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조만간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20년 전이었다.
이 같은 예측은 당시 대표적 일본 기업들의 소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열풍이 불면서 나왔다.
당시 미쓰비시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았던 뉴욕의 록펠러센터를 사들였고 소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사인 컬럼비아사를 인수했다.
일본 기업들의 잇따른 미국 상륙과 미국 부동산 매입은 미국 내에서 일본에 대한 두려움을 확대 재생산시키면서 '제2의 진주만 공급'으로도 불렸다.
심지어 당시 도쿄 23구의 땅을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슈퍼파워 미국의 쇠퇴론을 앞다투어 외쳤고 관련 서적도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던 일본 경제는 1990년대 버블 붕괴를 맞아 '잃어버린 10년'을 지낸 후 최근 들어서야 겨우 회복세로 돌아선 정도다.
호들갑을 떨던 20년 전의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한동안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빗나간 다섯 가지 예측을 모아 최근 웹사이트에 소개했다.
빗나간 예언 중에는 낙관적인 것도 있고 비관적인 것도 있었지만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선입견과 편견,시류 편승 등으로 종종 냉정성을 잃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① 지구 냉각화(Global Cooling)
지금은 온 세계가 지구 온난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응책 마련에 법석을 떨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또 다른 빙하기의 도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975년 '차가워지는 세계'라는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지구의 기온이 꾸준히 떨어지자 기상학자들은 "농업생산량이 줄고 세계적인 기근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당시 학자들은 이 같은 냉각화가 태양 흑점 운동주기(sunspot cycle)와 관련이 있으며 공해물질이 햇볕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에 도달하는 햇볕의 양이 줄어들면서 지구 냉각화가 가속된다고 해석했다.
이런 예측이 나온 것은 1970년대 당시에는 기후 예측기술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었던 데다 주목받고 싶어하는 일부 과학자들과 센세이셔널한 기삿거리를 찾는 언론의 속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지금 생각해 보면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현재 온 세계인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지구 온난화 경고 역시 그런 과장된 예측에 의한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30년이 지난 다음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하다.
② 인구 폭발(Too Many People)
2차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베이비붐'이 일면서 '인구 폭발로 인한 지구 대재앙'이 심각하게 경고됐다.
기근과 자원고갈로 중국과 아프리카 등에서 수억 명이 숨질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1960년대 일부 환경론자들과 인구학자들은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에 세계 인구가 40% 급증한 점을 내세우며,이 같은 인구 폭발은 결국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자원 사용과 어우러져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국가에서는 오히려 낮은 출산율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또 기술발전으로 식량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고 몇 십년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65억 인구가 큰 자원부족에 시달리지 않으며 지구상에 살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인구 폭발이 아니라 출산율 저하로 고민하는 나라가 됐다.
③ 원자력 시대(Atomic Energy for All)
1950년대 핵 과학자들은 '원자력 시대'의 개화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이 사라지고, 원자력 발전을 이용해 값싼 전기를 마음껏 쓸 날이 올 거라 했다.
하지만 체르노빌 참사 등이 터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뜸해졌다.
최근 지구 온난화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핵 폐기물 처리 문제와 높은 건설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④ 초강대국 일본(Japan will Rule the World)
1970~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머지않아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인 미국 예일대의 폴 케네디 등 저명한 학자들은 미국과 일본의 경제수치를 대조하며 잇따라 이 같은 예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일본 특유의 사회적인 응집력과 엄격한 직장 내 근무규율, 국가가 선도하는 집중 투자 등으로 일본이 곧 미국을 몰아내고 일본이 지배하는 세상을 뜻하는 '팍스 자포니카'(Pax Japonica)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자신있게 내놓은 이 예언은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았고, 실현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 지위를 굳건히 지킨 반면 일본은 1990년대에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다.
지난 15년여간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져 어려움을 겪었으며 기준 금리를 0%로 유지하는 소위 '제로금리' 정책까지 시행했지만 오랫동안 일본 경제는 긴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반면 정보 혁명에 따른 경제 호황은 미국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시켰다.
⑤ 제2의 9·11테러(Another 9·11)
9·11테러 이후 미국 정치인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틈날 때마다 '제2의 9·11'을 경고했다.
알카에다나 또 다른 테러집단이 더욱 더 정교해진 방법으로 미국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전 방어책도 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미국 내 정치인과 안보전문가들은 3~5년 안에 미국 내에서 또 다른 대규모 테러가 자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마드리드 런던 발리 리아드 등 세계 각지에서 테러는 간간이 있어왔지만 정작 미국 내 대형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다.
제2의 9·11테러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포린폴리시는 그 이유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덕분일 수도 있고,알카에다가 장기적인 공격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운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제2의 9·11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고 전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kst@hankyung.com
■ 교과서 읽기
▷고1 『사회』(디딤돌) 257쪽=공동체 생활의 제문제/ 293, 295쪽=사회변동과 미래사회
▷고교 『사회문화』(금성출판사) 14~15쪽=사회·문화현상으로서의 테러
■ 자문 선생님 의견
◆ 임동훈 선생님(목포 홍일고)
사회·문화현상은 가치 함축적이지만 인간의 의미, 가치, 규범이 사회와 역사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시간·공간적 특수성을 지닌다.
그래서 똑같이 재현되지 않으며, 보편성과 함께 특수성의 지배도 받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
18세기 말 맬더스는 『인구론』에서 인류 미래를 잘못 예측했지만 인류에게 식량부족 가능성을 경고, 식량증산과 인구억제 노력을 기울이게 만든 효과가 있었다.
