목숨까지 내던지는 극단적인 폭력을 저항 수단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않고서는 테러와 그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전쟁,그리고 또 다른 테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