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둔촌동에 사는 최모씨(45)는 요즘 5억원짜리 아파트를 팔아 이를 밑천으로 농촌에서 여유롭게 사는 친구가 너무 부럽다.

그는 한 달에 35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지만 소득세,의료보험료,고용보험료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떼고 나면 손에 쥐어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중·고생 아이들 학원비·과외비에 집 살 때 빌린 대출금 이자까지 돈 들어갈 곳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생활 물가는 너무 많이 올랐다.

열심히 일했지만 날이 갈수록 생활은 점점 빡빡해지는 느낌이다.

대학 입시를 향한 무한경쟁에 내몰린 자녀들이 밝은 얼굴을 점점 잃어가는 것도 걱정거리다.

몇 년 새 도시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올랐어도 삶의 질은 더 나빠졌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수입이 늘어난 비율보다 세금과 각종 부담금 등으로 나가는 돈이 더 빨리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정부는 복지 정책 등에 들어갈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이고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정확히 되지 않다 보니 수입이 뻔한 봉급생활자의 부담이 집중적으로 커졌다.

나라 살림인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데도 건강보험 혜택을 대폭 늘리다 보니 보험료도 크게 올랐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우려가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부담금도 조금씩 늘고 있다.

생활 물가가 오르는 속도도 소득 증가 속도를 상회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함에도 국민들이 느끼는 윤택함은 점점 예전만 못해진다는 의미다.

비정규직이 늘고,중산층이 엷어지는 것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같은 시간을 일해 비슷한 소득을 올리는 경우라도 비정규직의 삶은 결코 안정적이지 못하다.

정부는 규제를 푸는 것을 통해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 넣어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도록 하는 대신 비정규직 보호 법안을 만드는 등 규제를 통해 복지를 개선하는 방법을 택했다.

당장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시장 원리에는 잘 맞지 않는 이 같은 규제 법안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기존 일자리까지 빼앗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가 중산층이 엷어지는 '모래시계형'으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계층 간 격차의 골이 깊은 데서 비롯되는 사회적 갈등을 그대로 둔 채 단순히 경제성장률만 끌어올린다고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민 개개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할 경제적,정치·사회적 조건은 무엇인지 4,5면으로 가서 자세히 알아보자.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khcha@hankyung.com