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논술ㆍ로스쿨ㆍ고시ㆍ취직시험까지…논리적 사고로 통한다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Cogito,Ergo Sum)."

데카르트 이래 400여년간 '생각하는 인간'(호모 사피엔스)을 지배해온 대명제였다. 하지만 21세기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명제가 절실한 세상이다. 계몽주의 시대를 넘어선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는 정답이 하나뿐일 수 없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형은 끊임없이 고민하고,뒤집어보고,의심하고,추리해 자기 스스로 결론을 도출해내야 한다.

데카르트를 대체할 새 명제는 "나는 설명한다,고로 존재한다(Enarro,Ergo Sum)"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명저 <통섭(統攝)>을 번역·소개한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역자 서문에서 제시한 말이다. 그동안 뇌과학이 '생각하는 뇌'를 들여다보기 바빴다면 이제부터는 '설명하는 뇌'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설명하는 뇌'는 '생각하는 뇌'와 '느끼는 뇌'가 보다 긴밀하게 협조하는 관계 속에 존재하며 이를 통해 진리의 대통합(통섭)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무수한 학문들은 더 이상 칸막이로 구분된 독자 영역이 아니라 '아드리아네의 실타래'로 얽히고 설킨 하나의 진리라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설명하는 뇌'와 현실적으로 가장 근접한 영역이 바로 논리학(Logic)이다. 우리는 자신을 논리적이라고 여기지만 우리의 말(표현)은 모호함 투성이다. 논술시험을 준비하면서 창조적 사고,창의성의 무게를 느끼지만 이 역시 막연하기만 하다.

노벨 경제학상(1978년)을 수상한 미국 사회과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창조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뚜렷이 구분짓는 세 가지 특징을 꼽았다. 창조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①모호하게 정의된 문제 진술들을 기꺼이 받아들여 점진적으로 구조화하며 ②상당 기간 그 문제들에 천착하며 ③그 문제들과 관련 있는 분야에 관한 배경지식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는 쉽게 말해 '논리적인 사람=창조적 사고를 하는 사람'인 셈이다.

통합논술은 공부한 것과 경험한 것을 연결짓는 힘,언어 수리 사회 과학 등 다양한 과목을 묶어서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측정한다. 그 힘은 논리학에서 건져 올릴 수 있다. 비단 대입 논술뿐만이 아니다. 2009년부터 문을 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시험이나 행정고시·외무고시에서 이미 시행 중인 PSAT(공직 적격성 테스트)에서도 논리학은 더더욱 빛을 발한다. 글로벌 기업들도 기본적인 업무 능력은 물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인간형을 요구한다.

구슬(다양한 지식)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보배다. 논리학은 더 이상 따분한 철학의 영역이 아니다. 어느새 우리 곁에 엄청난 무게로 다가온 필수적인 생각의 도구인 것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