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김홍균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Cover Story] 환경오염 막으려면 채찍보다 당근을 줘라
환경오염이 언제부터 정책의 대상이 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환경오염의 발생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환경오염이 처음 정책의 대상이 될 당시만 해도 인간의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 때문에 환경오염이 발생했다고 보았다.

때문에 인간의 도덕적 각성(Moral awakening) 또는 윤리의식 함양에 호소하는 해결 방안이 모색됐다. 이에 기초한 정책은 주로 각종 환경운동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실효성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환경운동을 통한 환경문제 해결 방안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은 직접규제(Command & control)이다. 환경오염 행위를 법으로 규제함으로써 오염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오염사고 발생시 오염발생자에 대해 조업을 중단시키고 행위자를 처벌하거나 벌과금을 부과해 오염문제를 해결한다. 직접 규제의 유형은 다양하다. 배출허용 기준을 정해 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벌과금을 부과하거나 조업을 중단시키는 배출허용기준제도,법으로 정한 배출시설을 갖춘 자에게만 오염물질 배출을 허용하는 인·허가제도, 특정행위는 아예 하지 못하게 하는 특정행위 금지제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직까지는 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보편적인 수단으로 이 같은 직접 규제를 사용하고 있다.

선진국들에서조차 1980년대까지는 직접규제를 주로 이용했다. 이는 직접규제가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직접적이고 강력한 수단이어서 그 효과가 즉각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이 방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폐기물 발생량을 억제시키기 위해 OECD 국가들은 1970년 중반까지 직접규제 정책을 펴 왔으나 오히려 폐기물 발생량이 증가하자 직접규제 중심의 정책에 대한 한계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안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경제적 유인제도(Economic instrument)이다.

이 제도는 오염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자에게 배출한 양에 비례해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오염 원인자 스스로 배출량을 줄이도록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오염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이 제도 하에서는 오염 원인자는 오염 배출량을 줄이면 줄일수록 이득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생산 공정을 바꾼다든가,오염저감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비를 확대한다든가 하는 환경친화적 경영을 추구하게 된다.

어떤 정책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대상이 되는 국민들이 정책이 의도한 대로 움직여줘야 한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동기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결국 정책의 성공 여부는 그 정책이 사람들을 움직일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유인제도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면 할수록 오염 원인자의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오염 원인자에게 충분한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경제적 유인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사례는 많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995년부터 시행되고 쓰레기종량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쓰레기 처리료가 재산세에 비례해 부과돼 쓰레기 배출량에 관계없이 재산이 많으면 쓰레기 처리료를 많이 내야 했다.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 사람이나 적게 배출한 사람이나 똑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태여 쓰레기를 줄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1995년 도입된 쓰레기종량제는 쓰레기 처리료를 재산세가 아닌 배출량에 비례해 부담시키고 있다.

쓰레기를 적게 배출할수록 처리료를 적게 내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쓰레기종량제 도입 후 우리나라의 쓰레기 발생량은 27% 감소했으며 재활용품은 35% 증가했다고 한다.

경제적 유인제도가 OECD 국가들을 중심으로 핵심적인 환경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갖는 '비용-효율성' 때문이다.

직접규제는 기본적으로 법을 통해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성격상 오염 발생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배출허용기준 제도를 이용해 사회적으로 최적인 오염배출량 수준을 달성하고자 할 때 모든 오염 배출자에게 동일한 양을 줄이도록 할당하게 된다.

이에 반해 경제적 유인제도를 사용할 경우 정부는 오염물질 한 단위 배출량에 대한 부과금만 정하면 각 생산자가 알아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정하게 된다.

오염을 적은 비용으로 줄 일 수 있는 생산자는 오염물질을 많이 줄이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많이 줄이게 되고 그렇지 못한 생산자는 적게 줄이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그렇게 되면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했을 때보다 동일한 양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이 줄어든다.

경제적 유인제도는 현재 OECD 국가들을 중심으로 180여가지가 사용되고 있다.

오염원인자에게 오염물질을 배출한 양에 비례해 부과금을 부과하는 배출부과금(Emission charge)제도,오염을 유발하는 화석연료와 같은 중간재나 제품에 부과금을 부과하는 제품부담금(Product charge)제도,일정 기준 이하로 오염배출량을 줄이면 그 줄인 양을 거래소에서 팔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도(Marketable permit system) 등이 대표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북유럽 일부 국가들은 조세체계를 아예 환경친화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즉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전통적 개념에서,"오염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식으로 조세체계를 고치려 하고 있다.

이는 소득세가 근로의욕 감퇴와 같은 조세 왜곡을 야기하는 반면 환경세는 오염문제를 해결해 줄 뿐 아니라 근로의욕 감퇴와 같은 조세 왜곡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조세수입을 가져다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보전과 성장은 통상적으로 상충 관계에 있다.

하지만 둘 다 매우 소중한 과제이다. 이들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

동일한 양의 오염을 보다 적은 비용으로 줄이고 오염원인자들이 끊임없이 오염저감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야말로 환경보전과 성장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묘약이 아닐까? 이것이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최근 환경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경제적 유인제도 도입을 늘리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