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과 함께 부여를 떠난 무리들 그들은 왜?

공동의 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힘

[Cover Story]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가정해보자. 당신은 부여의 주몽왕자다.

지금 당신은 당신을 시기해 죽이려 드는 대소왕자 등 다른 일곱 형제와 신하들을 피해 부여를 벗어나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려 한다.

무엇이 필요할까? 새로운 땅에서 백성들을 모아 나라 살림을 꾸릴 행정능력, 한나라와 부여 군대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력, 그리고 이들을 위해 강철로 만든 무기를 제작해 줄 기술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당신은 행정가와 장군, 기술자와 함께 부여를 떠나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협력을 이끌어내 집단의 이상과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힘, 그것을 우리는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리더십,꿈을 현실로 이루는 힘

리더십(Leader-Ship)을 말 그대로 풀이하면 '리더가 가지는 자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목표의식을 부여하고 협력을 통해 리더와 집단이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리더십은 집단이 추구하는 공동의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다.

그래서 리더십은 어떤 집단에도 존재한다.

그것은 나라를 건국하려는 주몽에서부터 부서의 업무효율을 향상시키려는 중소기업 팀장까지, 대규모 선거캠프를 이끌며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대권을 거머쥐려는 대선주자는 물론 다른 가족에게 절약을 유도해 전기요금을 줄이려는 주부에게까지 있는 것이다.

리더십은 리더와 집단,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띤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싸우는 대선주자와, 인도까지 원정에 나선 알렉산더와, 다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 경영자와, 가족들에게 제때 전깃불을 끌 것을 강조하는 주부의 리더십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목표와 집단을 가지고 있더라도 리더의 개인적 성향과 능력에 따라 리더십의 모습은 달라진다.

대한민국이 건국한 이래 9명의 대통령이 '국민을 잘 살게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국정활동을 했지만 그들의 리더십은 모두 달랐다.

◆리더십의 유형

다시 주몽왕자로 돌아가자.최근 막을 내린 TV 드라마의 이야기는 잊어버려라.

주몽은 자신을 따라 부여를 떠날 사람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려 한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부여를 떠난다는 것은 일생 동안 만들어온 생활의 기반을 포기하는 것이다.

남쪽의 황무지에는 어떤 사건과 환경,그리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새 나라를 만들자"는 목적 이외에 가진 것이 없는 주몽은 어떻게 그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우선 개인적인 매력이나 지금까지 쌓아온 의리에 호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이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제하지 않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덕(德)'은 한자문화권에서는 리더십의 대표적인 조건으로 이야기돼 왔다.

주몽과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한나라 사마천은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士爲知己者死)'며 사기(史記)를 통해 이야기한 바 있다.

주몽이 제시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수도 있다.

부여에 여러 가지 불만이 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나라에 대한 희망을 심어줘 행동을 이끌어냈을 거라는 말이다.

리더십이 사람들의 여망을 한데 모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 등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강압을 통한 것일 수도 있다.

주몽은 금와왕에게 인정받던 왕자였으므로 그에 걸맞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었을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왕족이 부하들에게 조국을 버릴 것을 강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던 듯하다.

주몽의 아들(비류와 온조)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백제를 건국했다.

지금까지 나열한 것은 몇 가지 가능성일 뿐. 주몽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한 리더십을 발휘해 사람들을 이끌었을지 모른다.

리더십의 모습은 세상에 존재하는 리더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는 올바른 리더십을 선택해 구현하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자, 당신이 주몽이었다면 어떤 리더십을 통해 고구려를 건국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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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뒤에는 Followership

조직 구성원의 자질도 중요

'용장 밑에 약졸 없다.' 리더가 조직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표현해 주는 말이다.

실제로 어지간히 침체된 조직도 훌륭한 리더가 이끌게 되면 금세 활기를 찾는 예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한 리더십이 곧 조직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다.

리더십이 원활히 발휘되려면 조직과 구성원들 역시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

'생글생글'에도 소개된 적 있는 인도의 철강재벌 락시미 미탈 회장의 예를 보자. 그는 도산 위기에 처한 철강업체를 헐값에 매입해 흑자기업으로 바꾸는 독특한 리더십으로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를 이룩했다.

하지만 그도 한때 아일랜드에서 인수한 공장의 문을 닫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노조가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해 목표한 기한 내에 생산성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국·공내전(1946~1949)에서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과 대결했던 국민당의 장제스도 비슷하다.

내전 발발 당시 장제스는 공산당에 비해 4배나 많은 군사력에 미국의 지원까지 업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타이완으로 쫓겨나는 것으로 끝났다.

군사적 재능과 리더십 면에서는 공산당의 마오쩌둥에 뒤지지 않았지만 지방 군벌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짜여진 국민당 조직과 정부 내에 만연한 부패가 발목을 잡았다.

장제스의 리더십은 군벌들을 통과하는 과정에 굴절됐으며 만연한 부패는 전쟁 물자를 적절하게 조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었던 국민당이 공산당에 역전되는 데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조직과 조직 구성원의 자질이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준비된 사람만이 행운을 잡을 수 있듯, 준비된 조직에서 훌륭한 리더십이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리더십이 리더 한 사람의 힘만 강조하는 영웅주의나 '지도자 숭배'와는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