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으로 영화수출 82.8% 줄어

[Cover Story] 한류 열풍 벌써 종치나?…영화등 콘텐츠 수출 급감
'한류(韓流)'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한국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던 한류에 여기저기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드라마에선 배용준의 '겨울연가'나 이영애의 '대장금' 이후 '풀하우스' 정도가 명맥을 이었을 뿐 주목할 만한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른바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까지 불면서 국내에서조차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음악 쪽에서는 가수 비가 지난달 일본 도쿄돔 공연에서 4만3000명의 관객을 불러모았지만 '대박'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그나마 공연 시스템 등의 현지화로 어느 정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연 쪽에서도 '비보이' 열풍이 거세기는 하지만 문화상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난타'나 '점프' 등의 계보를 이을 콘텐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류를 이끌며 급성장세를 보이던 영화산업의 침체는 가장 두드러진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는 전 세계 53개국에 2450만달러어치가 수출되는 데 그쳤다. 2005년에 비해 무려 68%나 감소한 수출 실적이다. 2003년 107%,2004년 88%,2005년 30% 등 매년 수출이 급신장했던 터라 지난해 급작스런 수출액 감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한류가 가장 번성했던 일본으로의 수출액이 지난해 1038만달러에 그쳐 감소율이 무려 82.8%에 달했다. 한류 스타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야수','태풍' 등이 일본 흥행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신 탓이다.

올 들어서도 한국 영화 수출의 '적신호'는 뚜렷하다.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며 지난달 폐막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한국 영화의 해외 판매는 극히 부진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국내외에서 잇따라 흥행에 실패한 한국 영화에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과거에는 유명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는 시놉시스만 보고도 '사자'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 "일단 작품이 다 완성된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튕기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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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류의 침체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다양한 소재 개발 없이 한류 스타에만 의존하는 안이한 제작 행태가 지속됐다는 점이다. 한류 스타의 이름만 믿고 비슷비슷한 내용의 작품을 만드는 것은 1980년대 크게 유행했다가 결국 쇠락한 홍콩 누아르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에 빛나는 '올드보이'나 작년 말과 올초 흥행 대박을 이룬 '미녀는 괴로워'는 모두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즉 겉은 한국 영화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온전한 '한류'라고 보기도 힘든 측면이 있다는 말이다. 지난 3월 말 한국을 찾은 도쿄대 하마노 야스키 교수는 "한류 스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 문화산업의 '거품' 제거 노력도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한류 열풍과 더불어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를 비롯한 각종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특히 이들이 증시에 속속 우회상장하면서 너무 쉽게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인 것은 '머니 게임'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작년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한 물량 확보 경쟁이 질 낮은 영화들을 대거 만들어냈다"며 "올해 국내외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외면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류 스타들의 출연료 거품 등도 일찌감치 개선됐어야 할 문제점이다. 이병락 KM컬처 부사장은 "'미녀는 괴로워'의 주연은 사실 여러 명의 톱스타들이 거부한 끝에 당시 신인이나 다름없던 김아중씨에게로 돌아갔지만 결국 최고의 '대박'을 터트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서욱진 한국경제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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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안방까지 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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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주도했던 한국 영화가 이제 '안방'까지 내줄 위기에 처했다. 국내에서조차 한국 영화가 외화에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우선 올 1분기 한국 영화의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관객 점유율에서 외화에 추월당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3월 한국 영화의 서울지역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539만1716명에 불과했고,점유율은 48.9%로 외화(51.1%)에 역전당했다. 작년 같은 기간 한국 영화 점유율은 69.6%에 달했다.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내려간 것도 지난해 2분기(35.5%)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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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료 집계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2분기에는 더 참담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스파이더맨3'에 이어 '캐리비안의 해적3-세상 끝에서'로 한국 극장가를 완전히 평정했다. '캐리비안의 해적3'를 상대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빛나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관객 수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6일 개봉한 대작 한국영화 '황진이' 역시 '슈렉3'와 힘겨운 대결이 예상된다.

'트랜스포머','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다이하드 4.0'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계속 쏟아질 예정이어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한국 영화 가운데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대작 '화려한 휴가' 정도가 이들과 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왕의 남자' 같은 의외의 '대박영화'가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는 한류는 고사하고 국내에서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벌써부터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 위축이 두드러져 올 하반기부터는 상영 편수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영진위 연구원은 "한류를 주도하며 급성장한 한국 영화가 아직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