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China를 넘어 Invented in China로

'상하이 증시의 쿠데타'. 세계 증권시장은 2007년 2월27일을 이렇게 기억한다.

이날 오전(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는 개장과 함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다우지수는 한 때 546포인트까지 빠졌다.

9·11 테러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원인을 분석하느라 통계를 뽑아들고,주가 추세선에 매달렸다.

결론은 엉뚱하게도 '상하이'였다.

상하이 주가는 같은 날(시차로 인해 미국 유럽보다 먼저 폐장)무려 9%나 빠졌고,지구 반대편 뉴욕시장까지 흔들어 놓았다.

상하이증시 폭락은 유럽 미국을 차례로 강타한 뒤 날을 바꿔 아시아증시를 쑥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구 전체가 '차이나 쇼크'에 휩싸인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하이증시는 세계 증시의 변방이요 외딴 섬이었다.

그런 상하이증시가 뉴욕 런던 도쿄 등 세계 굴지의 증시를 흔들고 있다.

이게 말이나 될 소리인가? 그러나 그게 현실이다.

상하이증시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닌 글로벌 증시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증시뿐만 아니다.

중국은 지금 자동차 반도체 항공 철강 가전 등 대부분 산업의 세계시장 동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국제원자재 시장,M&A(인수합병)시장 등에서도 '차이나 달러(중국 자금)'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게 된 근본적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사람'이다.

13억 인구가 중국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이 선택한 경제정책은 철저한 대외개방이었다.

결국 인구와 개방이 중국의 오늘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했을 때 중국이 가진 자원이라고는 사람,즉 노동력 밖에는 없었다.

덩샤오핑의 대외개방 정책은 곧 국제 고립에서 탈피,노동력 분야의 국제 비교우위를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1980년대 초 홍콩 대만 등지의 화교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일본과 한국 등이 본격적으로 가세했고,19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서방기업들도 중국으로 달려갔다.

외국기업들은 중국의 노동력으로 제품을 생산,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공장'으로 등장하게 된 일등 공신이 바로 이들 외국기업이었다.

지금도 중국 전체 수출의 약 60%가 외국투자기업 몫이다.

13억 인구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는 힘이다.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달러가 유입되게 됐고,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1990년대 후반들어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자동차 항공 철도 보험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 1,2위 시장 규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약 70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고급 소비층이 등장하면서 중국에는 지금 명품브랜드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중국시장 구조가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내수시장도 외국에 과감하게 개방했다.

시장을 내줘야 기술이 들어오고,경쟁을 해야 산업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중국 주류 정책당국자들의 생각이다.

'시장 내 줄테니 기술 다오(以市場換技術)'식 접근이다.

전문가들은 '인구를 무기로 한 중국의 시장개방 전략이 중국 산업기술을 고도화시켰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더욱 더 많은 선진 기업이 중국시장을 노리고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기술을 이전해주고 있다.

실제 중국에는 지금 약 100개의 다국적기업 R&D(연구개발)센터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중국 로컬자동차 업체가 국내시장 승용차 판매 대수에서 외국기업을 앞지르기도 했다.

중국경제는 결국 '대외개방→투자유치→수출증가→내수시장 형성→외국기업의 내수시장 진출→기술유입→산업고도화' 등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밟아온 것이다.

자유무역은 헤비급(선진국)과 플라이급(개도국)이 한 링에서 싸우는 것이란 통념과 달리 중국은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이 개도국에 유리하다'라는 사실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이룬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산업기술기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보여주는 게 자주창신(自主創新)전략이다.

독립적인 기술혁신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최근 '자주창신' 전략을 설명하면서 "15년 안에 과학입국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R&D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2020년까지 GDP 대비 R&D 투자를 현재 1.23%에서 2.5%로 늘릴 계획이다.

작년 중국의 R&D 투자 증가율은 17%로 미국 일본 등의 4~5%보다 월등히 높았다(OECD).지난해 중국의 R&D투자액은 1360억달러에 달해 일본(1300억달러)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이미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경쟁력을 'Made in China'가 아닌 'Invented in China'에서 찾겠다는 게 중국의 포부다.

한우덕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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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의 딜레마에서 탈출해야

중국은 왜 '자주창신(自主創新)'을 국가전략으로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 공장의 생산성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중국은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 기술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전체적으로는 세계 산업의 부가가치 구조에서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세계적인 정보기기 다국적 기업인 로지텍은 중국 쑤저우(蘇州)에 마우스공장을 두고 있다.

로지텍의 쑤저우공장을 예로 들어보자.이 공장은 '완다(Wanda)'라는 브랜드로 무선마우스를 생산·수출한다.

한 해 2000만개 이상의 마우스가 미국으로 팔려나간다.

'완다'마우스가 미국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 어떤 부가가치 사슬을 갖게 되는지 추적해보자.이 마우스는 미국 컴퓨터 전문 매장에서 약 40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 중 8달러는 로지텍 본사의 몫이다.

수출 및 미국 국내 유통과정에서 15달러가 소요된다.

또 모토로라,에이질런트 등 부품업체가 14달러를 가져가게 된다.

이것저것 빼고 남은 금액은 3달러가 중국공장의 몫이다.

쑤저우 공장은 바로 이 3달러를 가지고 직원 급여,전기료 등을 내야 한다.

중국에 떨어지는 액수는 전체 판매가의 10%가 채 안되는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지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이 신문은 그럼에도 중국 기업이 '완다'를 생산해서 돈을 남길 수 있는 이유는 턱없이 낮은 직원 급여 때문이라고 전했다.

로지텍 쑤저우공장 4000명 직원의 전체 급여는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 직원 450명보다 오히려 낮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때문에 이 신문은 '중국이 마우스 딜레마에 빠졌다'고 은유적으로 얘기했다.

중국이 '자주창신'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독자 기술개발 전략이 국제 분업구조에서의 중국의 열위를 얼마나 극복하게 해 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