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진을 읽는다는 것
1839년 사진이 발명된 이래 세상의 모든 것은 사진에 담겨지기 시작했다.

사진을 수집한다는 것은 세계를 수집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를 매체의 시대, 이미지의 시대 ,영상의 시대, 기호의 시대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무수한 시각 이미지들과 영상 이미지들의 폭발적 팽창을 가져왔다.

출근하고 퇴근하는 하루 일과 속에 사람들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무수한 이미지들을 접하고 있다.

◆ 사진을 찍는다는 것

과거 카메라는 특별한 날을 기록하는데 쓰이는 도구로 집에 놔두고 다니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가 그것을 휴대하고 다닌다.

디카나 휴대폰으로 마주치는 순간순간을 찍어대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자가 되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호기심을 충족하는 행위다.

일상을 기록하거나 예쁜 간판 등이 있으면 사진으로 찍어놓고 소유하고 싶은 게 사진찍기의 본능이다.

호기심을 가장 잘 충족시켰던 사진작가는 아마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일 것이다.

35㎜ 라이카 소형카메라를 들고 눈에 포착되는 찰나의 순간을 찍었다.

그의 사진은 찍었다기보다는 카메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지성 수잔 손택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과 세계가 특정한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 것. 사진을 찍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특정한 지식을 얻은 듯이 느끼고 그래서 특정한 힘을 얻은 듯 느낀다고 한다.

가능하면 모든 대상들을 포착해 두려하는 성향 탓에 사진은 종종 공격적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피사체는 사진가에게 잡히고 만다는 것이다.

카메라의 공격성에는 물리적인 폭력 같은 것을 동반하지 않지만 그 사람을 범한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원치 않는 사진을 찍히는 것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기피한다.

도발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난쟁이나 일란성 쌍둥이 같은 기괴한 느낌의 사진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다이안 아버스는 "사진 찍는다는 것은 못된 짓"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이 '못된 짓'을 즐긴다고 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진에 찍히는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도덕적 한계와 사회적 금기를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여권이 바로 카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간혹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같은 작가들은 사진을 무슨 고귀한 취미인양 여기고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자기취향대로 이것 저것을 찍어 대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의 사진 여행은 가끔 계급주의적 탐험이라고 비난받기도 한다.

◆ 사진을 읽는다는 것

사진은 보여지는 것이 아닌 읽혀지는 대상이다.

문자가 생략된 형태로 존재하는 텍스트다.

그 생략으로 인해 사진은 보는 사람마다 느낌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하며 사람들에게 무슨 '숨바꼭질'하듯 숨겨진 '의미'들을 끊임없이 읽도록 유도한다.

아주 간단한 이유이긴 하지만 잡지나 신문에서 사진을 쓰는 건 역설적으로 사진 설명을 달기 위해서다.

사진 설명을 붙임으로써 사진의 다중적인 실체로 인해 생기는 불필요한 '오해'를 제거하고 명확한 '사실'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켄트대학교의 이미지연구소 고문인 그라함 클라크에 따르면 사진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 눈앞에 있는 이미지가 현혹시키는 힘에 의해 '숨겨져 있는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이미지는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시각 언어의 활발한 행위로 그것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사진가들의 산물이다.

카메라는 기계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 것이든 사진에 담아낸다.

사진가는 시인처럼 그들의 '사진 화법'에 따라 장면과 보여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피사체를 재창조해낸다.

이미지는 사진가 '자신'의 반영인 것이다.

프랑스의 롤랑 바르트는 '외연'과 '내포'의 개념을 통해 사진을 이야기한다.

외연의 의미는 우리가 본 것의 단순한 인지를 뜻하며 내포는 그것을 넘어서는 사진의 사회적 문화적 관습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은 결과물들이라고 한다.

사르트르도 "이미지를 이미지 자체로 직접 이해하는 것과 이미지 본질에 관한 관념을 형성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을 읽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현상을 직접적으로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현상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어휴, 사진도 골치 아프군!
[Cover Story]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진을 읽는다는 것
[Cover Story]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진을 읽는다는 것
[Cover Story]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진을 읽는다는 것
[Cover Story]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진을 읽는다는 것
[Cover Story]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진을 읽는다는 것
[Cover Story]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진을 읽는다는 것
이철민 한국경제신문 편집부 기자 pres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