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지난해 3.5%, 올 들어 월별 통계에서도 지속적으로 3%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5월 중 실업률은 3.2%를 기록했다.
이 같은 한국의 실업률 수준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은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르웨이와 함께 최저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6.0%(2006년 기준)며 G7 (선진7개국) 의 실업률 평균은 5.8%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의 실업률은 4.6%,일본은 4.1%였다.
경제학 기본 원리에 따르면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일하지 않고 노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고 경기가 좋다는 말도 된다. 특히 3% 초반대의 실업률은 이론상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이다.
그러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고용사정은 세계 최저 실업률하고는 완전히 딴판이다. 주변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웬만한 기업의 사원모집 경쟁률은 수십 대 일에서 수백 대 일에 달하기 일쑤다. 최근에는 청년 실업 문제를 대변하는 말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에 이어 '삼태백'(3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다.
올 1분기 30~34세 연령층의 실업률은 4.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의 실업률은 수년째 7%대의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바로 실업률은 3%대인데 청년백수는 100만명이 넘는다는 이상한 한국 고용시장의 현주소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실업률은 어떻게 계산할까
실업률은 한 나라의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경제활동인구란 15세 이상 인구 중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일할 의사가 없는 학생이나 주부,일할 능력이 없는 환자들을 뺀 민간인을 가리킨다. 한편 실업자는 경제활동인구 중 △조사 대상 주간에 일이 없었고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으며 △일이 주어질 경우 즉시 일을 할 수 있는 경우 등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단 1시간을 일하거나, 농민이 농한기에 1시간 일해도 일한 기간이 조사 대상 주간에 속한다면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취업자에 포함될 경우 실업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결국 실업률은 낮아진다. 또 일자리를 구하다 자포자기해 구직을 포기한 경우도 소위 '구직 단념자'로 간주돼 실업자에서 빠진다. 취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실업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실업률 산정법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안에 따른 것으로 기본 개념에는 우리나라에서나 여타 국가에서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럼 같은 기준으로 실업률을 집계하는데 왜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유독 낮게 나올까.
◆구조적 제도적 요인
근조자는 임금을 받는 임금근로자와 임금을 받지 않는 비임금근로자로 나뉜다. 이 중 비임금근로자는 다시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종사자로 구분된다. 무급가족 종사자란 가족이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에 정기적인 보수 없이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국에서 공식실업률이 체감실업률과 큰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비임금근로자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근로자 중 비임금근로자의 비중(2004년 기준)은 34%로 미국(7.6%) 영국(13.1%) 일본(14.9%) 등 여타 국가의 두 배가 넘는다.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경제활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것이며 결국 실업률은 낮게 나온다. 그러나 자영업자 중에는 사업이 어려워 사실상 수입이 없는 실업상태인 경우가 많으며 무급가족 종사자 역시 사실상 실업으로 봐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농림어업 부문 종사자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도 한국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이유로 꼽힌다.
실업에 대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것 역시 실업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실업보험이나 고용보험 등이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기꺼이 실업자로 남으려는 사람이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을 잃은 사람이 실업자로 분류되기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통계에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회문화적인 요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실업률 저하의 원인이다. 많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 참여율은 50% 전후로 60% 선인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격차가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사회에서는 여성이 실업상태에서도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서는 만큼 이들이 실업통계에 포함돼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반면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은 국가에서는 구직을 포기하는 여성이 늘어 이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고 결과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청년층에서 경제활동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 역시 실업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학력인플레'로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않고 추가 학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취업 준비 중인 대기인력이 다수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통계에서 빠져버리는 것도 한국 특유의 현상이다.
한편 통계청이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설문을 작성하는 태도도 실업률에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업=수치'라는 생각에 사실상 실업자 상태에 있지만 취업자로 응답하는 숫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업통계 세분화해야
이처럼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아 착시가 있을 경우 고용 정책이 수박 겉핥기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도 선진국처럼 체감 실업자를 반영해 줄 수 있는 실업률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미국의 경우 실업자를 6단계(U1~U6)로 세분화해 공식 실업률(U3) 외에 구직 단념자 포함(U4),한계 근로자(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1년 동안 구직활동이 있었던 사람) 포함(U5), 한계 근로자 및 불완전 취업자(단시간 근로자 중 취업 희망자) 포함(U6) 실업률 등을 함께 발표한다. 이 중 실업자 범위를 가장 넓게 잡은 U6가 체감 실업률에 가깝다.
고용지표로 실업률보다는 고용률 통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체감실업률과 공식실업률 간의 간극을 좁히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OECD가 택하고 있는 고용율 산정 방법(15~64세 인구 중 취업자 수)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고용률은 63.8%(2005년)로 OECD 평균 65.5%는 물론 미국(71.5%) 일본(69.3%) 영국(72.6%)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통계청도 매월 고용률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아직 경제정책의 주요 지표로 적극 활용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김선태 한국경제 연구위원 kst@hankyung.com
이 같은 한국의 실업률 수준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은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르웨이와 함께 최저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6.0%(2006년 기준)며 G7 (선진7개국) 의 실업률 평균은 5.8%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의 실업률은 4.6%,일본은 4.1%였다.
