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우리는 왜 민족에 집착하는가
한국인들은 유독 '민족' '핏줄' 등의 감성적 개념에 민감하다.

이는 5000년 역사에서 단일 민족을 유지해온 결과이고,외부와 소통하기 힘든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있다.

단기간 내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이룬 '압축 근대화'의 역사인지라 민족주의적 감성이 더욱 발달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자신과 다른 것은 '이상한 것', '틀린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이 같은 배타성 혹은 내부 지향성이 고속성장을 이룬 원동력이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급속한 글로벌화 속에 한국인들은 배타적 세계관을 스스로 바로잡아야 하는 시험대 위에 놓였다.

서구 선진국들은 저열한 종족주의에서부터 민족주의, 국수주의, 국가주의를 극복한 뒤에야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일본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이면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데는 아직도 그들의 사고 방식에 배타성·편협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민족주의에 대한 과잉 집착을 녹여 버려야 한다.

세계 어느 국민이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을 리 없다.

이런 애국심은 국가 간 축구경기에서 자국 팀을 응원하는 것처럼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성이다.

하지만 나라 사랑을 넘어선 맹목적인 종족주의는 히틀러의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와 같은 전체주의로 귀결됐음을 역사가 입증한다.

동북아의 허브(hub), 21세기 선진국가 등의 국가전략이 무수히 제시됐지만 인프라 구축, 제도 개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선진화 전략은 국민의식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