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이동통신 등 담합 판정…교복·포털은 조사중

적발땐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죄질 나쁘면 고발

[Cover Story] 기업들은 왜 담합을 할까?‥동종업체들끼리 뭉쳐 가격 같이 올리면 더 많은 이익
"우리가 남인가.

우리끼리 가격경쟁을 벌이면 우리만 힘드는데 굳이 이럴 필요 있겠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도 써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은 기업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 비용을 쓰면 그만큼 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이런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찾은 방법은 담합이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다수인 완전경쟁시장에선 담합이 성립할 수 없지만, 공급자가 극소수인 업종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동종업체들끼리 뭉쳐 경쟁을 자제하고 가격을 똑같이 올리면 자연스럽게 훨씬 더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담합이 일으키는 부작용은 다양하다.

담합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일부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 탓에 구매량을 줄이거나 구매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담합한 기업들은 품질이나 생산기술 향상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한국에서 담합의 첫번째 감시자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다.

그동안 공정위는 휘발류, 이동통신, 아이스크림 등에 대해 담합 판정을 내렸고 교복, 포털 등에 대해선 담합 혐의를 조사 중이다.

사업자들이 짜고 가격을 조절하는 것이 담합 적발 사례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상품의 판매조건을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상품의 생산·출고 등을 공동으로 제한하는 등의 행위도 담합으로 분류해 엄격히 다루고 있다.

기업이 담합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시정조치의 하나로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징금은 원칙적으로 담합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를 금전적으로 산출해 정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과징금의 상한선으로 관련 매출액의 10%를 설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에 담합을 주도한 기업을 고발하기도 한다.

교복가격을 잡기 위해 교육부가 교복공동구매위원회의 설치를 종용한 것처럼, 정부 부처가 직접 담합으로 왜곡된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담합의 적발사례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정위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05년까지 25년간 부과된 담합 관련 과징금이 총 7516억원인데,이 가운데 2005년 한 해 과징금만 2493억원에 달한다.

담합을 시도하는 기업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적발 건수와 과징금 액수가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담합은 거의 티가 나지 않는 범죄인 데다, 은밀하게 모의되고 실행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

정부가 담합 사실을 스스로 신고한 기업에는 담합에 대한 과징금과 형사고발을 면해주는 파격적인 자진신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제도는 담합사실을 처음 자진 신고한 업체에 대해선 과징금을 전액 면제해 주고, 두 번째 신고 업체에는 과징금의 30%를 감면해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업계의 플라스틱 원료 가격 담합 사건이 벌어졌을 때 업계 1위인 호남석유화학은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공정위에 자진신고해 600억원대로 추산되는 과징금을 면제받고 고발 대상에서도 빠졌다.

우리나라의 담합에 대한 처벌 수위는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담합으로 인한 공정위의 과징금은 담합으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보다 크지는 않으며, 검찰에 고발해도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경우도 많지 않다.

실제로 공정위 출범 이후 기업인이 담합과 관련해 징역형을 산 경우는 없다.

반면 담합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미국에선 2005년 한 해 동안 담합 기업인들에게 총 1만3157일(36년)의 금고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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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품­… 싸게 공급해야" vs "소비자 선택에 달린 문제"

■ 교복값의 진실

최근 담합 및 고가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교복값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교복 값 논란은 시민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학사모)이라는 시민단체가 "일부 업체들이 어른 양복보다 비싼 70만원짜리 교복을 판매해 무리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교복들은 중소업체의 교복보다 가격이 20~30%가량 비싸 담함 의혹이 짙은 데다 공동구매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학사모 측 주장의 핵심이었다.

학사모는 이후 대기업 계열 교복업체에 대한 공격수위를 높여 "재고를 신제품으로 가장해 판매했다","교복 디자인을 임의로 변경해 'S라인' 등을 강조한 것은 불법이다" 등의 주장을 이어왔다.

교복업체들의 반응은 다르다.

"담합을 한 적도 없으며 1997년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교복 가격은 단지 5만원 정도 올랐을 뿐인데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중소 교복업체와의 가격차에 대해서는 "디자인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광고료 때문에 교복값이 비싸졌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광고를 하지 않을 경우 교복 한 벌당 원가가 1000~3000원가량 절감되긴 하지만 다른 의류에 비하면 크지도 않다"는 것이 업체측의 답변이다.

교복가격을 놓고 논란이 뜨거운 것은 교복을 입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면 누구나 예외없이 교복을 입어야 하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교복이 일종의 필수품이라고 해도 저렴한 중소업체의 교복 등 대체제가 있는 만큼 일률적으로 모든 교복업체의 교복 가격을 끌어 내리라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와 관련,교육부의 잠정 결론은 "저소득층을 위해 교복 공동구매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는 분명하지만 정부가 브랜드 선호현상 때문에 비싼 가격을 받는 대기업 계열 교복업체들의 '브랜드 교복' 가격을 강제로 낮추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역시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