경제학 기본 원리에 따르면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일하지 않고 노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고 경기가 좋다는 말도 된다. 특히 3% 초반대의 실업률은 이론상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이다.
그러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고용사정은 세계 최저 실업률하고는 완전히 딴판이다. 주변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웬만한 기업의 사원모집 경쟁률은 수십 대 일에서 수백 대 일에 달하기 일쑤다. 최근에는 청년 실업 문제를 대변하는 말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에 이어 '삼태백'(3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다.
올 1분기 30~34세 연령층의 실업률은 4.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의 실업률은 수년째 7%대의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바로 실업률은 3%대인데 청년백수는 100만명이 넘는다는 이상한 한국 고용시장의 현주소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실업률은 어떻게 계산할까
실업률은 한 나라의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경제활동인구란 15세 이상 인구 중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일할 의사가 없는 학생이나 주부,일할 능력이 없는 환자들을 뺀 민간인을 가리킨다. 한편 실업자는 경제활동인구 중 △조사 대상 주간에 일이 없었고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으며 △일이 주어질 경우 즉시 일을 할 수 있는 경우 등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단 1시간을 일하거나, 농민이 농한기에 1시간 일해도 일한 기간이 조사 대상 주간에 속한다면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취업자에 포함될 경우 실업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결국 실업률은 낮아진다. 또 일자리를 구하다 자포자기해 구직을 포기한 경우도 소위 '구직 단념자'로 간주돼 실업자에서 빠진다. 취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실업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실업률 산정법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안에 따른 것으로 기본 개념에는 우리나라에서나 여타 국가에서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럼 같은 기준으로 실업률을 집계하는데 왜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유독 낮게 나올까.
◆구조적 제도적 요인
근조자는 임금을 받는 임금근로자와 임금을 받지 않는 비임금근로자로 나뉜다. 이 중 비임금근로자는 다시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종사자로 구분된다. 무급가족 종사자란 가족이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에 정기적인 보수 없이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국에서 공식실업률이 체감실업률과 큰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비임금근로자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근로자 중 비임금근로자의 비중(2004년 기준)은 34%로 미국(7.6%) 영국(13.1%) 일본(14.9%) 등 여타 국가의 두 배가 넘는다.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경제활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것이며 결국 실업률은 낮게 나온다. 그러나 자영업자 중에는 사업이 어려워 사실상 수입이 없는 실업상태인 경우가 많으며 무급가족 종사자 역시 사실상 실업으로 봐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농림어업 부문 종사자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도 한국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이유로 꼽힌다.
실업에 대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것 역시 실업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실업보험이나 고용보험 등이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기꺼이 실업자로 남으려는 사람이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을 잃은 사람이 실업자로 분류되기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통계에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회문화적인 요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실업률 저하의 원인이다. 많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 참여율은 50% 전후로 60% 선인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격차가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사회에서는 여성이 실업상태에서도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서는 만큼 이들이 실업통계에 포함돼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반면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은 국가에서는 구직을 포기하는 여성이 늘어 이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고 결과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청년층에서 경제활동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 역시 실업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학력인플레'로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않고 추가 학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취업 준비 중인 대기인력이 다수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통계에서 빠져버리는 것도 한국 특유의 현상이다.
한편 통계청이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설문을 작성하는 태도도 실업률에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업=수치'라는 생각에 사실상 실업자 상태에 있지만 취업자로 응답하는 숫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업통계 세분화해야
이처럼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아 착시가 있을 경우 고용 정책이 수박 겉핥기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도 선진국처럼 체감 실업자를 반영해 줄 수 있는 실업률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미국의 경우 실업자를 6단계(U1~U6)로 세분화해 공식 실업률(U3) 외에 구직 단념자 포함(U4),한계 근로자(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1년 동안 구직활동이 있었던 사람) 포함(U5), 한계 근로자 및 불완전 취업자(단시간 근로자 중 취업 희망자) 포함(U6) 실업률 등을 함께 발표한다. 이 중 실업자 범위를 가장 넓게 잡은 U6가 체감 실업률에 가깝다.
고용지표로 실업률보다는 고용률 통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체감실업률과 공식실업률 간의 간극을 좁히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OECD가 택하고 있는 고용율 산정 방법(15~64세 인구 중 취업자 수)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고용률은 63.8%(2005년)로 OECD 평균 65.5%는 물론 미국(71.5%) 일본(69.3%) 영국(72.6%)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통계청도 매월 고용률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아직 경제정책의 주요 지표로 적극 활용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김선태 한국경제 연구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