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명이 본 영화라면 '와 얼마나 재밌길래…' 하는 생각 드시죠. 그럼 천만 명이 쓰는 카드라면 '와 얼마나 좋은 카드길래…' 하는 생각 안 드세요? 천만인의 카드 XX카드."
한 유명 카드회사의 홍보 문구다. 이런 마케팅 전략으로 카드회사는 큰돈을 벌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카드회사의 주장은 논리적 오류로 가득 차 있다. 특정 카드를 1000만명이 넘게 사용하는 이유는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품질과 직접 관련이 없는 유통망이나 마케팅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또 1000만명 넘는 사람이 이 회사 카드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물건을 살 때는 다른 회사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천만명 사용=좋은 카드'라는 것에는 사실상 인과관계가 없는 셈이다. 다수 대중이나 군중을 활용해 어떤 주장의 타당성을 펴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오류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말 가운데 상당수는 이처럼 논리적 오류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이런 논리적 오류를 밥 먹듯 활용하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정치인도 있다. 하지만 논술 시험에서는 이런 논리적 오류가 용납되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자주 발견되는 논리적 오류를 살펴보자.
◆권위나 인신공격에 의존한 논증
정치인들이 활용하는 전형적 수법이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주장을 펼 수 있겠는가"라는 말처럼 상대방의 주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위대한 성인이나 유명한 사람의 말을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것도 오류가 될 개연성이 높다. 어떤 사람이 "대한민국 최고 권위자인 XXX 박사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자신의 논리적 취약점을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동정이나 연민에 의존하는 논증도 오류로 빠질 수 있다.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strawman's fallacy)
상대방의 주장과는 전혀 상관 없는 별개의 논리를 만들어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법정에서 많이 활용되는데 일례로 "피의자는 평소 사생활이 문란했고 마약을 복용한 전력도 있습니다. 따라서 살인 혐의로 기소돼야 합니다"란 주장을 살펴보자. 얼핏 '사생활 문란-마약-살인'은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만 개별적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자칫 논리가 빈약한 경우 이렇게 엉뚱한 다른 문제를 공격해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토론에서 이런 오류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당하지 않으려면 원래 논점과 완전히 다른 주제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 줘야 한다.
◆무지의 오류
"담배가 암을 일으킨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따라서 정부의 금연 정책은 잘못이다." 얼핏 들어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반대의 주장이 참인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 '신이 존재하는가'란 문제처럼 증명할 수 없거나 증명이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수많은 사이비들이 애용하는 논리적 오류다.
◆결합·분할의 오류
"머리카락 하나가 빠지면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 두 개가 빠져도,100개가 빠져도 그렇다. 따라서 1만개가 빠져도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 이는 대표적인 결합 오류의 사례다. 하나의 사례에는 오류가 없지만 이처럼 여러 사례를 잘못 결합하면 완전히 오류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한 트럭에 실린 모래가 무겁기 때문에 한 알의 모래도 무겁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할의 오류다. 논리적 주장을 확대하거나 반대로 쪼개서 적용할 경우 흔히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성급한 일반화 오류
"한국인은 노예 근성이 있다. 남자는 늑대다. 흑인의 지능이 떨어진다." 이런 식의 주장은 성급한 일반화 오류에 빠진 경우다. 특정한 몇몇 사례만을 토대로 일반화했기 때문이다. 돌팔이 약장수들이 질병 치료에 성공한 몇몇 사례를 토대로 물건을 팔 때 사용하는 전형적 논리도 성급한 일반화 오류에 기반하고 있다.
◆복합 질문의 오류
형사가 피의자에게 "또다시 이런 죄를 지을 것인가"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예'나 '아니오' 어떤 답을 하더라도 피의자에게는 불리해지게 된다.'예'라고 대답하면 말할 것도 없고 '아니오'라고 답해도 이미 죄를 지었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공격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면 복합 질문으로 인한 오류가 생겼음을 지적하고,'죄를 지었는가'란 질문과 '또 이런 죄를 지을 것인가'란 질문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과대 해석의 오류
문맥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문구에만 집착할 경우 논리적 오류에 빠지게 된다. 성경에 나오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문구대로 과대 해석할 경우 도피 중인 중범죄자까지 보호해 주는 오류를 범할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퇴근길에 조심하세요"라는 가족의 말을 '퇴근길 말고는 조심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런 오류에 빠진 것이다.
◆애매성의 오류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 따라서 여자는 오래 살지 못한다.' 여기서 '약하다'는 말은 지극히 애매하다. 키가 작다는 것인지,힘이 약하다는 것인지,질병에 잘 걸린다는 것인지 수백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애매함으로 이후 주장은 논리적 오류에 빠지게 된다. 또 "살인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 사형 집행관도 살인자다. 따라서 사형 집행관도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명확한 언어로 표현한 것 같지만 불법적 살인자와 공무상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입장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매한 언어를 사용한 오류에 포함된다.
