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거쳐야 판ㆍ검사

[Cover Story] 로스쿨법 국회 통과…로스쿨 나와야 변호사
최근 로스쿨법이 국회를 통과했다.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법고시로 대표되는 법조인 양성 시스템이 일대 변화를 맞게 된다. 지금 고등학생들이 대학 입시전략을 짜는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법대의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철학과 등 인문학에 대한 지원 열기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로스쿨이 없는 대학의 법학과들은 급격한 쇠락을 겪을 수도 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 법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향후 수년간 자신이 어떤 공부를 하고,어떤 과정을 밟아 법조인이 될 수 있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로스쿨법이 도입되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를 알아보자.

로스쿨법의 핵심은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법고시를 통과하면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졸 사시합격' 신화나 '대학 재학 중 합격'은 자취를 감추게 될 전망이다.

로스쿨을 졸업한다고 해서 누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정하는 소정의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험은 합격률이 70~80%에 달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로스쿨 입학시험이 사법고시 1차 관문의 역할을 대체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면 판사나 검사는 어떻게 선발하나? 판사나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변호사가 된 다음 일정기간 경력을 쌓아야 한다. 이 일정 기간을 얼마로 할지,또 어떤 경력을 갖춘 변호사 중에서 판·검사를 선발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사법시험 합격자 중 성적 등의 순서와 지원여부에 따라 판사 검사 변호사로 각각 진출했던 것이 로스쿨→변호사→판·검사로 바뀌는 것이다.

로스쿨의 개교 시기는 2009학년도로 예정돼 있다. 3년제로 운영되는 만큼 2009학년도 입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변호사 자격을 얻는 것은 2012년 이후가 된다. 사법고시는 2012년 이후 폐지된다. 사법고시가 폐지되면 고시 합격자들을 2년간 교육하는 사법연수원도 함께 사라진다.

로스쿨을 설치한 대학들은 법학과가 병존하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정원의 3분의 1을 법학 이외의 전공자로 의무적으로 뽑아야 한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법조인이 되려면 법학 이외의 학문 분야에 대한 소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스쿨 입학 조건에는 학점도 포함돼 있다. 학점이 낮은 학생은 로스쿨 입학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재학 중에 고시에만 매달려 학업을 소흘히 하는 '고시 폐인'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법학자가 되려는 사람도 로스쿨에 가야 한다. 법학부가 없는 대학에 진학한 경우 법학을 학문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로스쿨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원인 의·치의학전문대학이 학자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별도로 선발해 교육하듯 로스쿨도 법학자가 될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쿨 입학경쟁률은 얼마나 될까. 우리보다 먼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도입 첫해인 2004년 4만810명이 68개 로스쿨 입학시험에 응시해 7.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국은 경쟁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인가가 예상되는 로스쿨 수는 일본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응시 희망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사법시험 준비생 수는 3만~5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직장인 등이 가세할 경우 최대 10만명이 로스쿨 입시에 몰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법대를 가기 위한 경쟁은 사라지는 대신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click@hankyung.com

---------------------------------------------------------

로스쿨 입학시험은 객관식 + 논술

[Cover Story] 로스쿨법 국회 통과…로스쿨 나와야 변호사
로스쿨 입학전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형요소는 대입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법학적성시험(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이다. 여기에 토익,토플과 같은 공인영어시험 성적과 학점 등이 반영된다.

LEET는 '법조인이 될 자질이 있나'를 평가하는 일종의 적성검사다. 따라서 법학을 비롯한 특정 학문적 지식을 묻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 LEET를 개발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LEET는 특정 지식이 아니라 법조인에게 필요한 논리력,추론능력,이해력 등을 물어보는 시험"이라며 "언어 감각이 뛰어나거나 철학 역사학 등 기초학문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높은 점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평가원이 LEET 예시문항을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평가원이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로스쿨입문시험(LSAT: Law School Admission Test)을 보고 시험의 내용을 어림짐작할 뿐이다. LSAT에서는 논리적 추론(2과목·24~26개 문제),분석적 추론(1과목·22~24개 문제),독해력(26~28개 문제) 등과 관련된 문제들이 나온다. 여기에 30분 안에 2쪽 가량의 에세이를 쓰는 작문 시험이 곁들여진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한윤준 미국변호사는 "LSAT에는 변증법,삼단논법의 오류 등 철학,논리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미국 로스쿨에는 철학,역사학 등을 전공한 인문학도나 사회학,정치학,경제학 등을 전공한 사회과학계열 학생이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LEET도 인문학도와 사회과학도에게 유리한 시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LEET가 LSAT와 닮은꼴로 만들어지지만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입문검사(MEET·DEET) 여파로 생명공학과,생물학과 등의 커트라인이 올라갔듯이 정치학과,철학과 등으로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