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美 프로젝트 XL‥기업이 온실가스 줄이면 정부가 세금면제 등 혜택
환경문제는 이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무조건 금지하고 봉쇄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이 문제는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 어느 선에서 환경을 보존하고 어디까지 개발해야 하는가' 하는 '적정관리'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파괴 및 오염 문제를 극단적인 선택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 역시 여전히 존재하며 이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과 사회적 손실 또한 공존하고 있다.

◆환경재앙 경고와 극단적 환경주의

이번에 나온 유엔의 3차 기후변화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나 적절한 대책이 없을 경우 2030년에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0년 대비 최고 9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4도 이상 오르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생물의 40% 이상이 멸종되며 수억명의 인구가 물 부족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환경에 관한 더 극단적인 입장도 있다.

"55억명의 인류보다 고래를 구하는 게 확실히 더 중요하다"며 고래잡이 실력 저지로 유명한 해양보호목자협회 창설자 폴 왓슨은 '바이러스처럼 행동'하는 인류가 어머니인 지구를 해치고 있다면서 세계 인구를 10억명 이하로 줄이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최근 내놓았다.

그는 지구를 야생화해야 한다며 해양교통은 돛을 이용한 범선으로 대체하고 항공교통은 태양 발전식 비행선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보고서와 주장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나 이를 맹신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조건적인 환경 보호 운동과 개발 봉쇄정책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온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 문제도 그렇다.

이 공장 증설을 위해서는 구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의 공정 전환이 불가피한데 그렇게 될 경우 폐수에 구리가 녹아 나오게 된다.

현행 환경 관련법은 배출되는 구리 양에 관계 없이 무조건 구리가 포함될 경우 공장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이닉스 공장은 일상적인 생활 환경에 존재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양까지 구리 배출량을 줄일 수 있지만 법 규정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말라리아 모기 등 해충 퇴치약으로 높은 효능을 자랑하던 DDT가 인체 유해성 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 환경보호 바람으로 사용이 금지되면서 가져온 결과도 참고할 만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996년 DDT 살포가 전면 금지됐는데 연간 5000건에 불과하던 말라리아 발생이 이후 1999년에는 연간 5만건으로 10배로 늘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도롱뇽 소송'으로 유명했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터널 공사를 비롯 새만금 간척사업,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공사,경인운하 건설 등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공사가 늦어진 4대 국책사업의 공사 지연 손실액만도 2조7000억원(2004년 말 기준)에 달한다.

◆결국은 돈과 관리의 문제

덴마크의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가 2001년 펴낸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은 그동안 우리들이 당연시해왔던 환경주의자들의 온갖 우울한 경고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는 이 책에서 "극단적 환경론은 실질적인 환경 보호에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과학의 이름을 빌린 사이비 종말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롬보르는 각종 통계자료를 인용,극단적 환경주의자들의 예언과는 달리 공기는 최근 더 깨끗해졌고 물 부족 경고는 과장됐으며 에너지 자원은 고갈되지 않았을 뿐더러 경제가 성장해야 환경 보호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결론은 결국 환경 문제는 구호나 개발 금지,원천 봉쇄 등의 문제가 아닌 비용과 편익 등을 고려한 적정관리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은 특히 기업 활동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 활동에는 불가피하게 환경을 오염시키는 부분이 발생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많은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선의 균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미국 환경보호국이 시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XL'과 같은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프로젝트 XL'은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이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또는 비용 편익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이를 이행하였을 때 국가가 이행 당사자에게 관련법을 적용할 때 유연성을 부여하는 제도다.

환경 관련 규제 기준을 낮춰 주거나 세금을 면제하는 등의 보상과 편익을 제공한다.

IBM 등을 포함해 미국 내 50개 기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IBM은 생산 공정에서 온실가스인 과불화탄소(PFCs)의 발생량을 줄이는 대신 미국 정부로부터 구리가 함유된 슬러지를 유해폐기물로 적용받지 않는 유연성을 부여받았다.

이 같은 제도는 하이닉스 공장 증설과 관련,우리나라에서도 도입해 볼 만한 것으로 생각된다.

환경과 경제 성장 중 어느 한쪽에 우선순위를 매길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법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환경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쪽으로의 개정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김선태 한국경제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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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즈네츠의 곡선

경제발전이 일정단계를 넘어서면 환경오염이 줄어든다

환경 문제가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흑백논리로 논쟁을 벌일 대상이 아니라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환경 쿠즈네츠 곡선'(Environmental Kuznets Curve)이다.

이 곡선은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 간에는 '역 U자'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가설을 환경과 경제 성장 간 관계에 응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가 성장하면 초기에는 환경 오염이 심해지다가 경제 발전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환경 오염이 줄어든다는 이론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저개발국, 다시 말해 경제 개발이 안 되고 있는 나라는 환경도 열악하지만 개발이 충분히 진행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환경도 점차 좋아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가난한 나라의 하천이 깨끗하지 못한 것처럼 경제가 성장해야 환경도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이 곡선은 쿠즈네츠의 곡선을 토대로 진 그로스만 등의 학자들이 발전시켰다.

그로스만은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이하 단계에서는 경제 성장이 진행됨에 따라 공장 등이 늘어나면서 환경 오염도 가속화되지만 5000달러 수준을 넘으면 평균적인 환경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8000달러를 넘으면 모든 분야의 공해지표가 호전되기 시작,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이상에 이르면 경제 성장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환경 오염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보다 높은 수준의 환경을 요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환경 쿠즈네츠 곡선'의 사례는 여러나라에서 관측되고 있다.

한때 오염의 상징이던 영국의 템즈강에 다시 물고기가 뛰어 노는 것이나 우리나라의 샛강 살리기 운동, 청계천 복원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