◆연역법의 오류
연역법은 'A=B, B=C, so A=C'와 같은 삼단 논법을 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자칫 논리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삼단 논법도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일례로 'TV를 자주 보면 눈이 나빠진다. 철수는 TV를 자주 안 본다. 따라서 철수는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논법의 오류를 보자. TV를 자주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대전제와 'TV를 자주 보지 않는 사람은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일상 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논리적 오류는 무수히 많다. 특히 대중을 선동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런 논리적 오류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보는 주장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 자주 생각해 봐야 한다.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기자 nkkim@hankyung.com
한 유명 카드회사의 홍보 문구다. 이런 마케팅 전략으로 카드회사는 큰돈을 벌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카드회사의 주장은 논리적 오류로 가득 차 있다. 특정 카드를 1000만명이 넘게 사용하는 이유는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품질과 직접 관련이 없는 유통망이나 마케팅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또 1000만명 넘는 사람이 이 회사 카드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물건을 살 때는 다른 회사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천만명 사용=좋은 카드'라는 것에는 사실상 인과관계가 없는 셈이다. 다수 대중이나 군중을 활용해 어떤 주장의 타당성을 펴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오류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말 가운데 상당수는 이처럼 논리적 오류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이런 논리적 오류를 밥 먹듯 활용하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정치인도 있다. 하지만 논술 시험에서는 이런 논리적 오류가 용납되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자주 발견되는 논리적 오류를 살펴보자.
◆권위나 인신공격에 의존한 논증
정치인들이 활용하는 전형적 수법이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주장을 펼 수 있겠는가"라는 말처럼 상대방의 주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위대한 성인이나 유명한 사람의 말을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것도 오류가 될 개연성이 높다. 어떤 사람이 "대한민국 최고 권위자인 XXX 박사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자신의 논리적 취약점을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동정이나 연민에 의존하는 논증도 오류로 빠질 수 있다.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strawman's fallacy)
상대방의 주장과는 전혀 상관 없는 별개의 논리를 만들어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법정에서 많이 활용되는데 일례로 "피의자는 평소 사생활이 문란했고 마약을 복용한 전력도 있습니다. 따라서 살인 혐의로 기소돼야 합니다"란 주장을 살펴보자. 얼핏 '사생활 문란-마약-살인'은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만 개별적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자칫 논리가 빈약한 경우 이렇게 엉뚱한 다른 문제를 공격해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토론에서 이런 오류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당하지 않으려면 원래 논점과 완전히 다른 주제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 줘야 한다.
◆무지의 오류
"담배가 암을 일으킨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따라서 정부의 금연 정책은 잘못이다." 얼핏 들어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반대의 주장이 참인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 '신이 존재하는가'란 문제처럼 증명할 수 없거나 증명이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수많은 사이비들이 애용하는 논리적 오류다.
◆결합·분할의 오류
"머리카락 하나가 빠지면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 두 개가 빠져도,100개가 빠져도 그렇다. 따라서 1만개가 빠져도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 이는 대표적인 결합 오류의 사례다. 하나의 사례에는 오류가 없지만 이처럼 여러 사례를 잘못 결합하면 완전히 오류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한 트럭에 실린 모래가 무겁기 때문에 한 알의 모래도 무겁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할의 오류다. 논리적 주장을 확대하거나 반대로 쪼개서 적용할 경우 흔히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성급한 일반화 오류
"한국인은 노예 근성이 있다. 남자는 늑대다. 흑인의 지능이 떨어진다." 이런 식의 주장은 성급한 일반화 오류에 빠진 경우다. 특정한 몇몇 사례만을 토대로 일반화했기 때문이다. 돌팔이 약장수들이 질병 치료에 성공한 몇몇 사례를 토대로 물건을 팔 때 사용하는 전형적 논리도 성급한 일반화 오류에 기반하고 있다.
◆복합 질문의 오류
형사가 피의자에게 "또다시 이런 죄를 지을 것인가"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예'나 '아니오' 어떤 답을 하더라도 피의자에게는 불리해지게 된다.'예'라고 대답하면 말할 것도 없고 '아니오'라고 답해도 이미 죄를 지었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공격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면 복합 질문으로 인한 오류가 생겼음을 지적하고,'죄를 지었는가'란 질문과 '또 이런 죄를 지을 것인가'란 질문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과대 해석의 오류
문맥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문구에만 집착할 경우 논리적 오류에 빠지게 된다. 성경에 나오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문구대로 과대 해석할 경우 도피 중인 중범죄자까지 보호해 주는 오류를 범할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퇴근길에 조심하세요"라는 가족의 말을 '퇴근길 말고는 조심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런 오류에 빠진 것이다.
◆애매성의 오류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 따라서 여자는 오래 살지 못한다.' 여기서 '약하다'는 말은 지극히 애매하다. 키가 작다는 것인지,힘이 약하다는 것인지,질병에 잘 걸린다는 것인지 수백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애매함으로 이후 주장은 논리적 오류에 빠지게 된다. 또 "살인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 사형 집행관도 살인자다. 따라서 사형 집행관도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명확한 언어로 표현한 것 같지만 불법적 살인자와 공무상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입장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매한 언어를 사용한 오류에 포함된다.
◆연역법의 오류
연역법은 'A=B, B=C, so A=C'와 같은 삼단 논법을 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자칫 논리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삼단 논법도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일례로 'TV를 자주 보면 눈이 나빠진다. 철수는 TV를 자주 안 본다. 따라서 철수는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논법의 오류를 보자. TV를 자주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대전제와 'TV를 자주 보지 않는 사람은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일상 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논리적 오류는 무수히 많다. 특히 대중을 선동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런 논리적 오류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보는 주장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 자주 생각해 봐야 한다.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