현재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도 과민 반응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환경의식을 고양하고 친환경적 행동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예측은 당시 대표적 일본 기업들의 소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열풍이 불면서 나왔다.
당시 미쓰비시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았던 뉴욕의 록펠러센터를 사들였고 소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사인 컬럼비아사를 인수했다.
일본 기업들의 잇따른 미국 상륙과 미국 부동산 매입은 미국 내에서 일본에 대한 두려움을 확대 재생산시키면서 '제2의 진주만 공급'으로도 불렸다.
심지어 당시 도쿄 23구의 땅을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슈퍼파워 미국의 쇠퇴론을 앞다투어 외쳤고 관련 서적도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던 일본 경제는 1990년대 버블 붕괴를 맞아 '잃어버린 10년'을 지낸 후 최근 들어서야 겨우 회복세로 돌아선 정도다.
호들갑을 떨던 20년 전의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한동안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빗나간 다섯 가지 예측을 모아 최근 웹사이트에 소개했다.
빗나간 예언 중에는 낙관적인 것도 있고 비관적인 것도 있었지만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선입견과 편견,시류 편승 등으로 종종 냉정성을 잃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① 지구 냉각화(Global Cooling)
지금은 온 세계가 지구 온난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응책 마련에 법석을 떨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또 다른 빙하기의 도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975년 '차가워지는 세계'라는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지구의 기온이 꾸준히 떨어지자 기상학자들은 "농업생산량이 줄고 세계적인 기근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당시 학자들은 이 같은 냉각화가 태양 흑점 운동주기(sunspot cycle)와 관련이 있으며 공해물질이 햇볕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에 도달하는 햇볕의 양이 줄어들면서 지구 냉각화가 가속된다고 해석했다.
이런 예측이 나온 것은 1970년대 당시에는 기후 예측기술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었던 데다 주목받고 싶어하는 일부 과학자들과 센세이셔널한 기삿거리를 찾는 언론의 속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지금 생각해 보면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현재 온 세계인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지구 온난화 경고 역시 그런 과장된 예측에 의한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30년이 지난 다음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하다.
② 인구 폭발(Too Many People)
2차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베이비붐'이 일면서 '인구 폭발로 인한 지구 대재앙'이 심각하게 경고됐다.
기근과 자원고갈로 중국과 아프리카 등에서 수억 명이 숨질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1960년대 일부 환경론자들과 인구학자들은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에 세계 인구가 40% 급증한 점을 내세우며,이 같은 인구 폭발은 결국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자원 사용과 어우러져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국가에서는 오히려 낮은 출산율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또 기술발전으로 식량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고 몇 십년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65억 인구가 큰 자원부족에 시달리지 않으며 지구상에 살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인구 폭발이 아니라 출산율 저하로 고민하는 나라가 됐다.
③ 원자력 시대(Atomic Energy for All)
1950년대 핵 과학자들은 '원자력 시대'의 개화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이 사라지고, 원자력 발전을 이용해 값싼 전기를 마음껏 쓸 날이 올 거라 했다.
하지만 체르노빌 참사 등이 터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뜸해졌다.
최근 지구 온난화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핵 폐기물 처리 문제와 높은 건설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④ 초강대국 일본(Japan will Rule the World)
1970~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머지않아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인 미국 예일대의 폴 케네디 등 저명한 학자들은 미국과 일본의 경제수치를 대조하며 잇따라 이 같은 예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일본 특유의 사회적인 응집력과 엄격한 직장 내 근무규율, 국가가 선도하는 집중 투자 등으로 일본이 곧 미국을 몰아내고 일본이 지배하는 세상을 뜻하는 '팍스 자포니카'(Pax Japonica)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자신있게 내놓은 이 예언은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았고, 실현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 지위를 굳건히 지킨 반면 일본은 1990년대에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다.
지난 15년여간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져 어려움을 겪었으며 기준 금리를 0%로 유지하는 소위 '제로금리' 정책까지 시행했지만 오랫동안 일본 경제는 긴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반면 정보 혁명에 따른 경제 호황은 미국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시켰다.
⑤ 제2의 9·11테러(Another 9·11)
9·11테러 이후 미국 정치인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틈날 때마다 '제2의 9·11'을 경고했다.
알카에다나 또 다른 테러집단이 더욱 더 정교해진 방법으로 미국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전 방어책도 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미국 내 정치인과 안보전문가들은 3~5년 안에 미국 내에서 또 다른 대규모 테러가 자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마드리드 런던 발리 리아드 등 세계 각지에서 테러는 간간이 있어왔지만 정작 미국 내 대형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다.
제2의 9·11테러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포린폴리시는 그 이유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덕분일 수도 있고,알카에다가 장기적인 공격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운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제2의 9·11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고 전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kst@hankyung.com
■ 교과서 읽기
▷고1 『사회』(디딤돌) 257쪽=공동체 생활의 제문제/ 293, 295쪽=사회변동과 미래사회
▷고교 『사회문화』(금성출판사) 14~15쪽=사회·문화현상으로서의 테러
■ 자문 선생님 의견
◆ 임동훈 선생님(목포 홍일고)
사회·문화현상은 가치 함축적이지만 인간의 의미, 가치, 규범이 사회와 역사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시간·공간적 특수성을 지닌다.
그래서 똑같이 재현되지 않으며, 보편성과 함께 특수성의 지배도 받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
18세기 말 맬더스는 『인구론』에서 인류 미래를 잘못 예측했지만 인류에게 식량부족 가능성을 경고, 식량증산과 인구억제 노력을 기울이게 만든 효과가 있었다.
현재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도 과민 반응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환경의식을 고양하고 친환경적 행동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도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