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고용은 경기적 실업이 없는 상태

최저임금ㆍ노조, 실업 줄이는데 방해될수도

[Cover Story] 버냉키 FRB 의장이 말하는 실업이란…
플라톤은 옹기장이가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농부가 되거나 군인이 되는 것을 사회적 낭비이자 사회질서의 교란행위로 이해했다(플라톤 '국가'). 현대 사회에서도 실업을 사회적인 낭비로 바라본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정부 당국자들은 실업률을 낮추는 것을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실업은 사라져야 할 사회악인가? 또 노력하면 완전히 없애는 것이 가능할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과 코넬대의 로버트 프랭크 교수가 쓴 '경제학(The Principles of Economics)'을 중심으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실업에 대해 살펴보자.

◆실업의 세 얼굴

실업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마찰적 실업,구조적 실업과 경기적 실업이다. 한 국가의 실업률은 이들 세 가지 실업의 합이다. 우선 근로자들이 정보 부족 등으로 일자리를 즉시 찾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 마찰적 실업(frictional unemployment)이다. 이는 근로자와 일자리를 더 잘 맺어줄 수 있는 인프라가 늘어날수록 줄어든다. 구조적 실업(structural unemployment)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산업구조가 변화할 때 나타나는 실업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로 뜨는 산업과 사라지는 사양산업이 항상 생기기 때문에 이 실업은 장기적·만성적 실업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경기적 실업(cyclical unemployment)은 경기 침체 기간에 일자리가 줄어 발생하는 실업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경기적 실업이 사라지고 구조적·마찰적 실업자들까지 흡수하는 경우도 있다.

◆완전고용은 실업률 0%가 아니다

경제정책 운용자들이 꿈꾸는 완전고용(full employment)은 실업자가 한 명도 없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완전고용이란 일하고 싶고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모두 일자리를 갖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노동시장에는 얼마간의 실업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임금수준,근로환경에 불만을 품고 근로자 스스로 일자리를 그만두거나 취업을 거부하는 자발적 실업(voluntary unemployment)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발적 실업은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완전고용이란 비자발적 실업(involuntary unemployment)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마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역시 달성하기 힘든 목표이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경기적 실업이 사라지는 것을 사실상 완전고용상태로 정책 목표를 삼는다. 선진국들의 경우 실업률이 3~4% 정도면 사실상 완전고용으로 여긴다.한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3.5%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사정이 좋다거나 완전고용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이는 실업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완전고용의 장애물들

완전고용은 경기 부양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사회 경제 변수들이 완전 고용을 가로막고 있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완전고용의 장애물로 최저임금제,노동조합,실업보험,정부규제를 꼽았다.

먼저 최저임금제는 고용주가 지불해야 할 시간당 최저임금을 법에 정해 놓은 것이다. 이 제도는 주로 미숙련 근로자에게 적용되는데,미숙련 근로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들은 고용 규모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자 상당수 아파트에서 경비원 수를 줄인 것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려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 것보다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노동조합도 실업률을 낮추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노동조합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고용주와 협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가끔 시장 균형임금 수준보다 더 높은 임금에 받기 위해 파업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조합원들이 더 받게 되는 보수는 불행히도 실업상태가 된 다른 근로자들의 희생에서 나오는 것이다.

실업보험도 실업률을 올리는 요인이다. 실업보험을 받는 실업자는 아무래도 직장을 찾는데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업보험은 실업자에게 기본적인 생계를 제공할 만큼 충분해야 하지만,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을 유인을 제거할 만큼 충분해선 안 된다. 또 제한된 기간에만 지급되어야 한다. 서유럽의 실업률이 미국,영국의 실업률보다 높은 것은 실업보험과 상당히 연관이 있다.


▶도움말 주신분=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

▶참고서적='고등학교 경제'((주)두산),오태민 '마중물 논술'(경덕출판사),버냉키·프랭크,'경제학' 3판(곽노선·왕규호 번역,맥그로힐코리아)

오형규 한국경제 연구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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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다룬 볼만한 영화 뭐 있을까?

[Cover Story] 버냉키 FRB 의장이 말하는 실업이란…
영화 속에서 실업은 좋은 소재가 된다. 실업은 '문제적 개인'을 만들어내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직장인이 어느 날 갑자기 실업자가 됐다고 생각해 보라. 그가 겪을 심적 갈등과 자괴감. 당장 호구지책,가족과의 관계,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등 하나하나가 중요한 영화적 모티브를 제공한다.

실직자들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영화가 '풀 몬티'(The Full Monty,1998)이다.'풀 몬티'는 홀딱 벗은 상태를 뜻하는데,실직한 영국의 철강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스트립쇼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외환위기를 맞은 국내에서 개봉돼 많은 공감을 산 영화다. 영국은 1970,80년대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대대적인 실업 문제에 봉착했다. 따라서 '풀 몬티' 외에도 발레를 배우고 싶은 소년을 그린 '빌리 엘리어트'(2001),그리고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브래스드 오프'(1997) 등 폐광을 앞둔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실업 관련 영화들이 많다. 최근 개봉된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일본 영화 '훌라 걸스'도 일거리가 사라진 탄광촌이 하와이풍 휴양지로 바뀐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실업을 다룬 미국 영화로는 짐 캐리 주연의 '뻔뻔한 딕 & 제인'(2005)이 있다. 잘 나가던 IT업체 홍보담당자인 짐 캐리가 갑자기 회사가 파산해 실업자가 되면서 겪는 내용을 코믹하게 다뤘다. 그러나 미국은 상대적으로 실업문제가 덜해 실업에 대한 영화적 접근도 영국보다 훨씬 덜 심각하고 작품도 많지 않다.

실업,빈곤문제를 다룬 걸작으로 이탈리아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1948년작 '자전거 도둑'을 빼놓을 수 없다. 2차 대전 직후 로마에서 거리를 배회하던 실업자 안토니오가 간신히 일자리를 얻고 자전거도 구했으나 도둑을 맞고서 나중엔 본인도 자전거 도둑이 되는 이야기다. 볼 만한 명화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