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무너지는 韓流
요즘 한류(韓流)의 기세가 확연히 수그러들었다. 지난해 한국영화 수출이 68%나 급감했다는 통계 수치뿐 아니라 해외에서 한류에 대한 관심이 줄었음을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영화 수출은커녕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속속 개봉하면서 국내 영화시장에마저 위기론이 팽배하다. 한류 스타가 등장한 영화나 드라마가 한결같이 흥행에 참패를 함에 따라 한류 작품을 사겠다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도 한산해졌다.

대신 국내에서는 '미드'(미국 드라마) '일드'(일본 드라마)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10위 순위를 보면 일본 소설이 한국 소설보다 훨씬 더 많다. 또 해외 유망주를 발굴해 국내에서 연예인으로 데뷔시키는 '역(逆)한류' 현상도 두드러진다.

하버드대에서도 연구한다는 한류 열풍이 언제부터 韓流가 아닌 寒流로 바뀌었을까? 공교롭게도 해외에서 한류 열기가 사그라든 시점이 국내에서 한류를 '한국문화의 국가대표'로 여기기 시작한 시점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과거 의식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공들여 만든 작품에서 획득했던 아시아적 보편성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과도한 애국심과 배타적 민족주의,문화 우월주의와 혈통 순수주의가 만났을 때 보편성은 사라지고 편협성과 진부함만 남는다. 콘텐츠가 식상해지고 아이디어가 고갈되면서 '대장금' 이후에는 이렇다 할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는 정부가 앞장서 신성장동력이니,집중 육성 대상이니 하면서 한류의 과잉을 불러온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기도 하다.

지금 한류는 기로에 서 있다. 홍콩 누아르처럼 한때 유행으로 끝날지,아시아의 문화를 주도하는 문화 트렌드로 강한 생명력을 가질지…. 분명한 것은 '나홀로 한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교류하고 소통할 때 한류의 미래가 있다.

오형규 한국경제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